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인가? nonie에게 가장 강렬했던 추억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남태평양 괌(Guam)에서의 인턴 경험이다. 유럽 일주로 여름방학을 보내고 맞은 3학년 2학기, 외국땅을 향한 나의 동경은 뭉게뭉게 커져만 갔다. 운좋게 로레알-코스모폴리탄 도쿄 여행에 선발되어 또다시 비행기를 타면서 내 관심은 완전히 해외여행에 쏠렸다. 그때 레이다망에 잡힌 소식이 있으니 (주)한국코카콜라가 개최한 대대적인 이벤트, '환타 펀캠프'다. 당시 코카콜라의 막강한 파워에 힘입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영 이코노미] 괌 `환타 캠프` 행사요원 뽑힌 대학생들
300명 통솔할 `재기발랄` 테스트 95대1 경쟁
젊은이 한밑천, 어디서 뭔들 못하랴
“발랄함과 재능, 넘치는 체력과 열정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자신이 있어요.” 잘 노는 것도 경쟁력인 시대, 청소년 300명을 이끌고 4박5일간 열대 휴양지로 떠나는 대학생들은 어떤 능력을 갖춘 인물들일까?
한국 코카콜라는 최근 ‘환타 펀 캠프 여름 인턴’ 대학생 8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오는 11월 1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괌에서 청소년 3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환타 펀 캠프’의 행사요원으로 투입된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 캠프는 환타 홈페이지를 통해 선발된 청소년들에게 각종 해양스포츠와 바닷속 체험, 바비큐 파티 등을 맛보게 하는 행사다.
◆ 95대1의 경쟁률을 뚫어라!
호기심 많고 혈기왕성한 남녀 청소년 300명과 아무런 사고 없이 행사를 마치려면 보통의 재기발랄함으로는 안 될 터. 인턴 대학생 8명을 뽑는 행사에는 766명이 지원, 경쟁률은 무려 95대1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 야외 수영장에선 서류 면접을 통과한 100명의 지원자 중 8명을 최종 선발하는 대회가 열렸다.
▲ 개성 있는 복장으로 한강 둔치 수영장에서 포즈를 취한 ‘환타 펀 캠프’ 인턴들. 사진 왼쪽부터 양박사·황혜란·고시현·이현아·김하나·우윤정씨. 이들은 “잘 노는 만큼 다른 일도 잘 할 자신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진평기자
여느 인턴 선발대회처럼 어학능력이나 학과성적으로 뽑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 코카콜라측은 소위 ‘철인 5종 경기’라고 이름 붙인 배영 오래하기, 물속에서 물건 나르기, 날아오는 원반 잡기, 수영복 의상 심사, 개인 장기 자랑 등을 통해 인턴사원을 선발했다. 고리타분한 심사보다 여러 사람 앞에서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참가자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것.
에피소드도 많았다. 조금이라도 ‘튀기’ 위해 계란을 준비해 와 서로의 얼굴에 대놓고 깨는 퍼포먼스를 보인 팀이 있었는가 하면, 온몸에 환타병 색깔을 보디페인팅하고 나와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끈 참가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배영으로 풀장을 떠다니면서 버티느라 물을 너무 마셔 점심을 못 먹을 정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덕상 환타 브랜드 매니저는 “어떤 여학생은 물속에서 너무 열심히 춤을 추다 수영복 끈이 살짝 내려가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열정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 재능과 패기로 뭉친 젊은이들
선발 심사가 열린 수영장에서 알록달록한 의상에다 손에 오리발을 착용했거나, 피에로 의상에 선글라스를 쓴 개성 강한 모습의 이들은, 실제론 여느 대학생들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진취적인 젊은이들이었다.
고시현(24·서강대 경영)씨는 군복무 중이던 지난 2001년 10월부터 2002년 4월까지 6개월간 상록수 부대가 나가 있는 동티모르 평화유지군에서 통역병으로 활동했다. 패러글라이딩과 윈드서핑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활력남’. 이번 캠프에는 “추진력과 리더십,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황혜란(22·삼육대 생활체육)씨는 생활체육지도자(3급)·수영지도자·수영심판·라이프가드(Life Guard)·윈드서핑 등 자격증만 5개에 이르고, 태권도 3단의 유단자. 그는 “미래의 꿈인 ‘관광·레포츠 분야 전문가’로 진출하는 데 유용한 경험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윤정(22·숙명여대 경영)씨의 경우는 화장품 품질 모니터 요원, 호텔 연회장 서빙, 라디오 출연 등의 아르바이트로 산전수전 다 겪은 몸. 그는 “활동적인 성격 덕에 각종 행사와 아르바이트를 많이 다녔다”며 “머리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일은 재치와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현아(20·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씨는 “대학에서 마케팅 관련 과목을 배우기도 했다”며 “단일 제품 관련 이벤트로 7년째 장수하고 있는 이 캠프의 비결이 뭔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곧 있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통역 자원봉사자 일도 기다려진다”고 했다.
