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의 호텔여행 싱가포르 편 - 카펠라 싱가포르 & 차이나타운
역대 호텔라이프에 또 하나의 장을 열어준, 카펠라. 아침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조차도, 드넓은 풀장과 열대우림의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 여행의 목표는 차이나타운. 이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그 곳에, 맛있는 집들은 너무나 깊숙하게 숨어있었다. 더위 속에서 열심히 맛집과 쇼핑을 찾아다닌 후엔, 호텔 수영장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카펠라에서의 아쉬운 둘째 날.
Breakfast @ Capella
거진 2주째, 호텔 뷔페를 먹고 있다. 여행 초반엔 온 세상 진미가 집결된 컨티넨탈 뷔페가 대단하게 느껴지지만, 여러 호텔의 뷔페를 바꿔가며 계속 먹다보면,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정확한 비교가 되고 점점 내게 맞는 음식에만 집중하게 된다. 카펠라의 조식 뷔페는, 슬슬 호텔밥에 질릴 법한 내게 새로운 악센트를 주는 메뉴가 꽤 갖춰져 있어 좋았다. 이전에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보기 어렵던 나시레막이나 커리 등이 더해지고, 동양인 고객에 맞춘 일식 섹션도 따로 있어서 한식먹고 싶단 생각이 내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 챙겨먹은 갖가지 토핑의 죽 또한, 중화권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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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아침의 순간은, 따로 주문한 메뉴가 내 앞에 놓여지는 시간. 시그니처 메뉴인 카펠라 베네딕트도 예술이고, 직원 분이 주문을 받으며 "이걸 시키다니, 뭘 좀 아시네"라는 눈빛을 보낸 로띠 프라타도 일품이다. 호커센터에서 사먹는 싸구려 로띠 프라타도 그 나름의 맛이 있지만, 이렇게 우아하게 로띠를 접어서 내오는 고급진 로띠 프라타라니. 푸르른 수영장 전경, 풍성한 날개를 살랑살랑 흔드는 공작새 무리가 지나가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꿈꾸는 듯한 아침 시간을 보낸다.
센토사 섬에서도 중부 남쪽에 깊숙히 위치한 카펠라는 호텔 부지가 넓은 지라, 걸어서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 어제처럼 센토사 익스프레스를 타도 되지만, 오늘은 한 시간에 1대씩 다니는 편리한 카펠라 셔틀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원래 오늘 계획은 센토사 섬을 좀더 깊이 파볼까 했으나,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푸드코트가 몇 달만에 악평으로 뒤덮혀서(싱가폴 사람들, 맛없고 비싼 거 못참기로 유명..) 시내로 바로 들어가기로 했다. 워터프론트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면 시내 어디든 손쉽게 갈 수 있다.
다시 바라보는, 차이나타운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은 모든 관광객이 반드시 거쳐가는 명소답게, 이 일대 전체가 아예 관광기념품만 파는 쇼핑거리로 조성되어 있다. 그나마 로컬과 여행자 모두에게 알려진 미식 스팟 하면 맥스웰 푸드센터 정도인데, 현재 맥스웰은 리노베이션 중이라 영업을 아예 안하는건 아니지만 공사 중이라 다소 번잡하다. 싱가포르에 오자마자 여기 온 건, 여행자들이 전혀 발걸음을 하지 않는 건물, 차이나타운 컴플렉스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이곳 차이나타운을 너무나 많이 와봤기에 당연히 이 건물 앞도 수없이 지나 다녔지만,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알 바가 아니었다. 그냥 옛날 유적지나 오래된 건축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2층에 올라가니, 여느 싱가포르의 수많은 컴플렉스가 그렇듯이 푸드코트가 있다.
재미난 얘기를 들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뭘 파는 지도 모르고 무조건 줄이 있는 곳에 줄을 선다고.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지치면 그제서야 앞 사람에게 묻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뭘 팔아요?"
