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본격 와이키키 탐험을 떠나는 날! 아침엔 하얏트 플레이스의 활기찬 야외 레스토랑에서 무료 조식을 챙겨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작년에 이어 와이키키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흔하디 흔한 쇼핑몰 대신 작은 숍도 많이 알아내고 저녁엔 공연을 예매하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어 좋다. 특히 얼마 전 아웃리거에 문을 연 블루노트 하와이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고퀄의 재즈 공연을 한가롭게 누릴 수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엄청 바빴던, 와이키키에서의 하루.
Breakfast @ Hyatt Place
하와이의 많은 호텔이 조식을 포함하지 않고 객실만 따로 판매한다. 만약 조식을 먹으려면 반드시 조식 포함 패키지를 예약해야 한다. 이곳 하얏트 플레이스는 조식을 별도 요금으로 두지 않고 객실료에 포함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물가비싼 하와이 여행에선 꽤 든든한 혜택이다. 이러한 무료 조식의 경우 아무래도 유료 조식보다는 구성이 간단하고 기본 메뉴만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내가 하얏트 플레이스의 조식에서 눈여겨본 부분은 차와 커피. 커피는 시애틀스 베스트의 원두커피를 로스팅 별로 구분해서 마실 수 있고, 차는 TAZO의 차를 종류 별로 다 갖춰놓았다. 그래서 마실 거리 쪽에선 부족함이 없었다. 음식은 크게 양식과 일식인데, 아무래도 양식 쪽이 더 잘 갖춰져 있다. 아메리칸 기본 구성에, 오트밀과 신선한 요거트, 과일이 더해졌다. 느끼한 디저트 빵 대신 잉글리시 머핀이나 베이글이 종류 별로 잘 갖춰져 있는 점도 좋았다.
하루는 레스토랑에서, 그리고 하루는 객실 내 트레이를 사용해 방에서 차분하게 아침을 먹었다. 레스토랑에선 아무래도 들고오기 어려운 밥 종류를 위주로 먹었는데, 반찬이 조금 부족한 게 흠이랄까. 김치와 미소 등이 있으니, 서양식 섹션에서 계란과 소시지 등만 더해주면 좀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방에서 먹을 땐 에그 베네딕트(첫째 날엔 없던 메뉴)와 토스트 등을 푸짐하게 가져다 먹었다. 커피는 트레이에 가져오기 힘드니, 객실에 갖춰진 캡슐머신으로 뽑아서 마시면 된다.
오리지널 디자인 티셔츠 숍, 88tees
오랫동안 회사원 생활을 했고 지금도 강의를 하는지라 캐주얼을 입을 일이 그닥 없었는데, 여행을 오래 다니다 보니 편안하면서 내 나이에 맞는 예쁜 티셔츠가 필요해졌다. 하와이에 왔으니 좀더 특별한 패션템은 없을까 하다가, 일본인의 추천을 보고 알게 된 와이키키의 작은 티셔츠 가게, 88tees에 가보기로 했다. 와이키키의 대로변인 어그(ugg) 매장 바로 옆인데도, 2층에 숨어있어서 그런지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절대 모를 신비한 위치다. 이 앞을 작년부터 대체 몇 번을 걸어 다녔는데 몰랐단 말인가?
2층으로 올라가니 여긴 티셔츠의 세계. 거의 대부분의 티셔츠가 이 브랜드에서 직접 디자인한 오리지널 제품이다. 가격도 놀라운 것이, 특별한 몇몇 제품만 빼면 대부분 20불의 동일한 가격이다. 뭐 워낙 일본에는 잘 알려진 숍이라, 아라시 등 유명 연예인들의 인증샷이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여기 티셔츠는 디자인이 정말 다양하니, 한 1시간 정도는 티셔츠만 고를 각오를 하고 가야.ㅋ
성인 남녀 티셔츠 뿐 아니라 아동용, 심지어 강아지용 티셔츠도 있다.ㅋㅋㅋ 덕분에 조카딸내미 입힐 티셔츠도 왕창 골라주시고. 한국인들은 여기 자체 캐릭터 피규어를 가장 많이 사간다고 한다. 티셔츠 집에서 피규어라, 신박한 아이템인데.
