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밴쿠버와 알버타 스키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캐나다는 개인적으로 멋진 추억이 가득한 나라다. 캐나다가 워낙 멀고 드넓어서 아직은 한국에 속속들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특히 '미식' 테마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캐나다 대사관에서 '캐나다의 먹거리'를 주제로 프라이빗한 쿠킹 클래스를 마련했고, 메이플 시럽과 연어를 넘어서는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기 위해 기꺼이 참석했다. 이 날의 주제는 무려 '랍스터'였다.
아침 일찍 한남동 오거리의 다이닝 레스토랑 '5mile'을 찾았다. 캐나다의 단풍색을 닮은 빨간색 문 너머엔 이미 행사가 막 시작하려는 참이다. 기자 시절에도 많은 관광청과 대사관 행사에 참석했지만, 예전에는 프레스를 대상으로 호텔에서 딱딱하게 진행되는 행사가 더 많았다. 오늘 행사는 대사관이 주최하지만 월간지 레몬트리의 쿠킹 클래스이기 때문에, 한결 캐주얼하고 밝아진 행사 컨셉트가 편안하게 다가왔다.
대사관에서 간략히 오늘 행사의 주제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레몬트리와 함께 캐나다의 농수산물과 레시피를 담은 쿠킹북을 만들었다며 책에 대한 소개도 함께 이어졌다. 이 책은 선물로 주셔서 집에 와서 천천히 봤는데, 정식 판매용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드커버에 꽤 알차게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캐나다 동부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허브잼과 식초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어찌나 가보고 싶던지.
이어서 소년상회의 채낙영 셰프가 오늘의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올리브TV에 출연하는 인기 셰프 답게 재치 넘치는 입담을 선보이셨다는.ㅎㅎ 다소 불편할 듯한 테이블에서도 비프 샌드위치에 랍스터 조리 시연까지 무사히 클리어. 수많은 사진 플래쉬 세례에도 아랑곳 않고 프로정신을 발휘하신 셰프님께 박스를 보내며.ㅎㅎ
오늘의 주인공은 캐내디언 랍스터다. 이날은 갈릭 버터와 치즈를 두툼하게 얹어 오븐에 구운 요리를 시연했는데, 랍스터를 가정에서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삶은 랍스터는 반드시 얼음물에 넣어야 한다던가, 랍스터를 삶은 국물은 버리지 말고 육수로 활용한다던가 하는 깨알같은 노하우들.
이어서 점심 식사 시간이 이어졌는데, 그릴 야채를 얹은 볶음밥과 캐나다산 블루베리를 듬뿍 얹은 토스트 등이 랍스터 요리와 함께 나왔다. 아직 한국에서 생 블루베리는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냉동 제품을 많이 사먹게 되는데, 캐나다가 블루베리가 많이 생산되는 국가인 걸 이날 처음 알았다. 블루베리나 크랜베리가 유명하다는 걸 알았으면 여행 때 말린 거라도 왕창 쟁여오는 건데.ㅎㅎ 그때는 메이플 메이플 메이플....이 전부인 줄만 알았다는.
캐나다 하면 '아이스 와인'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날 선보인 와인 외에 내가 새롭게 알게 된건 캐나다의 맥주 세계.ㅋㅋ캐나다에 다녀온 지가 워낙 오래되어 에어 캐나다에서 마셨던 몰튼 캐내디언 외에는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근데 생각보다 캐나다 로컬 맥주 종류가 꽤 많더라. 이날 소개된 무스헤드 라거 외에도 여러 맥주가 있는데 다음에 가면 종류별로 섭렵하리라 다짐을 하며....;
위에서 언급한 '딜리셔스 캐나다' 요리책과 무스헤드 맥주, 이외에도 다양한 캐나다 기념품을 담아서 선물로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내가 새삼 실감한 것은, 캐나다와의 FTA 체결로 당장 4월부터 더 많은 캐나다산 농축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특히 주부들의 질문이나 시선은 꽤나 날카롭고 진지했다. 나는 사실 쿠킹보다는 미식 여행의 관점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한 클래스였지만,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식재료는 그 나라에서 소비하는 미식경험이 가장 값지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만약 또 행사를 기획한다면 여행이라는 키워드에서 캐내디언 먹거리를 즐기는 방법이나 미식여행 루트도 한 번쯤 제시해 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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