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하와이 호텔여행 - 디즈니 아울라니 리조트 앤 스파, 코올리나
와이키키에서는 하와이 호텔의 역사를 되짚어본 1주일이 흘렀다면, 이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코올리나로 향할 시간이다. 코올리나는 요새 뜨고 있는 신진 리조트들이 밀집된, 하와이 리피터의 숨겨진 호텔여행지다. 여기서 단연 주목할 만한 리조트를 꼽자면 디즈니 아울라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하와이에 3년째 오가며 스무 곳이 넘는 호텔에 묵어 봤지만, 야외 수영시설과 부대시설 면에서는 최고라는 칭호를 줄 수 밖에 없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행복해지는, 디즈니 아울라니에서의 시간.
Check-In
디즈니 아울라니는 처음 하와이를 찾은 2015년부터 가장 와보고 싶었던 호텔이다. 너무나 인기가 많은데다 딱히 성/비수기가 없는 하와이의 특성상, 연중 내내 붐비는 이 리조트를 찾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투숙객의 90%가 일본인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코올리나라는 지역 자체가 한국인의 여행 패턴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일생에 한 두번 오기도 힘든 하와이를 고작 4박 6일로 급히 오가는 한국인의 하와이 여행에서, 코올리나는 아직도 멀고 불편한 지역이다. 게다가 디즈니 아울라니는 호텔 뿐 아니라 '타임쉐어'라는 미국식 콘도 회원권 제도로도 운영되는 곳이라, 사실상 멤버십 위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 그런 이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많이 아쉬웠다. 하와이를 가족여행으로 찾는다면, 와이키키의 대다수 호텔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기 때문이다. 일단 빽빽하게 호텔이 밀집된 와이키키와는 달리 코올리나의 리조트들은 야외 수영장의 규모가 대단히 넓고 다이내믹하다. 이 넓은 리조트를, 일본인과 미국인 여행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단 '디즈니'가 하와이에 세운 유일한 리조트, 디즈니 아울라니의 첫 인상은 로비에서부터 '좀 의외인데?'였다. 캐릭터로 도배되어 있을 것만 같은, 어린 애들이나 열광할 거란 편견과는 달리 너무나 고풍스럽고 세련된 분위기였다. 여기가 디즈니 리조트라는 건 이름을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처음 이 리조트를 세울 때부터 로비에는 하와이의 옛 역사를 내부 인테리어에 담고, 어른스러운 느낌의 디즈니 리조트를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천정에는 섬세한 벽화 속에 원주민들의 역사가 그림으로 담겨 있다. 체크인 카운터 뒤에 펼쳐진 무지개빛 아트워크는, 디즈니가 그림대회를 열어 입상한 아이들의 그림으로 꾸민 것이라고 한다.
디즈니 아울라니의 객실별 가격이 궁금하다면, 위 이미지를 클릭!
Room
더블 베드가 2개 있는 패밀리룸에 체크인을 했다. 4인 가족이 묵기에 딱 알맞는 넓이와 시설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로비와 달리, 객실은 비교적 차분하고 휴식의 목적에 부합하는 톤다운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객실 테라스 너머로는 푸릇푸릇한 코올리나의 자연이 펼쳐진다. 여기는 도심 지역이 아니어서 시티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션뷰가 아니더라도 어느 객실에 묵어도 편안한 자연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객실 역시 디즈니 캐릭터를 촌스럽게 배치한다던지 하는 시도가 전혀 없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더더욱 마음에 든다. 왜 일본에서 젊은 싱글 여행자들이 이곳을 매년 휴가로 찾는지 알 것 같았다.
디즈니 리조트라는 걸 알 수 있는 힌트는, 대놓고가 아니라 슬며시 숨어 있다. 타월 아트의 모양이 미키(혹은 미니) 모양이라던지, 테이블 조명대가 귀여운 미키마우스가 우쿨렐레를 치고 있는 조각상이라던지, 하는 식이다. 그 외에는 하와이의 전통 패턴과 색상을 활용해 점잖고 편안하게 꾸며 놓았을 뿐이다.
커피 메이커는 큐리그를 갖다 놓았다. 그런데 다른 호텔의 큐리그에는 잘 없는, 하와이 로컬 원두캡슐을 서비스한다. 큐리그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맛이 썩 훌륭한 것도 아니지만, 하와이 로컬 커피를 방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편의성은 좋다. 리조트의 특성상 이 넓은 구역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기 어렵고 물가도 비싸니, 커피나 생수같은 기본적인 서비스가 중요하다. 높은 객실료(기본 객실이 1박 500$ 이상부터 시작한다) 만큼이나 이런 부분은 잘 갖춰져 있다.
