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허브에겐 가혹했던 여름
올 여름은 허브 농사 3년차 중 가장 힘든 시절로 기억될 듯 하다. 봄에 야심차게 심어놓았던 여러 허브 모종은 연이은 가뭄과 폭우 속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바질과 케일은 잔뜩 씨를 뿌렸지만 거의 파종에 실패했다. 그나마 모종 때부터 상태가 좋았던 파인애플 세이지만이 무성하게 덤불을 만들어 라벤더와 로즈마리를 덮어 버리고, 몇 포기의 바질이 겨우겨우 잎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올 초에 뽑아버렸던 레몬밤, 차이브, 토마토, 파슬리가 저절로(게다가 매우 풍성하게) 잘 자라 나를 놀래켰고, 루꼴라는 벌써 몇 번째 수확인지 모르겠다. 허브 밭 앞에 서있는 순간에는 마음이 어찌나 편안해지는지, 세상만사 근심을 절로 잊게 된다. 나의 일상에 가장 힘을 주는 힐링 레시피는 어느새, 허브 가드닝이 되어버렸다.
Basil
작년까지는 너무 많이 자라 버리기까지 했던 바질이, 올해는 가장 귀한 허브가 되었다. 파종도 쉽지 않았고, 살아남은 모종이 정말 몇 포기가 안된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신선한 바질잎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바질잎을 첫 수확한 날, 가지 오믈렛을 만들었다.
Cherry Tomato
작년에 수확 끝내고 뽑아버렸는데, 땅에 떨어졌던 열매가 쑥쑥 자라 다시 토마토를 만들어 내다니! 정말 이 아이의 생명력이란, 어메이징하다. 열심히 가지치고 애지중지하며 기를 때와는 또 다른, 선물같은 기쁨. :)
Herb Vinegar
혼자만 무성해져버린 세이지를 어디에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모발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바로 허브 식초 린스 제조!
라벤더와 로즈마리도 조금 따서 깨끗하게 씻고 물기 말려서 식초 붓고 유리병 밀봉해서 어두운 곳에 2주 보관하면 ok.
난 허브 식초를 요리가 아닌 헤어린스 대용으로 사용한다. 머리를 감고 마지막 헹굼물에 몇 방울 떨어뜨려 헹궈내면 린스가 필요없을 정도로 머릿결이 부드러워진다. 샴푸의 알칼리성을 중화해 주고 허브의 성분으로 모발과 두피도 튼튼히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린스할 때 두피에는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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