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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TV에 서울대 정운찬 교수님이 출연하신 걸 우연히 보게 됐다. 그의 책을 전공도서로 삼아 온 대한민국의 경제학도라면 대부분 공감하리라. 그 이름 석자가 주는 포스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였지만 나도 모르게 채널 고정하고 뚫어져라 봤다. 평생을 학문 연구로 점철해오신 분의 발언 치고는 너무나 파격적인 얘기들이 이어졌다. 젊을 때 여행, 독서, 사람 만나기를 통해 창의력과 감성 학습을 게을리하지 말라, 심지어는 공부보다는 독서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사람과 여행은 감성과 측은지심을 길러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당신이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삶이기 때문에 더 힘주어 얘기하신 듯 싶다. 특히 프로페셔널리스트가 되려면 한 가지 학문만 수련하면 되지만, 리더가 되려면 토론과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주된 요점이었다. 지식 자체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둔 감성 리더가 이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형이라는 말씀. (정말 공감한다. 반대 케이스를 겪어봤으니까;;) 부끄럽지만 지금의 내게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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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감성이 부족해진 건 매순간 깨닫고 있다. 주로 손이 가는 책만 봐도 전공 분야에 너무 치우쳐 있다. (그렇다고 대학때 공부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니면서 줄기차게 경제경영만 읽는 건 참 아이러니..;;) 소설, 시, 만화, 게임은 상대적으로 멀리하는, 철저히 리얼리즘+실용주의 사고 노선인 건 인정한다. 그런 나를 거슬리게 하는 게 뭐냐면, 요즘 한국 힙합노래들. 그래도 옛날엔 K-Hiphop의 lyrics 소재가 매우 다양했다. 근데 요새 나오는 랩 가사는 죄다 이별로 시작해 이별로 끝나더라. 그 가사라는 게 은유의 묘라곤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날것 그대로 까발려진 싸디 싼 이별 스토리 일색. 듣는 순간 손발이 오그라들고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기 일쑤다. 요새 유행하는 유치 뽕짝 가사의 여자 소몰이 노래도 저런 랩송에 비하면 양반이다. 거기에 유독 다음 뷰에 메인으로 자주 선정되는 연애나 남녀문제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 제목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나도 안다. 지금 내 감성지수는 말라 비틀어져가기 직전이란 걸. 그치만 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모든게 다 싫고 두드러기가 나는 걸 어떡하나. 심지어 최신가요'만' 듣는 남자도 덩달아 싫어질 정도다. (소개팅 나와서 전 여친과의 얘기 시시콜콜 떠벌리는 것 만큼이나 찌질함;) 더이상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싫어진, 변해버린 내 탓이겠지. 점점 면역력이 커져서 무감각하고 무덤덤해지는 내 모습, 썩 유쾌하진 않다. 어제 교수님이 '가슴으로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이거 큰일이다. 헬렌켈러의 명언을 따오셨다는 교수님의 그 책,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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