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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hailand

치앙마이의 웅장한 국립공원, 도이 인타논 하이킹 & 커피 농장 탐방

by nonie 2017.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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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6 Senses in Thailand - 치앙마이의 국립공원, 도이 인타논

언젠가 치앙마이를 가봐야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색다른 방법으로 이 곳에 올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치앙마이에서 1시간 떨어진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에는,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 한국에서도 등산을 하지 않는 내게, 비 내리는 산길을 오르는 하이킹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빗속의 사투로 보낸 오전시간을 보상해 주려는 듯, 북부지대의 향기로운 커피는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선물해 주었다. 









비를 맞으며 오르는 산길 @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매끌랑루앙 홈스테이에 묵는 이유는, 근처의 국립공원으로 하이킹을 떠나기 위해서다. 따뜻한 로컬식으로 푸짐하게 조식을 먹었다. 특별히 이 날은 태국의 유명 포토그래퍼 분이 우리 팀을 위해 사진 특강을 했는데, 통역을 거치는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사실 사진 쪽엔 큰 흥미가 없었는데, 수업을 듣고 나니 왠지 오늘 국립공원에 가면 제대로 찍어봐야겠다는 맘이 절로 생긴다. 


하지만 나의 다짐은 궃은 날씨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어 버렸다. 처음엔 약하던 빗줄기가 갈수록 심상치가 않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가 많이 안 올줄 알고 미리 받았던 비옷도 챙겨오지 않았다. 급한 대로 목에 둘렀던 스카프를 둘렀더니 갑자기 중동에서 건너온 처자로 변신..;;









그리하여 라마 6세 왕과 왕비의 기념탑 앞에서, 이렇게 엉뚱한 포토제닉 걸작만을 남긴 채로 나의 국립공원 탐방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점점 세지는 빗줄기에 경직된 내 표정과, 그 와중에 사진찍는 내 앞을 빠르게 지나쳐 가려던 한 남성의 다급한 뒷 모습. 


하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국립공원의 아침 하이킹은 꽤 좋은 시간으로 기억되었을 법 하다. 왜냐면 나처럼 등산을 못하는 사람에게도 적당한 짧은 코스인데다,(차량이 중턱 이상까지 다 올라간다) 이곳 기념탑도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열 프로젝트 레스토랑에서 먹는 점심

이곳 국립공원에는 푸미폰 국왕의 중요한 과업인 '로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식당과 숍이 있다. 전체적인 규모가 꽤 커서, 우선 식사를 하고 다른 곳도 둘러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정 중에 가본 레스토랑 중에 가장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손에 꼽을 만 하다. 개방형의 인테리어가 아름답고,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사람도 엄청 많았다. 메인으로는 오리고기 요리를 주문했는데, 이곳 로컬 커피를 넣어 스모키한 향이 나는 소스가 매우 개성이 강했다. 









디저트까지 마치고 근처에 있는 로열 프로젝트 숍에 들러 이것저것 쇼핑을 했다. 말린 과일부터 차, 커피까지 매우 다양한데, 커피는 다음 일정이 농장 방문이라 잠시 미뤄 두었다. 나는 로열 프로젝트의 브랜드를 단 허브 치약과 힐링 밤 등을 샀다. 








태국 북부의 커피를 만나다

관광청 관계자 분들은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는 나에게 '치앙마이는 커피의 도시에요'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물론 치앙마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현대적인 카페가 많이 생겨서일수도 있지만, 이곳 북부가 태국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라는 것도 한 몫 한다. 이번 여행의 특성상 치앙마이의 시내는 못 가지만, 작은 로컬 커피농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우리 숙소가 있는 매끌랑루앙에 위치한, 작은 커피가게를 찾았다. 이곳을 운영하시는 분은 미얀마의 소수민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과거 마약 재배로 피폐하고 가난해진 북부를, 지금의 고 국왕이 로열 프로젝트로 일으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농작물이 바로 커피다. 이 때 태국인 뿐 아니라 주변 국가에서 건너온 여러 소수민족도 차별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이곳 커피 가게에는 생소한 옛 방식의 농기구가 많았다. 원두를 가는 기구 또한 철로 만들어져 꽤나 묵직한데, 통에 원두를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곱게 갈린다. 몇 번 돌려보니 힘이 적잖게 들어간다. 집에서 매일 커피를 갈아 마시지만 믹서기로 3초만에 원두를 갈다가 이런 방식을 접하니 어찌나 신기하던지. 








방문객이 워낙 많은지라, 수십 잔의 커피를 한 방에 내려 주신다. 융드립 방식으로, 천으로 된 드리퍼로 여러 번 커피를 우려내어 잔에 따른다. 마셔보니 역시 커피 오일이 약간 있고 맛이 꽤나 진하다. 한 잔으로는 너무 아쉬워서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근처 커피농장에서 처음으로 커피체리를 영접했다. 커피나무와 기후가 맞지 않는 한국에서는 커피체리를 볼 일이 없는데, 이 또한 어찌나 신기하고 뜻깊은 경험이었는지 모른다. 농장까지 둘러보고 나니 확신이 생겼다. 분명 이곳에서는 좋은 생두를 판매할 거라는 확신. 가이드 분들의 도움을 받아 물어보니, 원하는 무게 만큼 포장해서 무려 우리 숙소까지 가져다 주신다고!!! 1kg에 300바트라는 혜자로운 가격까지 정말 감동적이다. 


이 곳은 쏨싹 커피라는 곳이고, 위치는 매끌랑루앙 홈스테이 근처다. 바로 근처에 카렌족의 옷을 파는 곳도 있으니 두루두루 둘러보기 좋다. 구글 지도는 여기.










숙소에서, 저녁

뿌듯한 원두 포장주문을 마치고, 예쁜 라이스필드를 따라 천천히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뭔가 거창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불 위에 둥근 뚜껑같은 판이 씌워져 있고, 가장자리엔 빙 둘러서 홈이 파여져 있다. 육수가 끓고 있는 가장자리 홈에는 누들이나 야채를 넣어 익히고, 중앙에는 고기를 올려놓으면 구워 진단다. 뭔가 신박한데, 먹어보면 샤브샤브와 구운 고기를 같이 먹는 맛? 우리가 6개국에서 온 팀이다 보니 저마다 입맛도 다른데, 내 입맛엔 삼겹살이 짱인데 영국이나 미국에선 소고기만 먹으니 분배가 잘 된다 .ㅋㅋ    


이날 저녁이 여행 9일차였으니, 이제 귀국 포함 3일도 안남은 시점이다. 다들 어느 정도 친해졌는데 곧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마도 이날 저녁은 내심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싱하 맥주 한 두잔과 함께, 여행 막바지의 아쉬움을 달래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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