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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가 도래하던 즈음부터 인터넷 업계에서 실제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유독 한국에서는 음악을 테마로 한 소셜 서비스의 발전이 더디다는 것이었다. 냅스터와 같은 P2P를 원형으로 한 온갖 불법 음원 공유 서비스(대부분의 서비스가 지금은 유료 서비스화 되었지만) 외에는 딱히 소셜 뮤직 서비스라 할 만한 것이 없었고, 또 소비자들 역시 쓸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단지 원하는 음악을 신속하게 듣고 싶어할 뿐, 음악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거나 전문 컬럼과 리뷰를 읽으며 예전처럼 음악을 천천히 소비하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 보였다. 인터넷 1세대 끝물인 2005년에 흑인음악 웹진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했던 내게 음악과 네트워킹이라는 두 키워드는 머릿 속의 어려운 화두였고, 애석하게도 답을 내지 못한 채 SNS 시대를 맞았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도 위치 기반 서비스부터 각종 커뮤니티와 문자, SNS는 모두 실시간으로 진화하는데 여전히 음악과 관련된 서비스는 저작권이라는 무거운 장벽에 갖혀 세상 밖으로 좀처럼 나올 기미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를 위시한 해외 IT 업계에서는 소셜 뮤직을 중요한 차세대 동력으로 보고 점차 다채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다. 음반 시장이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변하면서 음악에 대한 소비는 전보다 더 늘어났고, 사람들은 음악으로 자신의 취향과 아이덴디티를 대변하게 되었다. 음악과 네트워크의 결합은 이제 방법의 문제만 고민하면 되는, 좋은 궁합의 한 쌍이 되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내가 요즘 지켜보고 있는 소셜 뮤직 서비스가 모두 한국인이 창업 멤버이거나, 한국에서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사실이다.
영국의 떠오르는 음악 서비스 송킥닷컴(Songkick.com)은 초기 런칭 때 우연히 발견한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트랙킹(Tracking)'하면 콘서트 일정을 알려주고 예매도 할 수 있는 공연 전문 소셜 서비스다. 음악 서비스라면 꼭 음악을 들려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깨면서 저작권 문제도 자연스레 비껴갔다. 디자인, 매쉬업, 메뉴 등 모든 스타일이 당연히 미국 서비스일 거라 생각했는데 영국발인 점도 신선했지만, 이 스타트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명문 캠브리지 대학 출신의 창업 멤버 4명 중에 Co-Founder인 미셸 유가 놀랍게도 한인 교포다. (트위터에서 그녀와 친척 관계에 있다는 분의 트윗 내용을 보고 알게 됨) 콜롬비아와 캠브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수재가 IT 스타트업을 만들었다는 이력이 너무나 이색적으로 다가와서 그녀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가보니, 지금의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삶에 무척이나 만족하는 듯 했다. 캠브리지에서 만난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시작했다는 송킥닷컴은 이제 실리콘밸리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투자유치를 받는 벤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녀는 송킥닷컴의 전체적인 음악 컨텐츠를 담당하고 음악적인 색깔을 부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웹서비스로써의 송킥닷컴은 페이스북과의 연동을 지원해준다 해도 실시간 푸쉬도 되지 않고 트랙킹된 공연 리스트를 전체적으로 모아보는 페이지로 접근하는 방식이 복잡해서 여러 모로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소셜 뮤직' 서비스로서 많은 점을 보완했다. 특히 아이폰 앱에서는 내 아이튠즈에 들어있는 아티스트를 자동으로 스캔해서 잡아주는 기능이 매우 편리하다. 앞으로는 모바일 서비스로 애용할 계획. 나처럼 해외 여행을 자주 가고 해외 아티스트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들의 공연 스케줄을 체크하기에 더없이 유용한 서비스로 추천한다. 아직 한국 전용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지만 간간히 유명한 한국 아티스트도 트랙킹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아시안 아티스트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송킥닷컴만큼 자세히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 Fanatic.fm 역시 한국인이 런칭한 글로벌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기업과 팬(개인)이 뮤지션에게 후원할 수 있도록 중개해 주는 소셜 뮤직 서비스 Fanatic.fm은 지난 4월에 보스턴에서 열린 Rethink Music 파이널(음악산업의 미래 비즈니스 모델)에 선정된 3개 팀 중에 하나로 뽑혔다. 음원 수익이 통신사와 같은 플랫폼에 기형적으로 배분되는 국내 음악계의 현실을 비추어볼 때, 이러한 서비스가 한국에도 정착되어 많은 뮤지션들이 좋은 음악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면 세상이 좀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서비스의 대의나 비전이 마음에 들고 공감이 된다.
순수한 국내 기업으로는 소셜 음악 네트워크를 준비중인 오프비트(Offbeat)와 모바일 음악 SNS '미로니' 정도를 들 수 있다. 오프비트는 최근 윤종신의 신곡 뮤비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집단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SNS 사업 쪽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보니 앞으로는 좀더 미디어 서비스 쪽으로 발전할 듯 하다. 미로니는 전형적인 음악 SNS인데, 별도의 회원 가입을 해야 하고 아직 사용자가 많지 않아 흥미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는 앞으로 많이 나올 것 같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좀더 다양한 형태의 소셜 뮤직 서비스가 많이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뮤지션과 음악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뮤직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음악 시장의 불균형과 편중 현상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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