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아름다운 조식 레스토랑 탑3로 꼽을 만한 만다린 오리엔탈의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아침식사를 즐긴 후, 지하철을 타고 대만 대학교가 있는 공관역으로 향했다. 활기로 가득한 캠퍼스에서 우유 아이스크림이 든 샌드를 하나 맛보고,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아기자기한 판을 벌이고 있는 마을을 한참 구경했다. 그리곤 공관의 명물, 천산딩 밀크티로 든든하게 속을 채우며 오늘의 산책을 마감한다.
명품 잼을 곁들인 크로와상으로 시작하는 아침 풍경
작년 파리 여행 이후 크로와상의 맛도 다 같지 않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 높아진 기준을 충족할 만한 빵을 쉽사리 찾지 못했다. 그때 그 맛을, 오늘 아침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베이에서 다시 만났다. 선별된 식재료로 심플하게 차려진 뷔페에서, 평소에는 살찔까봐 잘 먹지 않는 페이스트리 섹션에 유난히 눈길이 간 건 우연이었을까.
결국 큼직한 크로와상 하나, 그리고 통 벌집에서 뚝뚝 흐르는 꿀과 마알간 빛의 구아바 잼, 생 버터 한 조각을 담아 내 테이블로 향했다. 그런데 빵도 빵이지만 구아바 잼 맛이 보통이 아니다. 만다린 오리엔탈의 시그니처 잼은 원래 장미꽃잎 잼인데, 타이베이 점에서는 로컬 과일을 이용해 라임과 구아바를 넣어 달지 않은 새콤한 잼을 완성시켰다. 조그마한 병에 2만원 정도 하니 몸값 비싼 녀석인데, 조식 레스토랑에선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장사 잘하는 만다린...ㅜ
풀 타입 뷔페라기 보다는 알라 까르테(주문형 메뉴)와 간소화된 뷔페의 조합인데, 난 원래 주문형을 훨씬훨씬 선호하는지라 만다린의 조식이 마음에 든다. 대만에 왔으니 웨스턴 대신 딤섬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에 곱게 차려진 딤섬 바구니와 소스는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구아바 잼을 더 먹고 싶은데 빵을 더 먹자니 배가 너무 부르다. 이럴 땐 약간의 센스를 발휘해 생 요거트 위에 잼 듬뿍, 수제 그라놀라 한 스푼 얹어 나만의 요거트 만들기. 옆엔 각종 베리와 대만의 자랑 파인애플 듬뿍 곁들여 한 상 자알 먹었다.:) 이제 오늘의 산책여행 떠날 준비, 완료.
2015/05/25 - 타이베이 호텔놀이 2. 유럽의 고성을 닮은 럭셔리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
구글 포토가 자동으로 만들어준 짤방...ㄷㄷㄷ
대만대 캠퍼스에서 맛보는 진한 맛의 우유 아이스크림
대만대가 있는 공관역은 일반적인 타이베이 관광 루트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어서, 타이베이를 처음 찾는다면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리는 곳이다. 하지만 세번째 방문하는 내겐 공관역 주변 탐방은 1순위였다. 일단 왠만한 관광지는 다 가봤고, 로컬 맛집이나 문화에 좀더 깊은 관심이 생긴 나같은 여행자라면 공관역은 좋은 산책 여행지다.
아기자기한 대만대 캠퍼스는 역 뒷편에 바로 이어지는데, 학생들로 바글바글한 구내 식당을 지나 대만대 농대에서 운영하는 쇼핑센터를 찾았다. 한국에 유일하게 알려진 건 여기서 파는 우유 아이스크림이지만, 원래 내 목표는 그 근처의 현지 유명 와플집에서 와플 샌드위치를 사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푸짐하게 먹은 아침 때문에 당최 배가 꺼지질 않는다. 내 위장이 하나인 것을 원망하며, 벤치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우유 아이스크림 샌드 하나를 천천히 맛보며 지나가는 학생들을 구경했다. 약간의 간이 있는 아이비 비슷한 비스켓 사이에 진한 우유 아이스크림이 샌드된 간단한 간식거리였다. 아이스크림 외에도 농업이 발달한 대만답게 흔히 구입하기 어려운 지역 특산 농산물을 쇼핑할 수 있는 곳이라, 여행 막바지에 올 걸 하는 생각도 했다.
