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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ingapore

창이공항 직원식당에서 아침을 먹다 &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며

by nonie 201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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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우연히 이런 문구를 보았다. '경험은 관계를 통해서만 확장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이 명제를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공항에서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투어리스트의 좁은 시선으로 마감하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세련된 라운지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보다, 소박한 식당에서 싸구려 음식을 나누어 먹는 순간이 훨씬 소중하다는 걸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 그렇게 싱가포르에서 떠나오기까지, 마지막 1시간의 기억.







창이공항 직원은 어디서 아침을 먹을까?

아침 비행기를 타느라 호텔 조식도 놓치고 서둘러 택시를 탔다. 창이에서 가까운 동네에 사는 친구는 마지막 날까지도 마중을 나와줘서 한결 편안히 공항으로 향했다. 내가 만약 서울에서 현지인 친구를 맞이한다면, 이렇게 해줄 수 있을까? 스스로를 저절로 돌아보게 하는 배려에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끝내자, 그는 뜻밖의 장소로 나를 안내했다. 어머니가 창이공항에서 일을 하신 적이 있는데, 어딘가에 직원 전용 식당이 있다는 말을 들었단다. 하지만 창이공항은 인천만큼이나 크고 터미널이 3곳이나 있어서,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모든 터미널을 다 돌아봐야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도계 여성을 본능적으로 따라가 보니, 지하에 큰 규모의 푸드코트가 뙇!!!ㅋㅋ 사실 창이공항엔 비싼 식당가 아니면 패스트푸드 체인 뿐이라 딱히 먹을 만한 데가 없는데 이런 핫 플레이스가 숨어 있다니. 아직도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혼자선 다시 못갈 것 같다.







직원식당엔 여느 호커센터와 비슷하게 말레이, 중국, 인도 음식 중심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판다. 직원들이 목에 건 사원증을 보여주며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 혹시 일반인은 못 사는거 아닐까 싶었다. 자세히 보니 메뉴판에 가격이 두 가지로 적혀 있는데, 일반인 가격과 직원용 할인가가 나눠져 있다. 일반 가격도 시중에 비해선(특히 공항임을 고려하면) 꽤 저렴하다. 떼따릭(밀크티) 한 잔에 1불 선이고, 왠만한 식사도 2~3불 정도면 충분히 사먹을 수 있다. 이것저것 시켜도 두 명이서 10 SD$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행복한 식당. 







그는 나를 만나는 내내 꼭 맛보게 해주고 싶다던 바로 그 요리, 로띠 프라타를 사왔다. 나는 그동안 옆에 있는 차 가게에 가서 따뜻한 밀크티 두 잔을 사왔다. 계란을 넣고 진득하게 구워낸 로띠 프라타에 바삭바삭한 설탕을 얇게 뿌리고, 새콤한 커리 소스를 푹 찍어 입에 넣으니 5성급 호텔 식사 따위는 개나 줘.....ㅋㅋ 지금도 생각난다. 이 묘한 맛의 향연이.


어릴 때는 로띠에 설탕을 듬뿍 뿌려 먹었다며,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아침식사가 바로 이 인도식 브랙퍼스트, 로띠 프라타란다. 그러니까 그에겐 일종의 소울푸드같은 음식. 이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채 1시간도 남지 않았지만, '현재에 충실하자'는 그의 신조답게 서운함은 잠시 접어두고 끝까지 먹고 웃으며 떠들었던 것 같다. 






@래플스베이 호텔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며, 감사한 분들

수 년 전 단 한 번밖에 마주친 적 없는 친구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낸 순간. 그 한 번의 용기 덕분에 나는 어느 멋진 야경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고, 공항 라운지에서 쓸쓸하게 밥을 먹는 대신 직원식당에서 따뜻한 로띠 프라타를 맛볼 수 있었다. 물론 여행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는 건 경험 만큼이나 위험도 동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삶과 여행은 어짜피 동일선상에 있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과 함께 확장되는 것처럼, 여행도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의 내 여행은 언제나 목적지향적이고 취재를 동반하는 일종의 '일'이나 공부에 가까워서, 친구를 만드는 것에는 사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도 내 여행 스타일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게다. 하지만 분명한 건, 20여일간 세 도시에서 만난 이들과의 추억이 앞으로의 내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내 여행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자기위안으로 점철된 수박 겉핧기로 끝났을 게다. 올해가 가기 전에 멋진 삶의 하이라이트를 또 하나 새길 수 있도록 도와준 새로운 친구들에게, 그리고 이번 여행이 성사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신 관련업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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