흔한 하와이 지름신 강림.jpg
위에서부터,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디자인 비치타올(질이 정말 좋다)과 비치백(이건 많이 사서 그냥 주심), 아래는 내 티셔츠 3장, 오른쪽은 우리 조카 티랑 후드 집업. 근데 다 해도 한 100불 조금 넘는 가격. 특히 티셔츠 너무 이쁘다.
이 전 포스팅에 소개했던, 와이키키 비치놀이 때 깔았던 타올이 바로 여기서 구매한 것. 이곳의 대표 캐릭터인 야야가 그려져 있는 밝고 경쾌한 디자인이다. 여행 내내 너무나 유용하게 잘 썼고, 앞으로 다른 나라 비치 갈때도 꼭 챙겨갈 예정.:)
저녁엔, 재즈 공연 보기 @ Blue Note Hawaii
작년 12월 즈음, 미국을 대표하는 재즈 바 '블루노트'가 하와이에 개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없었던 것이니, 이번 여행에선 놓칠 수 없다. 블루노트는 와이키키의 중심인 아웃리거 호텔에 있으니, 하얏트에서 걸어서 10~15분이면 간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해 놓고, 와이키키의 석양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걸어서 공연장으로 향했다.
블루노트 하와이의 오프닝 시즌에는, 세계적인 연주자 케니지는 물론이고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인디 네오소울 뮤지션 마야 아주세나(Maya azucena)를 비롯해 당대 유명 뮤지션들이 공연했다. 아쉽게도 내가 머무는 기간엔 익히 아는 뮤지션의 공연이 없어서, 음악 장르만 보고 재즈-소울 쪽의 로컬 밴드 공연을 예약해 두었다. 티켓 가격과는 별개로, 입장 후 음식이나 음료는 1인당 10불 이상 필수로 주문해야 한다. 나는 마이타이 칵테일 1잔만 주문했는데, 팁까지 포함해 20불 정도로 보면 된다.
하와이를 기반으로 활동한다는 재즈 밴드 '아다지오'는, 왜 '블루노트'인가를 알게 해주는 진짜 후덜덜한 내공을 보여주었다. 우리 귀에 너무도 익숙한 'Fly to the moon' 같은 재즈 넘버는 물론, 그들의 오리지널 넘버도 중간중간 섞어가면서 능숙하게 공연을 이끌었다. 이 밴드의 리더가 매우 유명하고 오래된 키보디스트여서 솔로 연주가 유독 많았는데, 운좋게도 건반 방향에 앉아서 더욱 생생한 사운드를 감상했던 것도 행운이었다. 입장할 때 어디에 앉을 지 못 정하고 있으니 '드럼 쪽에 앉으실래요, 건반 쪽에 앉으실래요?'란 질문을 괜히 한 게 아니었구나.
문득 예전에 감명깊게 본, 백보컬리스트의 애환을 다룬 뮤직 다큐멘터리 '20 feet from stardom'가 떠올랐다. 이 밴드의 메인 보컬 역시, 오랫동안 유명 뮤지션들 코러스를 해온 가수였다. 그녀의 노래에서는 잘 다듬어진 매끄러운 발성과 유려한 애드립 만큼이나, 온전히 자신의 무대일 때만 보일 수 있는 행복이 엿보였다. 끊이지 않는 앵콜과 리앵콜을 뒤로 하고, 조용히 공연장을 빠져 나왔다.
back to hotel
진짜 나이가 들긴 들었나봐. 너무 오랜만에 훌륭한 본토 사운드를 영접했더니 어찌나 눈물이 앞을 가리던지. 마침 호텔에서 선물받은 와인도 한 병 남았겠다, 2차 술상 차리러 ABC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봐왔다. 여기서 과일과 모듬치즈를 한 컵에 담아놓은 기똥찬 아이템을 발견! 그리고 마우나로아도 아주 작은 2불짜리 패키지가 있어서 요걸 샀더니 와인 안주로 그만이다. 공연으로 선물받은 길고긴 감흥, 그리고 캘리포니아 와인의 톡쏘는 청량감과 함께, 와이키키에서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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