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초, 타이베이&타이중 8박 9일 일정은 여러 모로 운이 좋았다. 특히 망고철이 시작되는 늦봄 시즌에 대만을 방문한 건 처음이라 생망고 빙수를 실컷 먹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9일간 망고빙수는 딱 한 번밖에 못 먹었는데, 기존의 유명한 체인은 피하려다 보니 결국 타이중에 가서야 빙수를 영접했다는. 로컬 단골손님이 연일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미촌점두빙에서, 생망고 듬뿍 얹은 신선한 망고 빙수를 먹었다. 문득 먹다가 생각난, 지난 두 번의 타이베이 여행에서 만났던 망고빙수들도 되새김질해 보기.
대낮부터 인산인해! 타이중 최고의 로컬 빙수집
대만의 다른 지방에는 없는 타이중의 로컬 빙수집, 美村點頭冰(미촌점두빙, 메이쳔덴터우빙)은 다행히 파인아트 뮤지엄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에 있어서, 슬슬 걸어가 보기로 했다. 처음 대만을 찾을 4월 말만 해도 선선하던 날씨가, 5월로 넘어가면서 낮에는 덥고 뜨거운 기운이 푹푹 올라온다. 드디어 빙수를 먹을 철이 왔다는 신호이기도! 빙수집에 가까워 오니 오래된 노포 식당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는데 다들 북적북적한 것이, 모르긴 몰라도 맛집 동네인갑다. 아니나 다를까, 빙수집 앞은 오픈한 지 얼마 안된 시각인데도 줄이 밖까지 늘어서 있다. 얼른 줄부터 서야지.
사실 망고빙수는 여행 시작부터 먹으려면 먹을 수 있었다. 첫날 묵었던 타이베이의 험블하우스 호텔 옆에 꽃할배로 유명해진 아이스몬스터 분점이 새로 생겼기 때문! 하지만 나의 청개구리같은 여행 스타일상 남들 다 가는 데는 왜 그리도 가기가 싫은지. 게다가 그땐 빙수를 먹기에는 바람이 꽤 쌀쌀했다. 하지만 타이중에 도착하니 10분만 걸어도 너무 더워서, 머릿 속엔 이미 시원~한 빙수로 꽉 차 있다.ㅎㅎ
영어는 통하지 않지만, '망궈빙'이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고 만들어 내준다. 메뉴판에 보면 제일 비싼 80원짜리 빙수가 바로 망고빙수다. 하지만 원래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빙수는 가게 이름과 같은 점두빙(70원)인데, 팥과 타로 떡 등 또화에 주로 많이 쓰이는 고명을 얹은 빙수가 간판 메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어서 점두빙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망고빙수 때문에 먼 길을 왔고 마침 망고도 제철이니 망고 빙수로 결정!
이곳의 망고빙수는 일단 1인분씩 나오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타이베이의 유명 빙수집들은 대부분 대접만한 그릇에 꼭 2인분씩 나와서 혼자 먹기가 너무 불편한데, 작은 그릇에 듬뿍 올려주는 생망고가 혼자 넉넉히 먹기 딱 좋은 양이다.
망고빙수도 종류가 참 많은데, 이곳의 망고빙수는 심플하다. 곱게 갈린 물얼음에 망고시럽을 끼얹고, 그 위에 쫄깃쫄깃한 식감의 잘 익은 생 망고를 푸짐하게 올리면 끝이다. 한국에선 우유얼음을 많이 쓰는데, 이 곳의 얼음은 산뜻하고 갈증이 생기지 않아서 오히려 빙수 재료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매장 입구부터 1층 내부에는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서서 먹는 사람도 많은데, 매장 지하 1층에 따로 먹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더라. 그래서 빙수를 받아서 얼른 지하로 내려가서 자리를 잡고 여유있게 빙수를 먹었다. 망고빙수 맛이야 말할 필요가 뭐 있을까. 제철에 먹는 망고빙수에는 얼린 망고가 아닌 생 망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요 시기에 여행한다면 꼭 먹어봐야 할 별미다. 이 집은 워낙 로컬 가게이고 간판도 한자로 되어 있어서 국내엔 리뷰가 거의 없는데, 몇 개 찾아서 읽어보니 너무 달다는 후기도 있고 망고가 덜 익어서 맛없다는 후기도 봤다. 현지인들은 망고 빙수를 아무 때나 먹지 않는다. 망고가 잘 익어서 공급되는 제철에 먹어야 진리니까.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엔 다른 빙수를 보통 주문하더라.
