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완트 레지던스는 내가 묵었던 타이페이의 5개 호텔 중에 한국에 가장 알려져 있지 않고 리뷰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 곳에서 보낸 하루는 대만 여행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한 차원 높은 정중한 서비스의 진수, 서양식 객실과 일본의 욕실 문화의 환상적인 결합을 보여준 산 완트 레지던스는 진정한 5성급 호텔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트립 어드바이저 베스트 호텔 1위의 위엄
산 완트 레지던스는 FX와 같은 난징 이스트로드에 있기 때문에 택시로 5~10분만에 도착했다. 같은 계열사인 산 완트 호텔도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혼동이 쉽기 때문에 정확한 한자 주소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레지던스라는 이름때문에 콘도같은 레지던스 형태로 착각할 수 있는데 주방시설 없는 일반적인 호텔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유 중에는, 위치가 두 지하철역의 중간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점만 빼면,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충분히 위너가 될 만한 호텔이다.
일본인을 위한 호텔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전체 투숙객의 대부분은 일본인이다. 그래서인지 로비에서부터 너무나 정중하게 투숙객을 맞는 그들의 서비스는 캐주얼한 호텔에만 묵던 내게는 처음엔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서비스가 형식적인 태도가 아닌, 말로만 듣던 'Hospitality'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느끼게 되었다.
사실 대로변에 있는 산 완트의 외관과 입구는 여느 평범한 비즈니스 호텔같아서 길을 걷다가도 휙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막상 로비에 들어오는 순간 번쩍번쩍 빛나는 라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겉과 속이 완전 다른 호텔ㅋㅋ 채광이 환하게 들어오는 럭셔리한 로비 라운지에는 멋진 그림과 고풍스러운 소파들이 자리잡고 있고, 수시로 채워넣는 각종 차와 먹거리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갑자기 비가 막 내릴 땐 여기서 잠시 쉬어가면 딱이다.
품위가 느껴지는 차분한 색감의 파크뷰 객실
3년 전 네덜란드 여행을 계기로, 한동안은 부티크 호텔, 디자인 호텔로 이름난 곳만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 호텔 취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무조건 화려하고 튀는 디자인과 혁신적인 객실 구조가 반드시 여행자에게 좋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이랄까. 산 완트 레지던스는 서비스도 그렇지만 객실에서도 호텔의 기본을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 좋은 퀄리티의 침대와 침구를 갖추고, 집처럼 편안한 색감을 연출해 여행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안정시켜 준다. 내가 묵었던 객실은 파크뷰로, 창 밖으로는 작은 공원이 보인다.
비즈니스 여행자를 배려한 사무용품도 타 호텔에 비해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다. 보통 메모지에 볼펜 수준인데, 여기는 색색깔 형광펜에 화이트, 지우개ㅋㅋ 게다가 미니 복합기까지 있다는! 대만에 출장 목적으로 온다면 이 객실 강력 추천. 아무래도 여기는 일본스러운 세심한 터치가 너무 느껴진다...
목욕탕 부럽지 않아! 일본식 욕조에서 즐기는 스파
넉넉한 사이즈도 객실도 마음에 들었지만, 여기는 욕실이 하이라이트! 흔히 볼 수 있는 Bathtub가 아닌 독립형 욕탕을 갖춘 욕실은 호텔 리조트 포함해서 난생 처음 봤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는. 여기서 따끈한 물에 목욕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맨 오른쪽에는 따로 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진짜 깨알같은 구조.
탕 내부는 요렇게 생겼다. 욕실보다 더 밑으로 지어서, 물을 틀면 서서히 차게끔 되어 있다. 저녁에 목욕을 해보니 계단에 미끄럼 방지도 잘 되어 있고 질좋은 배스솔트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완전 목욕탕에서 온탕 들어가 있는 기분? 대만에서 만끽하는 한국 혹은 일본식 목욕이라니....
바가지를 보니 왜 일케 엄마 생각이 나는지.ㅋㅋ며칠 있으면 후발대로 출발하는 엄마랑 만날 테지만, 엄마를 여기 모시고 왔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에 아쉽기만 하다.
어메니티는 록시땅 버베나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 대만 호텔에서 처음으로 만난 비데! 근데 너무 최첨단(?)이다 보니 변기 뚜껑이 가까이만 가도 자동으로 위잉~하고 열려서 처음에는 깜짝깜짝 놀란다는.
욕실 투어를 마치고 잠시 한숨 돌리기. 창가의 예쁜 소파에 누워 웰컴 프룻도 먹고, 곱게 포장된 펑리수를 드디어 맛본다! 대만 와서 처음 먹는 펑리수라 더욱 기억에 남았던. 근데 갑자기, 흐릿하던 하늘에 비가 추적추적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겨우 오후 1시인데, 나의 오후 일정은 어쩌라고!!! 밖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비 때문에 포기하고, 대신 호텔 2층의 레스토랑에서 점심 때도 간단한 스낵 타임을 제공한다는 반가운 정보를 보고 내려가 보았다.
상시 제공하는 스낵들, 그리고 진심어린 서비스
보통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조식 외의 식사나 간식 등은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보통인데, 산 완트에서는 투숙객을 위해 각종 간식과 컵라면, 음료 등을 오후 시간에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렇게 갑자기 비가 오는 대만을 여행할 때는 이런 서비스가 정말 유용하게 느껴진다. 날씨도 약간 쌀쌀해져서 뜨끈한 새우 라면과 일본식 찹쌀떡, 쌀과자 몇 가지를 담아 왔다. 라면을 집었더니 직원이 얼른 와서 끓는 물 다 부어서 내 테이블까지 가져다줬다. 배가 고파서인지 순식간에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든든하게 오후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비는 아까보다 더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도 안가져온 지라 우선 다음 장소까지 택시만 타면 어떻게 되겠지 싶어 나가려는데, 로비에 서 있던 직원이 큰 우산도 빌려주고, 택시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산을 씌워 태워주고 기사님에게 행선지도 일러주는 완벽한 서비스...ㅜ.ㅜ 덕분에 장대비 속에서 비 한 방울 안맞고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이게 끝이 아니었다.
저녁에 돌아와 자기 전에...우연히 테이블에 왠 과자가 놓인걸 발견했다. 분명 아까 웰컴 프룻과 펑리수 외에는 다른 스낵이 없었는데 이게 뭐지....여기도 미니바는 유료여서 혹시 유료로 판매되는 과자인가 싶어, 오전에 찍은 사진까지 돌려봤는데 분명 없던 거였어!!!ㄷㄷㄷ뭐여....귀신의 짓인가.....
알고 보니 내가 점심 때 레스토랑에서 쌀과자를 맛있게 먹는 걸 본 직원이 조금 더 객실에 챙겨놓은 모양이다. 너무 고마워서 무섭기까지 해!! ㅜㅜ 이 스낵은 잘 챙겨두었다가 나중에 타이난 가는 기차에서 맛있게 잡쉈다는...
어디서 이런 얘기를 봤다. 4성과 5성급 호텔의 차이는 직원이 고객에게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가의 차이라고. 4성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지만, 5성 호텔에서는 고객을 눈으로 따라다니며 먼저 챙기는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5성급 호텔이 다 그런 서비스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산 완트 레지던스는 대규모 특급 호텔이 할 수 없는, 1:1의 정성어린 서비스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호텔임을 보여주었다. 작지만 강한 호텔, 외양의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갖춘 호텔인 산 완트 레지던스에서 나는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산완트 레지던스 홈페이지 http://www.swresidences.com 객실 예약은 아고다에서. 호텔 자세히 보기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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