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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의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온지 벌써 1주일째.
철저한 준비 없이 떠난 자유 여행이어서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각오했지만
생각보다 힘들고 고단한 여행이었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았다.
본격적인 여행 후기에 앞서 모로코에서 느낀 단상과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언급하려 한다.
다음에 모로코를 여행하려는 한국인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1. 모로코 여행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많은 준비와 정보 수집이 필요하지만
모로코는 특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공식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한마디로
'어려운' 나라다. 해외 여행 초보자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우선 관광 인프라가 그닥 갖춰져 있지 않다. 대중교통(기차, 버스)나
숙박시설(호텔, 게스트하우스 등)은 매우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안내표시,
거리표지판 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공항이나 숙소에서 트래블 맵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론리 플래닛이 없으면 현지에서 지도를 반드시 사거나
길찾느라 삽질을 해야 한다. 모로코는 올드 타운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어서
메디나(성곽) 안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기 일쑤다. 가격대비 좋은 숙소들은 꼬불꼬불한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또한 모든 안내문과 언어가 영어가 아닌 불어로만 되어 있다.
언어 문제는 생각보다 여행에 많은 불편을 주었다. 영어가 통하는 곳은
관광객들이 득실득실한 기념품점이나 레스토랑 정도 밖에 없다.
현지에서 여행 정보를 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떠나기 전에
사전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가야 한다.
한국에 관광청도 아직 설치되지 않은 나라인 만큼, 여행 정보 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네이버나 구글을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모로코 여행 후기는 타 지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나같이 10일 정도 여행을 위해 3만원짜리 론리 플래닛을 구입하는 것도
좀 부담스럽다. 현지에서 정말 유용하게 사용한 자료들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 론리플래닛 '아프리카' - 모로코 Part
- 모로코 정보 한글 사이트 '모로코로'
- Rough Guides' Marrakesh Directions (PDF 다운로드는 지난 포스트에)
- 그 외 네이버 블로그, 여행 관련 클럽의 모로코 여행 후기들 모음
- 모로코 정보 한글 사이트 '모로코로'
- Rough Guides' Marrakesh Directions (PDF 다운로드는 지난 포스트에)
- 그 외 네이버 블로그, 여행 관련 클럽의 모로코 여행 후기들 모음
2. 모로코 문화에 대한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여행 전 모로코 여행 후기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모로코에 크게 만족한 한국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고급 리야드를 사전 예약하고 비교적 많은 준비를 했던 한 블로거,
열린 마음으로 모로코와 그곳 사람을 받아들였던 블로거 외에는, 대부분 그저 그렇거나
별로였다는 평이 많았다. 그들은 대체로 유럽 여행 중 스페인에서 넘어온 한국 여행자로,
모로코는 여행하기 피곤하고 미개한 아프리카 나라일 뿐이었다. 사실 그런 글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나 역시 처음 모로코를 방문했을 때는 많이 실망했다. 내가 기대했던 모로코는
환상적인 색채의 골목 풍경, 신비한 고대 메디나의 분위기 등...그저 아름답기만 한 나라였다.
하지만 내가 겪은 첫인상은 기차역에서 내 가방을 강제로 끌어주고 손가락을 비비며
'money'를 요구하는 비굴한 표정의 모로코 남자였다. 동양인은 그곳에서 그저
'동물원 원숭이'일 뿐이다. 길 건너편에서부터 '곤니치와'를 끊임없이 외치며 따라붙는
그들에게는 '동양인=일본인' 공식이 뿌리깊게 박혀있어 한국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모로코는 그런 작은 하나하나가 모여 자기 나라의 이미지에, 더 나아가서
관광 수입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아직 모른다. '투어리즘'에 물들지 않은
여행지를 원한다면 모로코는 적당한 나라다. 하지만 외국인 여행자에 대해 배려와 개념이
없는 나라인 것도 사실이다.
모로코을 여행한다면, 그들이 동양인을 대접하는 방식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인지 현지에는 동양인이 거의 없었다. 소수의 일본인과 중국인을 빼고는 99%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관광객들이었다. 한국 여행자들이 없는걸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여행하다 보니 그렇겠다 싶었다. 단순히 홍보 부족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로코는 한번쯤 가볼 만한 나라다.
하지만 지나친 환상과 기대만 버린다면, 모로코는 일생에 한번쯤은 꼭 가볼 만한 나라다.
같은 아랍권이지만 터키 여행과 비교했을 때 모로코가 힘들었던 건, 그만큼 아직
때묻지 않은 나라라는 얘기도 된다. 주요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일상 그대로의
모로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라케쉬와 같은 큰 관광지에서도
현지인이 주로 가는 소박한 까페나 식당을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확연하게 분리된 느낌이 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느끼기 힘든 경험이다.
지금 모로코는 변화의 과도기에 있다. 도심 한 복판의 맥도날드와 이를 가로막는
미로같은 흙벽의 옛 메디나, 유럽풍의 패셔너블한 젊은이와 검은 차도르의 아랍 여인,
프랑스 TV 채널과 아랍어 TV 채널... 오랜 이슬람 관습과 아프리카라는 지역 특수성 등이
얽혀서 조금씩, 아주 천천히 변하고 있다. 카사블랑카에 들어선 트윈 타워와 그 주변의
자라, 망고 등의 대형 의류 매장은 서구식 문물이 모로코에도 서서히 스며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지금은 올드 타운과 뉴 타운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지만,
대형 마트가 재래 시장을 잠식하는 서구식 발전이 가속화되면 지금의 옛스런 모습은
조금씩 훼손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전에 모로코가 간직한 수천년의 역사와 풍경을
체험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6월에 열리는 에사우이라의 월드 뮤직 페스티발과 로즈 페스티발 등을 구경하지 못한 게
참 아쉽다. 모로코를 방문할 때는 멋진 축제가 열릴 때 맞춰서 가는 것도 좋겠다.
암튼 우여곡절 많았던 모로코에서의 여행기는 이제부터 천천히 연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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