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의 호텔여행 마카오 편 -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St. Regis Macau)
마카오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 내노라하는 명품 호텔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두루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매년 새로운 호텔을 오픈해놓고 나와 같은 호텔여행자를 유혹하는데, 작년 말에 오픈한 세인트 레지스 역시 그 중 하나다. 세인트 레지스에 체크인하는 순간, 나의 24시간은 개인 버틀러가 빈틈없이 관리해 준다.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시간'으로 정의한 이 호텔의 철학은, 객실부터 모든 부대시설과 대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묻어나 있어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픽업부터 인룸 체크인까지, 원스톱 버틀러 서비스
반얀트리 체크아웃 후 미리 예약해둔 픽업 차량을 타고 마지막 호텔, 세인트 레지스로 향했다. 정오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동했다면 무척 번거로웠을텐데, 짐도 옮겨주고 우산도 씌워주며 빠릿하게 움직이는 스탭들이 처음부터 인상적이었다. 차량에 탑승하자, '미스 김, 도착하면 어떤 차를 드시겠습니까?'라고 묻더니 무전으로 오더를 전달한다. 이쯤 되니 슬슬 세인트 레지스의 서비스가 기대되는 순간.
로비에서부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시는 지배인과 매니저들의 환대를 받으며 객실로 이동했다. 체크인 수속은 객실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버틀러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일반적인 호텔 서비스는 내선 0번을 누르면 되는데, 세인트레지스에는 버틀러 전용 회선이 따로 있다. 버틀러 서비스에서 가장 유니크하다고 느꼈던 건 Packing & Unpacking 서비스, 그리고 무료 다림질 서비스다. 여행에서 가장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이 짐을 싸고 푸는 일인데, 그 과정을 대신 해주는 것.(고급스러운 포장지로 하나하나 정성들여 짐을 싸준다) 또한 현관문 옆 버틀러 서랍에 하루 최대 3벌의 옷을 넣어두면, 예쁘게 다림질해서 옷장에 걸어둔다. 어느 새 내 옆에는 아까 차량에서 주문이 들어갔던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룸서비스로 준비된 마들렌 한 접시가 놓여 있다.
신속한 인룸 체크인 후, 비로소 숨을 돌리며 찬찬히 방을 둘러볼 시간이다. 이전의 호텔과는 또 다른, 차분하고 진중한 세인트 레지스의 분위기. 비취색으로 포인트를 준 카펫과 침구는 마카오의 옛 건축물에 새겨진 무늬와 컬러를 꼭 닮았다.
흐릿한 빗줄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창밖으로 눈을 돌려 보니, 베네시안 리조트와 시티 오브 드림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올해가 지나면, 여기에 파리지엔이라는 또 다른 그림이 추가될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호텔 전쟁터는, 그냥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나같은 여행자에겐 그저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기본 디럭스 룸이지만, 최고 레벨의 호텔답게 객실 자체는 꽤나 넓고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특히 일반적인 호텔에는 흔하지 않은 드레스룸이 욕실 가는 길에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가방대에 짐가방을 올려놓고 옷을 입거나 채비를 하기가 무척 편리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객실의 빈 서랍에 내 물건을 넣거나 빈 옷걸이에 옷을 걸어두거나 하지 않는다. 자주 호텔을 옮기다보니 짐정리와 분실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짐가방을 따로 둘 공간이 있고, 거기서 바로 옷을 꺼내입거나 욕실을 오가는 동선이 무척 편리했다. 또 두꺼운 테리천의 배스로브가 아닌, 얇고 바삭바삭한 재질의 세인트 레지스 배스로브는 특히 마음에 쏙 들었다. 딱 만져보고, 앞으로 이틀밤의 꿀잠은 예약. :)
어쩌면 욕실 디자인도 다들 이렇게 다 다른지. 지극히 동양적인 젠 스타일의 반얀트리에 있다가 세인트 레지스에 오니, 여기는 무려 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욕실이다. 왠만한 호텔 미니 사우나 정도 되는 크기에,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샤워부스와 화장실, 그리고 욕조.
짐 정리나 옷 다림질 등은 버틀러에게 맡겨 두었다면, 조금 더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은 어디다 쓸까. 세인트 레지스는, 욕조에 누워서 TV를 보며 푹 쉬라고 내게 속삭인다. 욕조 한 켠에 준비된 얇고 가벼운 리모콘의 버튼을 누르면, 내 얼굴 밖에 보이지 않던 거울 한 복판이 급 TV로 변신한다. 뉴욕의 랭햄 플레이스에서도 누렸던, 행복한 욕실 엔터테인먼트의 시간.
Dinner @ The Manner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세인트 레지스의 더 매너로 향했다. 호텔을 닮아 품격있는 분위기가 흐르는, 이름부터 '매너'인 레스토랑. 그러니 최소한 저녁 타임엔 옷차림에 조금 신경을 쓰는 게 좋다. 그래도 여느 대형 호텔 레스토랑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편안한 분위기다. 게다가 코스가 아닌 단품으로 여러 개 주문해 맛을 볼 수 있고 식재료의 퀄리티를 살린 심플한 디쉬가 많다. 저녁에 가볍게 와인 한 잔과 함께 이것저것 맛보기에 딱 좋다. 전채로는 추천받은 무화과 프로슈토부터 시작했는데, 눈 앞에서 햄을 통째로 가져와 썰어주는 남다른 클래스를 경험했다. 빵과 함께 나오는, 해초, 페퍼 등을 가미한 갖가지 버터도 예술이다.
이날 점심 때 쉐라톤의 베네에서 식사를 너무 과하게 한 탓에, 저녁에는 좀 가벼운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주문한 메인 요리가 생선 스테이크와 바질 리조또인데,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메뉴답게 무척 훌륭했고 담백해서 부담이 없었다. 아이스크림과 크럼블을 곁들인 브라우니까지 한술 뜨고 나서야, 비로소 저녁 식사 대장정 마무리.
객실에 돌아와 보니, 침대 맡에는 '다림질한 옷이 옷장에 들어 있습니다'를 알리는 버틀러의 정성스런 손글씨 가 남겨져 있다. 저녁 먹기 전에 구겨진 윗옷 한 벌을 버틀러 서랍장에 넣어두고 갔는데, 두세 시간만에 신속하게 다림질을 마쳐 예쁘게 걸어 두었더라.
세인트 레지스는 사실 국내에는 SPG에 속한 브랜드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살아있는 호텔계의 조상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토마토 맛의 칵테일 '블러디 메리'를 처음 만들어낸 호텔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가 특별히 선보이는 블러디 메리를 마시러 출동했는데, 그 후기는 다음 편에서.:)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는 중화권 호텔 예약의 최강자, 씨트립에서 예약했다. 마카오 호텔 담당자들도 다 인정하는 씨트립만의 최저가, 가격비교만 돌려봐도 금방 나온다. 최저가 예약 뿐 아니라 일부 호텔의 경우 조식이나 다른 서비스도 포함되기도 하니 씨트립에서의 예약, 강추.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 객실별 가격 상세 보기 (클릭)
동영상으로 보는 세인트 레지스 후기는 아래 인스타그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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