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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France

My French Kitchen 2. 홈메이드 사과잼을 넣은 바게트 @ 생마르탱 운하

by nonie 2014.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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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rench Kitchen, 두번째 레시피 - 사과잼을 넣은 바게트 샌드위치


요리를 사랑하는 여행자로서 오랫동안 간직한 작은 로망이 있다면, 현지의 제철 과일로 잼을 끓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텔을 테마로 여행을 하는 내게 부엌 딸린 집에 묵을 기회는 거의 없었고, 어느 도시든 파머스 마켓을 1순위로 찾긴 하지만 실제로 장을 볼 일도 거의 없었다. 여행지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만날 때마다, 매번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다 파리 여행에서 잠깐이지만 내 부엌이 생겼고, 바스티유 마켓에서 사온 맛없는 사과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잼을 만들고, 바게트에 넣어서 소풍을 떠나자고. 그렇게 만든 잼 샌드위치를 가방에 넣고,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는 생마르탱 운하로 향했다.  








파리의 어느날 아침, 홈메이드 사과잼을 끓이다

프랑스의 부엌을 처음 마주하며 느낀 것은, '미식가가 괜히 많은 나라가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이전에 호주나 런던의 부엌에선 제대로 된 양념이나 주방기구를 찾기 어려웠다. 간편하게 음식을 사다 먹는 영미권 식문화에서는 요리를 직접 해먹는 빈도가 낮았다. 하지만 파리의 아파트먼트를 두어 곳 묵어보니 기본적으로 설탕도 2~3종류(티, 음식용), 식초도 2종 이상, 그리고 편리한 동선까지, 요리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바스티유 마켓에서 집어온 사과가 예쁜 생김새와는 달리 푸석하고 영 맛이 없었다. 찬장을 뒤져보니 고형 흑설탕과 시나몬 파우더가 놓여있는 걸 보고, 별 고민없이 바로 사과를 썰기 시작했다. 과육이 살아있는 콩포트 형태의 잼을 만들어 바게트에 넣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면서. 




Ingredients

사과 2알

설탕 5 Ts

시나몬 1ts

무염버터 1 Ts

바게트







사과는 껍질채 잘게 썰어서 냄비에 넣고 저어가며 끓인다. 눌어붙을 수도 있으니 물을 약간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어느 정도 수분이 졸아들면 설탕 넣고, 시나몬 넣고 걸죽하게 졸여 주면 맛있는 사과 콩포트가 만들어진다. 사과잼을 만들 거라면 갈아줘야 하지만, 과육이 씹히는 맛이 있게 콩포트로 마무리했다. 


어제 마레의 바게트집에서 줄서서 사온 바게트가 아직 한 줄 남았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반을 가른 다음, 한쪽에는 프랑스산 무염버터를 두껍게(많이 발라줘야 제맛이 남!) 발라주고, 다른 한 쪽에는 한 김 식힌 사과 콩포트를 푸짐하게 올린다. 여기에 질 좋은 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더욱 단맛이 살아난다. 








아침을 먹고난 뒤라 배가 부른데도 지금 당장 먹고 싶어지는 달콤한 사과 향기가 작은 부엌을 가득 채운다. 터질 듯이 밀어넣은 사과잼 덕분에, 차가웠던 버터가 빵에 스르르 녹아든다. 날씨 좋은 파리에선,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는 야외에서 먹어줘야 진리겠지? 찬장 서랍을 열어보니 일회용 비닐봉지도 쓰기좋게 준비되어 있다. 다 만든 샌드위치를 봉지에 하나씩 밀봉한 후, 바게트 빵봉지에 다시 한번 넣어 간단하게 도시락을 완성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도시락을 챙겨들고, 20여분 을 걸어 생마르탱 운하로 향했다.









5월 중순의 파리는 맑은 날씨 자체로 충분히 빛을 발한다. 모든 것이 세련되고 현대적인 마레 지구와는 달리, 생마르탱이 가까워질수록 거리의 풍경은 점차 로컬 특유의 정겨운 동네 분위기로 바뀌어간다. 운하 옆으로 조그만 골목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선 작은 가게들은 아직 이른 아침이라 영업을 하지 않아 한산하다. 운하 근처를 산책하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작은 공원의 입구로 이어진다. 꿀단지를 숨겨놓은 어린아이처럼, 내 머릿속엔 아침에 싸온 샌드위치 생각만 가득.ㅋ 얼른 예쁜 벤치를 찾아 점심을 먹어야겠다.  









생마르탱의 작고 예쁜 공원에서 직접 싸온 도시락을 먹는 나만의 소풍 시간. 이전의 어떤 여행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감이 머나먼 파리에서 온전히 이루어진다. 숙소가 여행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하면서. 그리고 멋진 미식가의 부엌을 쓸 수 있는 파리 여행에 또 한번 감사하면서, 한 입 크게 베어문다. 


맛없는 사과는 달콤한 콩포트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고, 프랑스가 자랑하는 바게트 & 버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특별히 프랑스에 왔다고 해서 프렌치 레시피를 고집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현지 식재료만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을 만들어도 이곳 스타일로 완성되는 게 신기하다. 









오전 내내 생마르탱을 걸으며 너무나 멋진 커피 한 잔을 만났고, 마음에 쏙드는 부티크숍도 들렀으며, 다음에 파리에 가면 꼭 다시 들러야 할 디자인 아트 서점도 만났다. 그리고 마레에 이어 생마르탱에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바게트집이 있더라. 찬찬히 걸으며 찾아다닌 생마르탱의 작은 가게 이야기, 다음 편에 소개하기로. :)






본 파리 여행은 에어비앤비로 파리지엔의 아파트에 숙박하며 파리의 구석구석을 탐험한 테마 자유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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