지난 2013년 대만에 두 번 갔는데, 그 때 만난 세 번의 망고빙수도 보너스로 소개해 본다. 세 가지 빙수 모두 타이베이에서 먹었던 것들인데, 지금 보니 같은 빙수라도 뭔가 스타일이 다 다른 게 신기하다.
1. 타이베이 스무시의 망고빙수
용캉제 여행기에서 소개했던 스무시의 망고빙수는 아이스몬스터와 함께 망고빙계의 양대산맥이다. 비주얼과 양 면에서는 가히 최상급. 하지만 이 때가 10월 말이라 빙수를 먹기엔 추웠고, 160원이라는 가격이나 엄청난 양 자체가 2인분에 최적화되어 있어 혼자 다 먹기 매우 부담스러웠다. 망고 제철이 아닐 때 사시사철 망고빙수를 먹을 수 있는 건 좋지만, 맛이 떨어지는 건 감안해야 할 듯. 한국인인 나만 이걸 주문하고, 주위를 돌아보니 현지인들은 죄다 다른 빙수 먹고 있었음.ㅎㅎ
관련 여행기
2014/03/24 - 용캉제에서 대만 길거리 음식 투어! 군만두에서 망고빙수까지
2. 타이베이 망고차차의 망고빙수
요건 가이드북에 싣기 위해 블로그엔 그동안 소개하지 않았던, 망고차차의 망고빙수. 역시 같은 10월 말에 방문해서 추위를 무릅쓰고 먹느라 참 맛없었던 기억. 게다가 그 넓은 2층 규모의 매장에 손님은 나 하나 뿐이었다.ㅋㅋㅋㅋ 가장 유명한 망고빙수 메뉴를 주문하면 전형적인 눈꽃스타일 우유얼음 + 망고 시럽+ 망고(밑에 깔아줌) 조합으로 나오는데, 역시 양도 푸짐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근데 시럽을 너무 접시 가장자리까지 뿌려댄 바람에, 다 먹고 나면 손부터 주변이 모두 끈적끈적해지는 게 최대 단점. 망고 제철에 다시 찾아가봐야 할 곳. 그 사이 한국에도 강남에 망고차차가 생겼다는데, 저거 한 그릇에 13,000원에 육박ㄷㄷㄷ 현지 가격의 자그마치 두 배다. 그냥 대만 가서 사먹을란다.
3. 시정부역 지하 푸드코트에서 먹은 흑설탕 망고빙수
제작년 8월 말에 엄마랑 대만여행하면서 먹었던 망고빙수다. 유일하게 빙수 전문점도 아니고 역 지하의 푸드코트에서 지나가다가 시킨 건데, 위에서 소개한 두 빙수보다 훨씬 맛있었다. 역시 망고의 계절에 망고를 먹어야 한다는 간단한 진리. 망고맛이 진한 아이스크림 한 스쿱, 서걱하게 갈린 물얼음, 생 망고, 그 위에 흑설탕 시럽을 한 바퀴 뿌려주는데 그 조합이 기가 막히다. 대만 스위트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식재료가 바로 흑설탕인데, 다음엔 요 테마로 여러 아이템을 사올 예정.
그리고 일본인들은 대만의 망고철에만 하는 농장 투어를 주로 많이 떠나는데, 다음엔 좀더 계획을 짜서 망고로 유명한 지방에 1일 투어로 방문해 망고도 실컷 먹고, 거기서만 파는 특별한 빙수도 꼭 먹어봐야겠다. 이래저래 여름에 여행하긴 좀 힘들지만 망고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대만. 타이중의 망고빙수 맛집에 이어서, 타이중 미식 투어의 최고봉인 야시장 투어 연재가 이어진다.:)
nonie의 타이중 여행기!
2015/05/27 - 타이중 호텔놀이! 통통 튀는 디자인의 기발한 부티크 호텔, 레드닷 Reddot
2015/05/28 - 타이중 산책 여행! 최고의 커피와 파인아트 뮤지엄, 춘수당에서 점심먹기
※ 2013년 출간한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에 이은 차기 여행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좋은 출판사 파트너 찾고 있으니 관계자 분들은 편하게 연락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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