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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에서 남쪽으로 3시간 쯤 기차를 타고 벨기에와 국경을 맞닿은 작은 도시 마스트리히트로 향했다. 수천년 전 로마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오래된 도시는 도시 전체가 중세시대의 정취로 가득하다. 반들반들하게 잘 닦인 돌길을 걸으며, 수백년도 더 묵은 교회에서 잠시 눈을 감으며 천천히 여정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 마스트리히트의 첫인상.
암스테르담에서 자주 봤던;; 먹구름과 보슬비는 마스트리히트로 나를 좇아온 듯 했다. 역에서 내려 호텔을 찾아 걷는 길은 축축하고 쌀쌀했다. 하지만 몹쓸 날씨도 이 오래된 도시의 매력을 가릴 수는 없었다. 수백년 동안 갈고 닦인 단단한 돌길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구시가 특유의 골목을 하나하나 지나며 마스 강의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관광지구로 접어든다. 사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기에 울퉁불퉁한 돌길은 정말 힘겨웠다ㅠ 다리를 건너면 거의 바로 나오는 사진 속 골목에서 왼쪽에 자리잡은 젠덴 디자인 호텔. (후기는 다음 여행기에) 이곳에서 1박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쉴틈도 없이 짐가방만 던져두고 바람막이 점퍼만 뒤집어 쓴채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가장 먼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마스트리히트의 상징, 성모 교회(Onze Lieve Vrouwebasiliek) 앞 광장으로 향한다. 2002년 네덜란드의 여행 잡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뽑히기도 한 이곳은 광장이라기보다는 교회와 어우러진 작은 쉼터로,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밖에서 올려다 보기에도 남다른 포스가 풍기는 이 교회는, 무려 4세기때 처음 건조를 시작해 11세기 경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건축물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처음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지다가 후기에는 고딕 양식으로 마무리되었다고.
교회의 작은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컴컴한 어둠 속의 수많은 촛불이다. 갑자기 여행으로 지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금빛으로 빛나는 촛불은 성모 마리아상을 비추고 있고, 여행자와 현지인 할것 없이 초를 꽃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교회 안은 그야말로 순수한 어둠으로 가득했다. 둥근 로마네스크 풍의 천정 주위로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조금씩 햇살이 비춰들 뿐이다. 기도인지, 묵념인지 모를 잠시간의 휴식을 가진 후 교회 내부로 더 들어가 봤다. 안내인 아저씨가 친절하게 안뜰의 정원으로 안내를 해주신다. 아주 작은 정원이었지만 오랜 세월을 몸소 맞닥뜨려온 성모 교회의 내부 구조를 좀더 세밀하게 둘러볼 수 있다. 아직도 이곳 지하에서는 로마 시대의 유물이 출토될 만큼 고고학 적으로도 매우 귀한 장소라 현재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마스트리히트는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도시다. 반들반들하게 잘 닦인 돌길은 옛스럽다기 보다는 현대적인 쇼핑 거리와 어우러져 색다른 개성을 연출하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서 돌아보아도 한나절이면 충분한 작은 도시지만 곳곳에 세련된 볼거리와 먹거리가 숨어있으니 VVV(여행안내소)로 먼저 가서 지도를 가지고 돌아다니면 좋다. 특히 이곳은 각종 아트 갤러리와 부티크 호텔, 수준 높은 레스토랑 등이 밀집되어 있어 쇼핑만 하고 떠나기에는 아깝다.
벨기에와의 접경 지역임을 증명하듯 곳곳에는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와플 가게가 쉽게 눈에 띈다. 쫀득한 벨기에 스타일 와플이 먹고 싶어 플레인을 하나 주문했더니 손바닥보다 조금 큰 와플에 뽀얀 슈거파우더를 뿌려준다. 한손에는 우산을, 한손에는 와플을 든채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는 천천히 기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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