양박사(25·항공대 경영)씨는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턴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리더십을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리더십과 팀워크를 기를 수 있는 이번 체험이 취업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 환타 펀 캠프에 참가자 자격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 김하나(20·대림대 실내건축)씨는 사실상 이번이 두 번째 캠프 참가. 김씨는 “이번엔 학생들을 통솔하는 인턴사원으로서 더욱 폭 넓은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번 캠프는 ‘남는 장사’다. 윤훈식 한국 코카콜라 부장은 “인턴 대학생들을 통해 젊은이들의 시각과 아이디어를 마케팅 활동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겐 50만원의 참가비와 괌 왕복 항공권, 숙식비가 지급된다.
(신동흔 기자 dhshin@chosun.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인턴기자 황희정 사영경 소재은씨가 참여했습니다.
입력 : 2003.08.20 15:38 54' / 수정 : 2003.08.20 16:36 00
여름에 선발이 끝난 행사라 관심 밖이었는데, 잡지 '키키'(현재 폐간됨) 10월호에 현지 취재할 객원 리포터 2명을 뽑는다는 소식! 수백명이 응모를 했는데 운좋게 최종 3명에 들었다. 면접 자리에서 "제 생각에는...아무래도 제가 뽑힐 것 같습니다"라는 나의 어이없는 멘트에 기자님은 껄껄 웃으시며 '재밌는 친구네"라 하셨고, 합격은 나의 몫이 되었다.
다른 1명은 키키의 일본 통신원으로 활동했던 이예지 언니로 내정되어 있었다. 선발 인원은 사실상 2명이 아닌 1명이었던 셈이다;;; 예지 언니는 당시 졸업반으로 KBS 공채에 PD로 합격한 상태였고, 대학 시절 마지막 추억을 쌓고 싶었단다. 자그마한 체구와 조용하지만 또랑또랑하게 의견을 밝히는 언니와의 첫만남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 캠프 참가자들이 묵은 숙소, 괌 닛코 호텔의 아름다운 전경.
단 한 장의 괌행 티켓을 거머쥔 행복도 잠시, 설레는 맘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나는 아연실색했다. 빡세기로 유명했던 선발 과정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8명의 대학생 인턴은 남달리 기도 세고 개성도 뚜렷했다. 힘겨운 테스트를 함께 헤쳐가며 두터운 친목을 쌓은 그들에게 우리의 존재는 그야말로 '뭥미?'였다. 행사 스탭진 역시 우리의 합류 소식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는지,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사실 객원 기자로 행사 취재만 해도 되지만, 막상 공항에 모인 300명의 친구들과 만나니 가슴이 두근두근해졌다. 행사 주변을 맴도는 기자로만 머물기는 싫었다. 그런데 마침 상황을 보아하니 인솔자 수가 부족한거다! 재빨리 기회를 틈탄 우리는 한 조를 맡았고, 캐빈(인솔자) 역할로 다른 인턴과 똑같이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시작부터 불안하긴 했지만, 예감은 나쁘지 않았다.
행사 첫날부터 인턴에게는 수많은 미션들이 주어졌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인솔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밤마다 스탭진과 함께 행사 진행 회의 및 보고도 해야 하고, 심지어 참가자와 연예인들 앞에서 온갖 장기자랑을 하며 캠프를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예지 언니는 '장기자랑' 얘기에 표정이 창백해지면서, '내가 매일밤 회의 갈테니까 무대에서 하는건 니가 하면 안될까?'. 좋든 싫든 이제 난 기존 인턴들과의 본격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드디어 행사 두번째 날, 모두가 기다리던 연예인 군단이 속속 합류했다. 환타펀캠프가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는 이들 연예인과 합숙하며 액티비티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해 참가한 연예인은 손지창, 박용하, 이정진 등 연예인 농구단으로 유명한 남자 연예인들과 김지현(룰라), 한혜진, 개그맨 윤정수, 탤런트 이종수 등 줄잡아 15~20여 명은 된다. 각 조마다 1명의 연예인이 배치되어 함께 움직이게 된다.
