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투어리즘 업계의 중요하거나 관심 가는 키워드를 틈틈히 포스팅하기로 했다. 여행강의를 직업으로 하고 있고 공공기관이나 큰 강단에 설 일도 많아져서, 혼자만 킵하고 있는 세계 여행업계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공부하고 분석하려는 목적이 크다. 맘편히 여행 다니시는 분들께는 그닥 재미없을 터이니 가볍게 패스하시는 걸로.:)
1. 책임여행 Responsible Tourism
책임여행은 최근 트렌드가 아니라, 공정여행에 이어 시기 상으로는 꽤 된 용어다. 그런데 요즘 인스타그램으로 여행 대리만족;; 서핑을 즐기다 보니 이 단어를 프로필에 쓴 외국 여행자가 꽤 많은 것을 보고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유명 해외블로그 '리브 레스 오디너리' 역시 책임여행을 프로필에 소개하고 있다.(럭셔리 위주의 컨텐츠를 보면 크게 연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책임여행은 단어 그 자체에 뜻을 담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책임감있게 소비하고 관광하는 여행을 의미한다. 유사한 키워드로는 지속가능한 여행(Sustainable Tourism, 위키피디아)이 있고, 내게는 '공정여행'이라는 뜬금포보다는 훨씬 잘 와닿는다.
한국에도 자신을 '여행자'라고 지칭하는 블로거나 여행작가는 많지만 '책임여행'을 자신의 정체성이나 모토로 삼는 케이스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나 역시 호텔 여행을 메인으로 하다보니 그나마 일회용 제품을 최대한 쓰지 않고 현지 숍 소비를 늘리고 있다. 요즘 호텔에서도 남은 비누를 모아 가공해서 어려운 나라에 전달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여행자의 마인드가 먼저 바뀌면 자연스레 호텔과 관광업계도 좋은 방향으로 함께 갈 듯 하다.
최근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오래된 현지 상권에 촘촘히 자리잡은 수많은 한식당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 얘기로는 패키지 관광객은 한식당에 데려가지 않으면 크게 항의하기 때문이란다. 또한 한식당들은 대부분 한국인 대상 여행사(관광상품 구매를 손쉽게 해결해줌)를 겸하고 있다. 이 현상은 최근 인기여행지가 된 라오스도 마찬가지. 지역사회를 존중하고 지키는 것에 포커스를 두는 책임여행이, 아직 갈 길이 먼 여행 방식이라는 걸 실감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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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혼을 치유하는 페스티벌, 원더러스트 Wanderlust
현대사회가 개인의 멘탈을 많이 상처내는 구조로 가다 보니, 정신을 치유하는 '힐링'은 자연스럽게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여행산업 역시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큰 수혜(?)를 입은 분야 중 하나다. 힐링과 여행, 이 둘은 그렇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행상품이 '힐링' 카피를 아무 여행에나 다 갖다 붙이는 바람에 리조트 패키지도, 배낭 여행도, 템플 스테이도 죄다 힐링 여행이 돼버린 게 한국의 현실이다. 직장인들은 다들 아시리라. 1년에 한 번 3박 4일 좋은 호텔 다녀온다고 삶 자체가 힐링이 되지는 않는다는 걸. 해외의 힐링 여행 흐름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요가와 음악 치료, 스파,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건강하게 내면을 치유하는 '축제같은 여행'도 세상엔 있다. 최근 하와이/미주 여행을 준비하다가 원더러스트라는 힐링 페스티벌을 알게 되었다. 마치 60년대 히피즘의 현대적인 부활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축제는 현재 미주/호주 권의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참가비용은 4일짜리 올 엑세스 티켓이 50만원 정도. 조만간 여행 일정에 한번 맞춰서 체험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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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행과 주문형 경제, 어디까지?
이제 공유경제라는 단어는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공유'가 무엇을 공유하는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미국에서는 이미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다.'공유경제, 제대로 알기나 해?'(월스트리트 저널 5/29일자)
공유경제는 이제 주문형 경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맞다. 최초의 공유경제는 남는 공간을 빌려주거나 남는 차량을 빌려주는 '커뮤니티'적 발상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직업'이 되고 '수입'이 되면서 불완전한 또 하나의 일회성 고용형태로 자리 잡았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유경제 표방하는 업체들은 제발 커뮤니티라는 단어로 비즈니스의 본질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엄연히 수수료로 돈 많이 버는 대기업들 아닌가.
생각해 보면 주문경제의 시발점인 Airbnb와 Uber 모두 '여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숙박과 교통을 빼놓고 여행산업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두 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유사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분야 역시 여행업계다. 어제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원더슛'은 누가 봐도 BI부터 UI, 코드까지 Airbnb를 통으로 베껴다 만든 사이트로, 유럽 주요 도시의 포토그래퍼를 여행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중국의 Airbnb 짝퉁 사이트를 3~4개 보면서 역시 짝퉁의 원조답다고 생각했는데, 로고까지 베끼는 유럽도 만만치는 않구나. 어쨌든 수입이 불안정한 개인 포토그래퍼와 현지 스냅촬영이 필요한 여행자의 니즈를 이어준다는 발상 자체는 Airbnb의 아이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실험들이 과연 얼마나 성공할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주문형 고용' 형태가 여행업계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틀리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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