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호텔놀이 세 번째 이야기. Cachet
상하이 첫번째 여행 때도 많은 시간을 보냈던 최대 쇼핑거리 난징시루에, 감각적인 디자인 호텔이 조용히 오픈했다. 부티크 호텔의 1세대 대표주자 지아 부티크 호텔이 문을 닫고, URBN 호텔을 보유한 카셰 호텔 그룹이 이를 인수해 자체 브랜드 '카셰'로 새롭게 전개하는 부티크 호텔이다. 호텔이 있는 난징시루 뒷편 '우장루'는 상하이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숍과 식당이 모두 집결해 있는 알짜배기 거리다. 덕분에 그동안 못사먹고 있던 상하이 유명 맛집 메뉴들,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하루.
빈티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카셰 호텔 스튜디오 룸
이제 막 단장을 마치고 오픈한 카셰 호텔은 어느 가이드북이나 웹상에도 아직 소개되어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부티크 호텔로 유명했던 지아(Jia)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이를 인수해서 리노베이션한 호텔이 카셰 호텔이니까. 우리에겐 생소한 호텔 브랜드지만, 이전 포스팅으로 소개한 URBN을 소유한 호텔 그룹으로 곧 중화권 중심으로 계속 호텔 수를 늘릴 전망이다.
워낙 난징시루 한 복판에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은데, 호텔 입구에서 바로 로비가 나오는 건 아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로비가 나온다. 도착한 시각이 정오 경이어서 한참 클리닝으로 바쁠 시간이긴 했는데, 카운터의 젊은 여직원이 너무 불친절해서(그 뒤에 서있던, 높은 직위로 추정되는 매니저 분은 엄청 친절했다) 당황하긴 했다. 클레임을 하려다가, 여행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아서 일단 패스.
내가 머문 객실은 스튜디오 타입 룸이었는데, 객실도 꽤 넓고 아늑한데다 넉넉한 크기의 소파와 테이블까지 있어서 쉬거나 음식 사다가 먹기에 너무 좋았다. 침대 머리맡의 빨간 패턴 디자인이 빈티지해서 가까이 들여다보니, 무려 '마오쩌둥'...ㅎㄷㄷ 상하이의 디자인 호텔다운 개성을 십분 살렸다.
일반 객실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스튜디오 특유의 주방 시설은 빈틈없이 잘 갖춰져 있었고,(그릇 중의 일부는 지아 부티크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비치하기도 했더라) 욕실은 꽤 럭셔리하게 잘 되어 있어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디자인이나 설비 자체는 마음에 들었는데, 문제는 방에서 미묘하게 담배냄새 비슷한 텁텁한 공기가 흘러서 한참 창문을 열어놓아야 했다. 다행히 환기는 잘 되는 편이라 방공기는 금방 돌아왔는데, 침구에 밴 냄새는 어쩔 수 없더라는. 계속 논스모킹 호텔에서만 묵어서 이런 경험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무척 신경쓰이긴 했다. 나처럼 이런 상황이 싫은 사람이라면 체크인할 때 꼭 논스모킹 룸을 요청할 것. 사실 바로 방을 바꿔달라고 했으면 되었을텐데.ㅋ (나중에 룸투어를 해 봤는데 다른 방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상하이 젊은이의 취향이 한데 모여있는 거리, 우장루
카셰 호텔은 난징시루에서 뒷편 거리인 우장루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그야말로 상하이 중심가에서는 이보다 좋은 로케이션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로변인 난징시루에는 대표적인 쇼핑몰과 브랜드숍이 이어진다면, 뒷편 우장루에는 음식백화점과 화장품 매장, 크고 작은 카페와 분식집으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맛집은 여행 오기 전에 읽은 '상하이 비즈니스 산책'이라는 책에도 등장하는 한식 분식점 '장상한품'이다.
한국 분식을 현지 입맛에 맞추어 저렴하게 파는 체인점 '장상한품'은 한국의 젊은이 두 명이 중국에서 일궈낸 한식 창업 성공사례의 대명사가 되었다. 물론 한류가 큰 기폭제가 되긴 했겠지만, 한국의 흔한 분식이 어떻게 로컬라이징을 잘 해서 하루 종일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우장루에 장상한품 지점이 있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 역시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고, 겨우 빈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김치 수프&라이스(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주문 즉시 계산하고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는 시스템이다. 주문이 많이 밀린 듯 했지만 생각보다 음식은 금방 나왔다. 우리의 김치찌개와 달리 거의 국에 가까울 정도로 국물이 많고 건더기는 별로 없었다. 당연히 매운 맛도 약해서, 앞에 비치된 고춧가루를 치니 간이 대충 맞았다. 그래도 간만에 한식 먹으니 살 것 같구나...ㅎ 근처 다른 식당에 비해 저렴한 식사 가격도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는 포인트인 듯 했다.
오랜만에 매콤한 국물을 먹고 나니 입가심이 간절하다. 우장루에 매장이 2개나 있는 해피레몬에서 신상 메뉴로 보이는 따뜻한 시콰사(감귤의 일종) 꿀차를 주문했다. 통채로 과일을 동동 띄워주는 센스! 안에 든 젤리를 씹는 맛도 재미지다. 김치찌개에 레몬꿀차 코스를 밟고 나니, 으슬으슬했던 몸이 한결 좋아지는 기분이다.
지난 6월 방문 때는 한참 공사 중이던 85도씨 카페가 드디어 오픈! 85도씨는 대만의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 체인인데 드디어 상하이에도 입성했다. 상하이의 해외 카페 체인은 대부분 매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스타벅스, 커피빈, 심지어 한국의 투썸플레이스도 있는데 개비쌈...) 85도씨의 저렴한 가격과 독특한 메뉴가 상당히 차별화가 될 듯 하다.
85도씨의 시그니처 음료인 시솔트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저녁이라 카페인 음료를 마실 수 없어 포기하고, 숙소에서 저녁에 먹을 빵을 사기로 했다. 매콤한 루송을 얹은 빵부터 김과 루송을 섞어 얹은 짭쪼롬한 빵, 피자 빵, 브리오쉬 등 개성 넘치는 빵들이 가격까지 너무 싸서 행복하다. 카셰 호텔 바로 뒤에 있으니 간식 테이크아웃하기엔 딱인 카페. (참고로 앉는 자리는 야외석 빼곤 없음ㅜ 테이크아웃만 가능)
카셰 호텔은 중화권 호텔예약의 갑, 씨트립을 통해 직접 예약했다. 중국 호텔을 예약할 때 왜 씨트립을 써야 이득인 지는 여행 직구 노하우 편에서 자세히 소개했으니 참고하길. 본 호텔은 타 호텔예약 사이트에는 아예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2014/11/27 - 상하이 호텔놀이 2. 호텔의 미래를 엿보다, 에코 부티크 호텔 UR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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