→ 윤정수, 이정진, 한혜진과 기념촬영에 성공한 우리 조 영환이의 모습.
그렇다면 우리 오렌지4조에 합류한 연예인은? 지금은 살짝 잊혀진 여성그룹 '투야'의 김지혜 언니. 밀가루처럼 새하얀 피부에 얼굴크기는 나의 1/2 ㅠ.ㅠ 인지도야 좀 떨어지지만 우리 조 남자대원들의 지지는 하늘을 찔렀다.(이 나쁜 놈들, 내가 좋아, 지혜누나가 좋아? 물으면 언제나 대답은 뻔했다) 당시 송승헌 주연의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 촬영을 막 끝낸 그녀는 예쁜 얼굴 만큼이나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이후 TV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아쉬웠는데 요즘 인터넷 쇼핑몰 사장으로 활동하신다는 후문이....
이후 3일 간의 파란만장한 액티비티가 펼쳐졌다. 물속에서 통나무 메고 경주하기, 동굴 탐험하기, 원주민과 함께 훌라쇼 배우기, 호텔 주변에서 영어로 퀴즈 풀며 보물찾기...그래고 매 경기마다 매겨진 조별 점수는 착착 쌓여갔다. 어린 아이들의 안전도 돌보면서 현지인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는 캐빈의 개인 역량은 매우 중요했다. 다행히 꼼꼼하고 차분하게 뒷정리 잘하는 예지 언니와 적극적이고 리더쉽을 앞세운 나의 조화 덕분에 우리 조는 최상위권으로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날,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일정에 따라 괌의 한 기념품점에 쇼핑차 방문했다. 행사 내내 돈쓸 일이 없던 탓에 다들 기념품과 선물을 구입하기 바쁘다. 차에 올라타서 각자의 득템을 구경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누나, 계산서가 이상해요. 제가 산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낸것 같아요"란다. "억지로 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산것도 있어요"라는 아이도 있다. 단체 방문의 혼잡한 틈을 타서 기념품점 주인이 대목을 노린 것이다. 주인이 한인이라 경계를 하지 않았는데 되려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조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캐빈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언니와 나는 심사숙고 끝에 주최사의 이사님과 과장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기로 했다. 인솔자 역할 외에도 행사를 취재하는 미디어 역할을 겸하는 우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용히 넘어가자'고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윗분들은 우리의 용기를 크게 칭찬해 주셨다.
시상식과 파티가 펼쳐진 그날 밤, 300여 명의 아이들과 스탭진들의 머릿 속에는 '어느 조가 최우수상을 받게 될까?'하는 기대와 궁금증으로 가득차 있었다. 최우수조에게는 물론 멋진 상품들이 주어지기도 했지만, 4박 5일간 열심히 뛰었기에 모두가 마지막 주인공이 되길 기다리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발표되는 순간, "올해의 환타펀캠프 최우수 조는......오렌지 4조입니다!" 믿겨지지 않는 결과였다. 17명의 조원들과 나는 모두들 뛰어나와 얼싸안고 감격했다. 사실 처음 행사에 참가할 때만 해도 우승은 커녕, 기존 인턴과의 팽팽한 신경전과 기싸움에서 지지만 말자는 각오로 임했기에 더욱 기쁨이 남달랐다. 물론 기념품점 사건으로 약간의 가산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다.(아이들은 아마 지금도 모를게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괌에서 펼쳐진 5일간의 추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행사 이후에도 아이들과 모두 일촌을 맺어가며 연락을 했는데, 쬐그맣던 아이들이 지금은 대학에 다닐 만큼 세월이 흘렀다. 캠프 직후 KBS에 입사한 예지 언니는 상상플러스의 프로듀서로 맹활약, 2005년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 쇼/오락 부문 PD상을 받았다. 나 역시 이때의 인턴 경험을 잘 어필한 덕에 1년 후 무난히 취업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스펙이나 커리어를 쌓으려고 참가한게 아니라 순전히 여행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도움을 받은 셈이다. 지금 당신이 대학 시절을 보내고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모든 기회에 적극 뛰어들기를 권한다.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엔 참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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