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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Netherlands

[유트레히트] 볼거리 풍성한 토요일의 유트레히트, 하루에 돌아보기

by nonie 201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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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의 고향으로 유명한 유트레히트는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가치가 충분한, 아기자기한 멋과 풍치가 있는 소도시였다. 특히 사람냄새 나는 유트레히트를 만나려면 야외 시장이 서는 날에 맞추어 가면 좋다. 내가 갔던 토요일은 찌뿌둥한 날씨에도 곳곳에 시장이 서고 수상 공연까지 열렸던 탓에 도시 전체가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어느 주말에 만난, 유트레히트의 활기찬 표정.







북부의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8박 10일 여행은 서부의 헤이그, 남부의 마스트리히트를 거쳐 다시 암스로 컴백홈하는 네덜란드 한바퀴 일주로 마무리된다. 이 빠듯한 일정에도 동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일단 마스트리히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올라와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아침 일찍 유트레히트로 향했다. 암스->유트레히트까지는 3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아 기차로 가기에 편리했다. 매주 3번 서는 야외 시장을 보기 위해 일부러 오늘로 일정을 맞춘건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유트레히트의 첫인상은 참으로 강렬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역에 도착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에 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온 유트레히트와의 첫만남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필름에 담아본 유트레히트의 여유 넘치는 아름다움은 짙은 회색빛의 먹구름에도 가려지지 않았다. 강가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아담한 옛 건물들과 몇 개의 다리, 멀리 보이는 돔투른이 어우러진 유트레히트는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유럽 소도시의 로망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일단 시장 구경부터 시작!
야외 시장을 보기 위해 유트레히트에 왔다면 어떻게 찾아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차역 밖으로 나가면 바로 시장이 펼쳐져 있으니까. 후라이덴브르그(Vredenburg) 마켓은 매주 수, 금, 토요일에 열리는데 가장 활기찬 날은 물론 주말인 토요일이다. 꾸물꾸물한 날씨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북적한 분위기 속에서 신나게 시장 구경을 시작한다. 신선한 야채 과일같은 식료품은 물론이고 중고 책과 기념품, 직접 만든 수공예품, 생화까지 없는게 없다.







어딜 가든 재래 시장은 꼭 들리는 나이지만, 유트레히트의 시장이 마음에 들었던 건 현지인들의 생활 터전임을 알 수 있는 생생한 삶의 활력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에 왔다면 너무나도 열심히 일하는 네덜란드 아저씨 아줌마들을 만날 수 있는 수산물 가게를 구경할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파는 끝내주는 생선 튀김도 곧 공개. :)

네덜란드에서 꼭 사야하는 먹거리가 바로 치즈인데, 여기 시장에서는 신선한 수제 치즈를 저렴하게 조각으로 포장해 파는 이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다니며 시식도 해보고 구경하다가 한 가게에서 3조각에 5유로로 골라잡는 치즈 세트를 구입했다. 꽤나 묵직한 양인데 단돈 5유로라니, 이런게 시장의 매력!! 한국에서는 1개에 3천원이라는 어이없는 가격에 파는 라임도 여기서는 5개에 1유로 ㄷㄷㄷ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기도 전에 그냥 사버렸다. 뿌듯한 쇼핑:)





우체국 앞에서 만난 소녀와의 재밌는 수다
유트레히트 우체국(Postkantoor Utrecht-Neude)은 유명한 네덜란드 건축가 크로웨르의 작품으로, 우체국이지만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웅장한 건축물로 손꼽힌다. 우체국 앞 광장에서 들어갈까 말까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한 젊은 여자가 내게 말을 건다. "혹시 시간 있으시면 짧은 설문조사좀 해주실래요?" 이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관련한 설문이라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라며 양해를 구했다. 한국에도 이런게 많은데, 네덜란드에서도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지만 뭔가 현지인이랑 얘기할 흔치 않은 기회인 것 같아서 얼결에 승낙했다.

밝은 미소를 지닌 그녀는 (놀랍게도;;) 올해 18살이고 유트레히트의 어느 pre-university 코스에 다니는 예비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대학 가기 전에 예비 과정을 통과한 다음 본격적인 학사 코스를 밟는 모양이었다. 설문조사 일은 현지 고교생, 대학생의 일반적인 알바 중 하나라고 한다. 그녀는 자기의 서툰 영어에 미안해 했지만 나도 뭐 비슷하니 서로 쌤쌤ㅎㅎ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꼭 가보고 싶은 나라라며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한편, 어떻게 이런 먼 나라까지 올 생각을 다했냐며 신기해했다. 여기서 만난 대부분의 관광객은 영국, 폴란드 등 주변 유럽인들이었다고. (한국에 왜 오고 싶냐니까, 유트레히트의 한결같은 이 흐린 날씨가 너무 싫단다. 서울의 Sunny한 5월 날씨를 얘기해주니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한 표정을 ㅋㅋ)
설문조사 내용이 관광의 목적과 이 도시에서 얼마를 쓰는지, 뭘 보고 싶은지와 같은 내용이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나라와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서 한 30분은 재밌게 떠들고 헤어진듯. 트위터 계정이 적힌 명함을 줬는데 그녀는 트위터를 아직 안한다고 했다. 언젠가 온라인으로나마 만날 수 있길.:)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탑, 돔투른을 만나다
높이만 무려 112미터. 돔투른(Domtoren)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중세 도시 유트레히트의 상징이다. 도시 어디에서도 이 탑이 보이기 때문에 찾아가기도 쉽다. 파리에서 에펠탑 가듯이ㅎㅎ 일본에 재현한 네덜란드 '하우스텐보스'에도 이 탑을 복제한 건물이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탓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탑을 통과하면 너른 광장이 나오는데 조각상들과 큰 나무로 둘러싸여 옛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돔투른 앞 광장 한켠에는 유트레히트 VVV(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따로 기념품을 사러 갈 시간이 없는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유트레히트의 자랑인 미피 관련 상품과 특산물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간단한 쇼핑하기에 좋다.





돔투른을 지나면 강가를 따라 많은 상점과 식당이 늘어서 있다.


강 위에서는 선상 오페라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탈리아 축제의 한 프로그램.



유트레히트는 온통 이탈리아의 열기로 가득! 지로 이딸리아(Giro d'Italia)
그저 토요일의 야외 시장을 보려고 방문한 유트레히트, 하지만 강 위에서는 무대 장치 같은게 꾸며지고 거리에는 온통 슬로건과 축제 분위기가 가득했다. 알고보니 아까 우체국 앞에서 만난 소녀가 얘기해 준 그 생소한 축제 이름이 이거였구나!!!! '지로 이딸리아'는 이태리 홍보를 위해 네덜란드 대도시를 돌며 이루어지는 행사였다. 내일은 암스테르담에서도 같은 행사가 열린다고.

표지판을 따라 이탈리안 마켓도 찾아가 둘러보고, 강 위에서 열리는 선상 오페라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유트레히트에서의 오후가 강물처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선 아기자기한 샵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소도시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필름에 담아본, 내 기억속의 유트레히트와 가장 가까운 풍경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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