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의 대만 타이중은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크지 않은 타이중 시내는 걸어서 천천히 여행하기에도, 무료 버스를 타고 도시 전체를 돌아보기에도 너무나 쾌적했다. 호텔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타이중 최고의 커피 하우스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국립 파인아트 뮤지엄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미디어 아트 전시를 한참 넋놓고 구경했다. 점심은 멀리 갈 것 없이 타이중을 대표하는 밀크티 브랜드 '춘수당'의 뮤지엄 분점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타이중에서의 완벽했던 반나절.








장인 정신이 흐르는 타이중 최고의 커피 전문점에 들르다

개인적으로 대만을 아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사랑하는 내게 대만의 수준높은 커피 신은 여행의 격을 한 체급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타이베이에도 멋진 카페가 많지만, 타이중에 대만의 커피신을 대표하는 전문점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여기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관광 지역은 아니지만 호텔에서 10~15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픈한지 20년이 넘었다는 이 집은 카페라기 보다는 일종의 커피 백화점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원두를 전문적으로 로스팅, 홀빈과 커피 티백으로 만들어 자체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고 있었다. 일본에는 많지만 한국에는 이런 개념의 커피 전문점이 없기 때문에, 거의 문화충격에 가까웠다. 









2층 규모의 점포인데 1층은 원두 관련 제품과 커피용품 판매, 테이스팅 룸의 역할을 한다. 여기서 커피 주문도 할 수 있는데 주문을 하면 카운터 앞에 놓여진 커피 포트의 커피를 자유롭게 따라 마시며 시음을 하고 고르는 방식이다. 시음용 커피가 총 3가지나 준비되어 있는데, 약배전부터 강배전까지 세심하게 따로 갖춰져 있어서 원두 종류 및 배전 상태를 골라야 비로소 커피 한 잔의 주문이 끝난다. 커피를 느긋하게 즐기는 공간은 2층 카페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빈티지한 공간에 앉아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커피를 주문하면 1층에서 직접 서빙을 해주니 번호표 받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중배전 커피를 골랐는데 원두 본연의 흙내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풍성한 커피맛에 기분이 너무나 좋아졌다. 어딜 가든 맛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만이지만, 이곳에 와서 대만 커피의 진짜 수준을 체험한 느낌이었다. 








대만 최고의 미술관을 타이중에서 만나다

대만 여행에서 고궁박물관을 제외하면 박물관/미술관은 그닥 유명하거나 강추 필수 스팟으로 이름난 곳이 없다. 하지만 타이중에서 만난 국립 파인아트 뮤지엄은 대만 전체를 대표할 만한 최고의 미술관이었다. 얼마전 전시가 막 끝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잔디밭에 깔려 있는 걸 목격할 때만 해도 이 뮤지엄의 규모를 짐작조차 못했는데, 막상 로비에 입장하자마자 웅장한 내부 전경이 나를 압도했다. 내가 갔던 5월 초에는 대규모 미디어 아트 전시가 한창이었다.








노동절 연휴인데다 주말이고 입장료도 무료여서 인파가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널널한 분위기에서 쾌적하게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도 항상 어깨 무겁게 짐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입구에 있는 사물함에 간단히 가방을 넣어두고 다니니 날아갈 것 같았다는. 미디어 아트 전시는 전 세계의 작품이 시대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큐레이팅되어 있었고 굉장히 수준이 높았다. 특히나 유럽의 유명한 영상 작품 몇 개는 아예 자리잡고 앉아서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다. 뮤지엄 전체에 편안히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전시 자체도 훌륭하고 뮤지엄 시설도 최상급이지만, 뮤지엄 숍에도 흥미진진한 상품들이 많았다. 내가 산 건 대만의 빈티지한 옛 상점을 팝업으로 재현할 수 있는 팝업 엽서 시리즈, 그리고 천으로 된 스티커가 부착되어 그림을 오려서 바느질을 하고 안에 솜을 채우면 예쁜 모빌 인형으로 변신하는 동물 엽서 시리즈, 아름다운 빈티지 플라워 패턴의 마스킹 테이프 등을 구입했다. 뻔하지 않은 재미난 상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춘수당, 우아하게 뮤지엄 분점에서 점심 즐기기

대만 하면 떠오르는 음료, 밀크티의 원조는 과연 어디일까? 밀크티의 원조가 타이중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지금의 버블티를 탄생시킨 타이중의 춘수당은 아직도 '원조'의 맛을 경험하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춘수당은 타이중 시내의 본점을 비롯해 본점보다 더 큰 정명일가의 대형 분점 등 선택의 폭이 넓다. 나는 멀리 갈 것 없이 뮤지엄 관람 후 옆에 아름답게 꾸며진 뮤지엄 분점에서 춘수당의 밀크티를 맛보기로 했다. 


흔히 춘수당 본점으로 착각하는 정명일가의 대형 점포도 어젯 밤 잠깐 들러봤는데, 엄청 어수선하고 분위기도 서비스도 좋지 않고 실제로 한국 리뷰 찾아보면 좋았다는 사람이 드물다. 하지만 뮤지엄 점은 내부도 더 넓고 여유가 있어서 자리잡기도 쉽고, 주문한 음식도 엄청 신속하게 잘 나왔다. 춘수당에 왔으니 밀크티는 빼놓을 수 없지! 가장 인기있는 아이스 밀크티를 주문했다. 당도를 좀 낮게 주문한 내 실수 탓에 맛은 약간 아쉬웠지만, 쩐주나이나 차 자체의 맛은 좋았다. 








춘수당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밀크티와 함께 주문한 오늘의 점심 메뉴, 비빔 국수! 매콤한 소스의 돼지고기를 얹은 누들인데 오이의 상큼함과 매콤한 소스맛이 어우러져 너무나 맛있었다. 마치 약간 개운한 맛의 사천짜장같기도 하고. 양은 좀 적었지만 맛은 대만족! 시원한 밀크티 한 잔 곁들여서 금새 한 그릇 뚝딱하고 나왔다. 어제 들렀던 춘수당에서 사람들이 밀크티보다 음식을 많이 시켜먹는 걸 보고 한번 시험삼아 주문한 건데, 대성공인 셈이다. 


하지만 타이중 맛집 탐험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아니하였으니....다음 편은 본격 타이중 미식 투어, 개봉박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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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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