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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Netherlands

[헤이그] 따스한 햇살의 헤이그를 뒤로 하고 다시 여행길로

by nonie 2010.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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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의 자태에 취해 꿈같은 한때를 보내고 다시 돌아온 헤이그.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상기시켜 주듯 더욱 푸르고 높은 하늘과 쾌활한 거리 풍경이 눈에 밟힌다. 여유가 흐르는 헤이그 번화가 한복판에서 남긴 몇 장의 필름들.








헤이그 안의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맥도날드와 차이나타운은 꼭 있다는 말이 여행을 다닐 수록 더 실감이 난다. 물론 네덜란드의 행정 수도이기는 하지만 크지 않은 도시 헤이그의 중심가 한복판에도, 그 붉은 등은 자신만의 고고한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차이나타운은 특별히 찾아가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갈 수 있다. 갑자기 동쪽 어느 대륙으로 휘리릭 이동해버린 것만 같은 묘한 기분과 함께, 천천히 거리를 걸어본다. 오전 내내 튤립을 찍다 지친 손이 다시금 필름 카메라로 향한다. 헤이그 한 복판의 작은 중국, 그 속을 거니는 서양인 관광객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소리없이 그들의 둥지를 세계 곳곳에 틀고 있는 중국인들, 그리고 아시아인들의 삶은 어떨까 잠시 떠올려본다.
 





오후의 노천 카페에는 빈 자리가 없다
유럽 여행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보기 어려운 풍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이 장면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날이 5월 5일이라 네덜란드에서도 '빨간 날'이긴 하지만, 평일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왠지 유럽에서 오후에 카페를 가면 뭔가 울컥하게 된다. 한국의 2030 젊은이들이 매일 남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 어두컴컴한 빌딩숲에 갖혀 쳇바퀴 굴리는 동안, 얘네들은 일광욕(?)과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면서도 나름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겠지. 이렇게 젊은 애들이 오후에 열심히 놀아도 여전히 우리보다는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모르겠다. 어느 쪽이 정답인 건지는. 암튼 결론은 부러우면 지는 건데, 난 졌다는 거.  









묘하게 음울한 네덜란드의 록음악을 만나다
5월 5일 독립기념일(Liberation Day)은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기념하는 네덜란드의 국경일로, 각 대도시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 숙소로 돌아가려고 기차역 쪽으로 가는데, 어딘가에서 쿵쾅쿵쾅 하는 소리에 발길을 돌려보니 Spui 광장 한켠에 대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신나서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가서 공연을 즐겨보기로 했다. Moss라는 록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신나는 음악은 아니었고 살짝 우울한 프로그레시브;;; 같은 몽환적인 사운드였다. 내 취향은 아니어서 조금 보다가 자리를 떴는데, 아마 스탠딩이 아닌 앉을 자리가 있었더라면 다음 공연까지는 천천히 보고 올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호텔 모자이크의 로비. 햇살이 비쳐드는 아늑한 로비부터 마음에 들었던 곳.





네덜란드 최남단의 고도, 마스트리히트로 향하다
여행하면서 숙소 체크아웃하는 게 시원섭섭할 때는 있어도 아쉽기만 한 적은 많지 않은데, 헤이그의 작지만 멋진 부티크 호텔 'Hotel Mozaic'를 떠날 때는 마냥 아쉽기만 했다. 일정에 여유만 있었으면 하루 정도는 더 묵고 싶었을 정도로 예뻤던 호텔. 헤이그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집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기운과 어우러져 더욱 멋진 추억을 남기고 떠난다.
어느덧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이동시간이 긴 네덜란드 최남단의 유서 깊은 도시 마스트리히트로 간다. 현지 교통수단을 타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혼자 하는 여행도 재미를 붙여갈 때 쯤이면 어김없이 여정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음을 깨닫는다. 다이어리를 꺼내 지나쳐온 발걸음을 정리하고 마스트리히트를 만날 준비도 해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남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꾸물꾸물하다. 이제 마스트리히트에서의 귀중한 하루가 막 시작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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