아쉬운 점은 욕실이다. 물론 하와이 소금으로 만든 욕실제품의 품질은 매우 좋았고, 칫솔이나 여러 어메니티도 아주 잘 갖춰져 있다. 배스가운도 좋은 원단으로 된 것을 갖다 놓았다. 단, 변기의 수압이 너무 세서 물소리가 지나치게 크고(귀를 막아야 할 정도였다), 욕조의 샤워기가 너무 무겁고 불편해서 아이들이 쓴다면 다칠 우려도 있다. 쉐라톤이나 여타 가족형 리조트는 샤워기의 사용법이 매우 편리한데, 이런 점은 개선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하와이와 디즈니가 만난, 최고의 루아우 쇼
수많은 가족여행자들이 디즈니 아울라니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저녁마다 열리는 루아우 쇼 때문이다. 하와이 전체에서도 첫 손에 꼽힌다는 이 루아우 쇼는 다른 호텔의 쇼와 여러 면에서 차별화된다. 일단 디즈니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인데, 이 장점을 십분 활용해 전통적인 루아우 쇼를 재창조했다. 하와이의 오랜 역사를 1시간 내에 역동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디즈니다운 멋진 음악과 댄스, 게다가 아이들이 무대에 나와 참여할 수 있는 순서까지 빼놓지 않았다. 게다가 쇼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는 정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포토카드를 갖고 있다가 지나가는 포토그래퍼에게 사진을 부탁하면 되고, 찍힌 사진은 체크아웃할 때 한 번에 결제하는 상술 시스템이 후덜덜하다. 디즈니랜드 온 줄 알았....
루아우 쇼는 디너와 함께 즐기는 쇼다. 그래서 쇼 직전에 식사부터 시작하는데, 그동안 다양한 하와이안 뷔페를 먹어봤지만 특히 이 곳의 뷔페 음식들은 수준급이다.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신선한 참치 포케부터 통돼지 바비큐에, 디즈니 캐릭터로 만든 다양한 키즈 전용 디저트까지 빈틈이 없다. 바베큐의 경우 껍질을 바삭하게 구워내서, 중국식 소스와 번을 곁들여 완전 중국 스타일로 먹을 수도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담백한 포케와 샐러드가 많아서 더욱 좋았다.
원래 대다수의 루아우 쇼는 스토리가 없고 훌라 쇼 + 불 쇼 정도의 단순한 구성이다. 하지만 디즈니 아울라니의 루아우 쇼는 정확히 뮤지컬적인 구성에 훌라와 불 쇼는 그저 거들 뿐이다. 엄청난 가창력의 배우들이 눈을 뗄 수 없는 연기와 노래, 춤을 보여주니, 디즈니 엔터테인먼트가 하와이 스타일로 구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5~6세 가량의 아이들이 미동도 없이 입을 벌리고 1시간동안 무대만 쳐다보는 진풍경이 여기서는 낯설지가 않다. 부모도 아이도, 모두가 흡족한 쇼이니 매일 수백 명의 예약이 왜 매진일 수 밖에 없는 지를 실감했다. 케이팝 팬이 되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굳이 난타나 방송국 등을 찾아갈 게 아니라 이런 수준의 쇼를 호텔에서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Disney Breakfast
디즈니 아울라니는 조식 뷔페도 평범하지는 않다. 디즈니 브랙퍼스트는 일단 입장부터 거대한 하나의 쇼다. 하와이 복장을 한 이모님이 흥겨운 음악과 함께 돌아다니며 테이블 입장을 안내한다. 메뉴 역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미키 와플부터 고래 모양으로 세팅해 놓은 바나나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여기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가 몇 가지 있는데, 에그 베네딕트와 수박빵, 그리고 레드벨벳 미키 와플을 중심으로 일단 접시에 담았다. 서양식만 있는 게 아니라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리조트의 특성상 밥과 미소시루를 비롯한 일본식도 넉넉히 있으니 밥이 그리운 한국인에게도 걱정없다.
밥을 먹고 있으니, 어디선가 구피가 나타나서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ㅋㅋㅋㅋㅋ 한 시도 쉴 틈이 없는 이 즐거움의 향연이란. 사실 혼자 취재로 온 거긴 하지만 디즈니 리조트에서는 내내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디즈니는 정말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단 한 가지만 연구하는구나...싶었던 것이다. 디즈니를 보고 자란 지금의 어른들, 그리고 2018년의 디즈니(겨울왕국)를 누리는 아이들도 모두, 엄지를 치켜들 수 밖에 없다.
Pools
내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박이었다. 하지만 5년차 호텔여행자의 내공을 발휘해, 체크아웃 직전까지 리조트를 샅샅이 누려주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사실 디즈니 아울라니의 야외 수영시설은 독립된 테마파크라 해도 될 만큼 너무 방대해서 2박 3일을 꼬박 놀아도 부족할 지경이다. 게다가 수영장에서 퍼블릭 비치인 코올리나 비치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비치까지 즐기려면 사실상 3박 4일도 부족하다. 수영장은 워낙 넓고 많아서, 매일 색이 바뀌는 팔찌로 투숙객 여부를 확인한다. 그래서 타월을 수령할 때 반드시 팔찌를 받아 착용해야 수영장에 입성할 수 있다.
메인 수영장은 아이들로 붐비지만, 2층으로 만들어진 인피니티 자쿠지 풀은 오롯이 어른들의 수영장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코올리나 비치에 한참 취해 있다가, 당이 떨어질 오전 11시 즈음 막 문을 연 쉐이브아이스 집을 찾았다. 이곳 풀장에서 이거 하나 안 먹어주면 섭하다. 특히 여기서는 미키마우스 모양의 쉐이브 아이스를 만들어 주니, 놓칠 수 없다. 사실 쉐이브아이스가 가장 맛있었던 집은 마우이 섬에서 한 곳 찾았으니 추후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는 역시 맛보다는 모양이 갑이라는 거.ㅎㅎ 이렇게 아쉬운, 디즈니 아울라니에서의 하루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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