그 정도로, 싱가포르 사람들은 맛있다고 남들이 인정하는 집에 줄을 서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원래 목표로 조사해온 맛집, 굳이 고개를 돌려 찾을 필요도 없었다. 그 집에만 너무도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곳에 나 빼곤 다 중국말로 얘기하는 로컬들이 30분씩 줄을 서는 그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았다. 내 차례가 가까워오자 앞 사람의 음식이 나오는 비주얼을 딱 보고, 주문할 메뉴를 1가지에서 2가지로 늘렸다. 통구이 오리에서 바로 잘라낸 고기를 얹은 칠리 비빔 누들, 불맛나게 볶아내 땅콩가루를 듬뿍 얹은 야채. 총 6,5 SG$.
단정하건대, 이번 5월 아시아여행 한 달동안 먹은, 비싼 음식 싼 음식 세계 산해진미 다 통틀어 제일 맛있는 두 접시였다. 단지 여기서 밥을 두고 사진부터 찍는 인간은 나 뿐이라는 게, 좀 눈치 보인다는 거.ㅋ
뿌듯한 맘과 부른 배를 안고, 쉴 틈도 없이 디저트를 먹으러 향한 곳은 근처의 매향원. 워낙 한국에도 유명해진 곳이지만 개인적으로 와본 적이 없어서 일부러 들렀다.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은 망고빙수를 시켜먹는 분위기지만, 찬 음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망고 롤과 허벌 젤리를 시켜 몸보신이나 하기로 했다. 맛은 그냥저냥 쏘쏘. 계속 홍콩 쪽에 있다 와서 특별할 게 없고,(게다가 다음 여정이 대만ㅋㅋ) 가격도 너무나 비쌌다. 싱가포르의 진짜 호커센터 다니기 시작하면, 이런 관광객용 식당은 돈 아까워서 못 다닌다는 걸 슬슬 체감 중. 아무래도 히치하이커 싱가포르는 내년에 개정판을 또 내야 할 각이다..쩝.
특별히 차이나타운의 비첸향 매장을 찾은 건, 그동안 찾아 헤매던 루송(육포를 잘게 솜처럼 가공한 식재료, 영어로는 Floss)을 종류 별로 많이 갖춰놓고 판다는 정보를 입수해서다. 다른 매장엔 육포 위주인데, 여기 매장은 루송이 메인이라고 할 만큼 종류가 많았다. 마침 어육 루송은 세일 중이었지만, 내가 찾던 루송은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어서, 직접 여러 종류를 시식해보고 큰 걸로 두 봉다리를 샀다.
사실 이 외에도 피플즈 컴플렉스에서 네일컬러도 하고 재미난 쇼핑을 많이 했으나, 싱가포르 쇼핑 얘기는 연재 말미에 모아서 한번에 하기로. 이번에는 작정하고 쇼핑을 다니는 바람에 사온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서..ㅠ
다시, 카펠라에서의 느긋한 휴식
카펠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야외 수영장이라고 할 만큼, 세계적인 리조트 수준의 넓이와 조경을 갖춘 수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길면 길 수록 좋았다. 차이나타운을 돌며 반나절을 보내고 돌아와, 서둘러 채비를 하고 해가 지기 전에 수영장으로 향했다.
어짜피 수영은 잘 못하니까, 가장 낮은 수위의 풀장에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수영도 하며 쉬고 있는데, 저 멀리 깊은 물에서 한참을 놀던 엄마와 딸들이 내 옆 베드로 온다. 그 중 한 꼬마 여자애가 내게 다가오더니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사왔는데 하나 남아서" 라며 쿨하게 내민다. 유쾌하게 Thank you로 화답하며 받아든 아이스크림 하나. 덕분에 달콤해지는 늦은 오후. 이렇게 카펠라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
카펠라 싱가포르는 중화권 호텔예약의 최강자, 씨트립에서 예약했다. 최근 씨트립이 싱가포르 호텔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 중인건, 현지 호텔리어들도 슬쩍 알려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프로모션 할인을 받을 때, 타사는 세전금액에서 할인되어 할인폭이 작지만 씨트립은 무려 최종 금액에서 할인이 된다. 현재 마스터카드 7% 할인 중이니 저렴하게 예약할 기회 놓치지 말 것. 카펠라 싱가포르 객실별 자세히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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