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Luang Prabang -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커피 한 잔

비록 행사 취재를 위해 방문한 루앙프라방이지만, 일정 중에 종종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다녔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커피 산지 중 한 곳이어서, 라오스의 원두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다행히 루앙프라방에는 곳곳에 예쁜 카페가 꽤나 많았다. 그 중 대부분의 카페가 모여있는 야시장 메인로드를 조금 비껴나, 메콩 강변에 있는 한적한 카페를 찾아 다녔다. 루앙프라방의 느린 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끽했던, 세 곳의 카페에서 마신 커피들의 기록. 








커피만으로 충분한 카페, 사프론

내 여행의 테마에선 커피가 빠지지 않는다. 카페 말고, 커피가 내겐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음식이나 디저트를 함께 취급하는 일반 카페 보다는, 커피 자체를 전문으로 다루는 로스터만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루앙프라방에 아무리 예쁜 카페가 많다 해도, 내 기준에선 갈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특히 한국인이나 관광객이 꼭 간다는 조마 베이커리 같은 곳은 크게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가게 된 첫 카페가 바로 사프론이다. 로스팅을 직접 하는 곳이고 커피 관련해서는 루앙프라방에선 첫 손에 꼽는 곳이라, 여기 원두를 쓴다고 광고하는 로컬 카페도 많다. 위치가 살짝 애매한데, 강변 쪽이라 메인 로드와는 훌쩍 떨어져 있다. 일단 여기 도착할 즈음엔 더위에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기 때문에ㅎㅎ 시원한 아이스 커피부터 한 잔 받아놓고, 카페 구경은 천천히. 









확실히 사프론은 루앙프라방에 널려있는 고만고만한 배낭여행자 카페와는 사뭇 달랐다. 로스터리이기도 하지만 '브루 바(brew bar)'를 표방하는 카페 답게, 핸드 드립부터 콜드 브루까지 원두 산지와 추출 별로 메뉴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당연히 여기서 블렌드한 원두도 구입할 수 있는데, 사프론의 원두는 라오스 북쪽의 커피 농장에서 수확한 아라비카 빈을 다룬다. 주문한 아이스 커피는 크레마가 그대로 살아있는 게,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진다.  










메콩 강변에 있는 카페들이 참 좋은 이유는, 이렇게 창가를 바라볼 수 있는 바를 꼭 만들어 둔다는 것. 언제까지라도 앉아 밖을 바라보고 싶은, 그런 순간이 하염없이 흘러간다. 밸런싱이 훌륭하고 얼음으로 온도를 낮춰도 향이 버티고 있는 신선한 커피 한 잔, 그리고 눈이 부시도록 파란 나무들과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시간도 함께 흘려 보낸다. 올해 초에 정신없이 핀란드에 갈 때만 해도, 내가 초여름에 루앙프라방에 이런 일로 초대되어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는데. 참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아마도, 내년엔 더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길 듯. 









강변에서 마시는 라떼 한 잔, 메콩 커피 라운지

다음 날, 다시 메콩 강변으로 내려와서 다른 카페를 찾았다. 사실 이 날은 아침에 죽집에서 로컬 커피도 한 잔 들이킨 다음이라, 딱히 카페를 오려던 건 아니었다. 하필 국립 박물관 관람시간을 놓쳐서(점심 시간에 꽤 오래 문을 닫는다)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것이다. 사프론은 어제 가봤으니 오늘은 그 옆에 있는 메콩 커피 라운지에 가볼 차례다. 구글 평점도 꽤나 좋다.

 

다행히 이곳도 커피 만큼은 빠지지 않는 듯 했다. 특히 자체 블렌드가 눈에 띄는데, 메콩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라오스와 태국, 인도네시아의 원두를 조합한 '메콩 블렌드'는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유니크한 조합이다. 게다가 이번에 라오스에 오게 된 계기가 이 메콩 지역의 관광 업계 초청으로 오게 된 것이라 더더욱 의미도 있고.ㅎㅎ 요 원두로 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메종 자에 넉넉하게 담겨 나온 시원한 라떼 덕분에, 온 몸을 감싼 열기는 금새 잦아 들었다. 진짜 루앙프라방은 카페 없었으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더위에 강변을 조금만 걸어도 금새 지치는데, 카페 한곳 한곳의 존재가 어찌나 소중한지. 다행히 라오스는 원두 생산지라 신선한 커피를 만나기도 쉬우니 커피홀릭인 내게는 맞춤 여행지나 다름없다. 주인장도 무뚝뚝한 듯 은근 친절하시고, 바와 테이블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공간도 마음에 든다. 다음에도 또 와보고 싶은 곳. 










크루아상과 커피의 시간, 르 바네통

어느 관광지나 그렇겠지만, 루앙프라방도 여행자의 거리라고 할 수 있는 야시장 주변 메인로드를 벗어나면 좀더 괜찮은 곳들이 많이 숨어있다. 메인 거리인 시사방봉 로드에서 좀더 북쪽으로 걷다 보면 금새 한적한 사카린 로드로 이어지는데, 이 길 끄트머리에 프랑스 풍의 작은 베이커리 카페가 하나 있다. 정통 프렌치 크루아상과 크레페를 파는 곳인데, 앞서 들렀던 카페와는 달리 커피보다는 빵과 식사류가 더 유명하다. 늦은 오후에 들러서 식사는 못하고, 뺑오 쇼콜라와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단체 손님 때문인지 카페는 무척 붐볐지만, 문 앞에 앉아 밖을 바라볼 수 있어서 나름 한가하고 좋다. 










더운 나라에서는 발효빵 생산이 매우 힘들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물며 수많은 결을 가진 크루아상처럼 민감한 빵은 얼마나 까다로울까 싶다. 그런데도 특유의 바삭한 식감도 잘 살아있고, 더운 날씨를 피해 냉장보관을 했는지 초콜릿 부분은 아직도 시원하고 단단하다. 달지 않고 쌉쌀한 초콜릿 맛도 좋고, 오늘 하루 도대체 몇 잔째인지 모를 아이스 커피는 여전히 훌훌 넘어간다. 이렇게 한 상 잘 먹어도, 루앙프라방에선 딱히 지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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