공관의 숨겨진 스팟, 아티스트 빌리지
론리 플래닛 타이완 2014년 판(국내 미출간)에는 공관역 근처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볼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아티스트 빌리지라는 일종의 예술가 마을 프로젝트인데,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옛 불법 이민촌을 오래전 정부가 인수해 젊은 예술가에게 1년마다 분양해주는 형태로 운영한단다. 위치가 대만대 맞은 편 어디쯤이어서, 날씨가 꽤 덥지만 걸어가 볼만 했다. 여기 명물 밀크티도 마셔 보려면 배는 꺼트려야 하니까;;; 일단 고고씽.
그런데 여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아직 현지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내가 갔던 날에는 대만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와 있었다. 찾는 사람도 드문드문, 실제 작업 중인 예술가들도 드문드문 보이는 꽤 차분한 동네여서, 그냥 산책하듯이 좁은 골목을 돌며 사진을 찍는 게 전부였다. 오래된 마을을 함부로 파괴하지 않고, 이렇게 예술가들이 예쁘게 개조해서 많은 이들에게 볼거리로 재탄생하게끔 하는 타이베이 시의 전략도 참 멋져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조그마한 마을인 줄 알았는데, 층층이 켜켜이 생성된, 세월을 닮은 오래된 골목들은 구불구불 많이도 이어져 있었다.
조그마한 공방과 갤러리, 카페와 작업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차 있는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 아무도 없는 벤치만이 나를 맞아주기도 했다. 그럴 땐 시원한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기.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이상하게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오후의 고요함이, 서울에선 찾을 수 없는 것이어서 엄청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마을이 더 충격적인 건, 빌리지 내에서 운영하는 여행자 숙소를 발견했던 순간이었다. 대만이 워낙 작은 호텔과 호스텔을 잘 만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에도 그런 숙소가 있었구나. 대중교통을 통해 오기가 쉽지 않은 데다 오르막길도 있어서 숙소에 적합한 위치는 아닌데, 그럼에도 궁금함이 생긴다. 여기 묵으면 어떨까. 24시간 예술가들의 갤러리와 작은 카페가 어우러진 동네를 마주하는 그런 여행은 또 어떤 여행이 될까.
공관 최고의 명물, 천산딩(천싼딩, 진삼정) 밀크티
공관에 오면 다들 가는 코스가 대만대 돌아보고 천산딩 밀크티를 먹으러 가는 것인데, 천산딩은 체인도 아니고 공관에 왔을 때만 먹을 수 있는 희소가치가 있어서 무조건 마셔보기로 했다. 관광객들 많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길게 늘어선 줄은 대부분 현지인이고, 간간히 현지인 손에 이끌려 온 서양인들ㅋㅋ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위 표시된 첫번째 메뉴 손으로 가리키면 알아서 내준다.
이집의 명물은 바로 흑설탕 밀크티다. 오랜 시간 흑설탕물에 졸여낸 쩐주나이에 신선한 우유를 담아 주는 게 끝인, 심플이즈 베스트 밀크티. 따라서 홍차의 맛은 거의 나지 않고 대신 흑설탕의 풍미가 진하게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맛있었고 기존의 밀크티 속 쩐주나이와는 아예 다른 레벨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호텔로, 치킨 라이스와 이케아 맥주
대충 지나가버린 점심 때문에 늦은 오후 호텔로 향하는 길엔 배가 고파온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하이난 스타일 치킨 라이스. 만다린 오리엔탈이 있는 난징푸싱 역 주변에는 숨은 카페와 맛집이 많은데, 어제부터 봐두었던 정통 치킨라이스 전문점, 드디어 맛볼 굿 타이밍. 호텔 돌아가는 길에 간단히 포장해 왔다. 그리고 다들 일부러 찾는 대만 이케아, 만다린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ㅎㅎ 어제 저녁 이케아 마실 나가서 득템한, 대만 이케아 개장 20주년 기념 병맥주!! 요게 아주 명물이다. 밥 먹으면서 한 컵 가득 따라서 마셔보니, 거품도 예술이고 진한 컬러에 에일 느낌 나는게 몇 병 쟁이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맥주였다. 4개국을 돌아야 할 팔자인지라 아쉽지만 저녁 식사에 곁들이는 걸로 만족하기로.
대만 타이베이의 모든 호텔은 중화권 호텔 예약의 갑, 씨트립에서 직접 예약했다. 중국 대륙 및 홍콩/마카오/대만 호텔 예약 시에는 가장 많은 현지 호텔 리스트를 보유한 씨트립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다른 서비스에 비해 왜 씨트립이 좋은 지는 여행 직구 노하우 편에 상세히 소개했으니 참고할 것.
2014/10/20 - 여행 직구 1탄. 중화권 호텔 예약의 1인자! 씨트립(C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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