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홍콩공항으로, 다시 밤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하자 어느덧 새벽 2시. 하지만 나의 첫 호텔인 아모이는 공항픽업 서비스를 꼼꼼히 준비해두고, 일말의 불안감을 느낄 새도 없이 무사히 나를 인도했다. 덕분에 이튿 날 아침부터 이 아름다운 호텔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다. 박물관까지 품고 있는 이 오래된 건물은 싱가포르의 역사적 스토리를 담은 독특한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데도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 들었던, 2015 싱가포르 여행의 첫날 아침 풍경.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름다운 일러스트 벽화가 그려져 있다.
윗층에서 내려다보는 호텔 로비. 한자 문양을 디자인으로 활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체크인할 때 받은 웰컴 칵테일.
마카오에서 싱가포르까지, 그리고 아모이 호텔 체크인
마카오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날, 싱가포르로 가기 위해 홍콩공항으로 향했다. 홍콩공항으로 가는 페리는 타이파 터미널에서만 출발하기 때문에, 소피텔이 있는 반도에서 다시 내려와야 했던 건 살짝 불편. 호텔 일정을 잡을 때는 페리 노선도 참고하는 게 좋겠다. 기억에 남는 일은, 홍콩 공항 터미널에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하는데 갑자기 세금을 환급해준다며 무슨 도장을 찍어준다. 영문도 모르고 환급 부스로 가서 그걸 내미니 200HK$을 내준다?? 지금도 왜 받았는지 모르겠....; 어쨌든 득템한 기분으로 싱달러 환전도 하고, PP라운지에서 저녁도 든든히 먹고 한참 기다린 끝에, 저녁 10시경 유나이티드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입국수속하고 짐까지 찾고 나니, 새벽 2시.
하지만 첫 호텔 아모이는 대형체인 못지 않은 공항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 덕분에 택시가 유일한 옵션인 늦은 시간에, 아무런 걱정없이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올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길가까지 마중나와 있는 여직원 분의 환대, 게다가 이 시간에 웰컴 드링크가 왠 말이냐ㅜ.ㅜ 이 늦은 새벽에 나 하나 때문에 다들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 괜시리 미안한 맘까지 든다. 이 와중에 호텔은 왜 이렇게 예쁜 것인가. CBD 지역인 텔록 아이어의 오래된 건축물을 그대로 살려 오픈한 아모이 호텔은, 19세기 중국인 이민자의 삶을 벽화와 한자 레터링으로 아름답게 스토리텔링했다.
Cozy Single Room
1인실인 코지 싱글 룸은 방 구조가 세로로 길쭉하게 트여 있는 모습이 상당히 독특하다. 오래된 건물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객실은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해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빈티지한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이 만나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특히 벽쪽으로 길게 붙여놓은 아늑한 침대는 동양적인 문양의 침대틀 장식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침대 위에 놓인 페레로 로쉐 초콜릿 밑에는 직원이 손수 정성들여 써놓은 카드가 살포시. 내가 사랑하는 부티크 호텔만의 개성과 정성이 모두 갖춰진 호텔임을,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꼼꼼하게 어메니티를 갖춰놓은 세면대는 욕실 밖에 따로 마련되어 있고, 부스형 욕실은 화장실과 샤워실로 나뉘어져 있다. 특이한 점은 나무로 된 욕실 바닥이다. 처음에는 불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샤워를 해보니 물도 잘 빠지고 맨발로 바닥을 밟았을 때 일반 욕실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미니바와 커피머신은 이곳에 머무는 이틀동안 여행의 작은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미니바의 음료와 맥주는 든든하게 채워져 있고, 프랑스의 캡문도(Cap mundo) 캡슐로 뽑아낸 네스프레소 커피는 언제나 신선했다. 싱가포르의 오래된 풍경을 담은 사진집이 있는 책상에는 매일 룸청소를 마친 직원들의 손글씨가 씌인 카드가 놓여 있다. 아모이에서 만나는 싱가포르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내가 알았던 모던하고 새것같은 싱가포르의 이미지에는 사실 아시아적인 색채가 거의 빠져 있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뒤섞인 싱가포르의 동양적인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해낸 아모이 호텔의 철학이 참으로 멋지게 느껴졌다.
Breakfast @ Amoy
아모이 호텔의 1층에는 정통 일식 레스토랑이 있다. 점심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이 동네에서는 유명한 일식집이지만, 아침에는 호텔 투숙객을 위한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디자인이 강조된 호텔인지라 서양인 투숙객이 훨씬 많이 보였는데, 이 때문인지 볶은 누들 한두 가지와 일식 드레싱을 곁들인 채소 샐러드를 제외하면 심플한 서양식 뷔페에 가깝다.
간단한 뷔페, 테이블에서 주문받아 만들어주는 계란 오믈렛을 곁들여 든든하게 챙겨먹는 여행의 아침. 돔 천장에서 은은하게 내리쬐는 자연광이 아침의 풍경을 더욱 쾌활하게 만들어 준다. 식당은 호텔 로비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고, 호텔 입구는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해 있는 활기찬 파이스트 스퀘어(Far east square)로 바로 이어진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호텔 건물 내에 있는 푹탁치 뮤지엄이 현재 공사 중이어서 올해 말까지는 내부 구경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래도 도심 한 복판에 있는, 박물관을 품은 오랜 건축물에 머물면서 싱가포르를 여행한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지금까지 거쳐온 싱가포르의 소형 부티크 호텔 중에는 단연 최고였다. 2015년 트립 어드바이저 톱 호텔 1위는 역시 괜히 1위가 아니구나 싶다.
호텔 예약은 아모이 호텔 공식 웹사이트에서 했는데, 공홈 프로모션이 자주 있는 편이라 오히려 예약 사이트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객실과 가격 상세 보기 클릭! 참고로 아모이 호텔이 소속된 파이스트 호스피탈리티 그룹(퀸시 호텔, 아모이, 랑데부 호텔 등)은 공홈의 프로모션을 항상 주목하자. 20% 수퍼세이버 할인 등의 혜택이 자주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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