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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Malaysia

KL의 밤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 잘란알로에서 재즈 바까지

by nonie 201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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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내리는 밤거리를 걸어, 잘란 알로

여행 4일 내내 뜨겁지만 멀쩡했던 하늘에, 갑자기 구멍이 뚫렸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이윽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바뀌고, 밖을 나서려던 발걸음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제일 유명한 노천 야시장이자 먹자 골목 '잘란 알로'가 숙소 바로 옆인데, 오늘 밤을 그냥 보낼 순 없지! 결국 우산을 꼭 붙들어 쥔 채 빗속을 뚫고 붉은 등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골목으로 향한다. 보통 이 시간이면 합석 자리도 없을 만큼 붐비지만, 비 때문인지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차라리 다행인건가.





Taken by boram


Taken by boram



KL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잘란알로에서 맛본 프라이드 쉬림프였다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어린 바질 잎과 마늘을 넣어 바삭하게 튀겨낸 새우에 짭쪼롬한 달걀 누들(육포랑 비슷한 맛)을 가득 얹어낸 한 접시는 어떤 고급 식당의 새우 요리보다도 맛있었다. 결국 다음날 다시 와서 포장 주문해서 먹었을 정도. 


비 오는 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시켜본 피쉬볼 누들도 탁월한 선택. 모든 음식이 길거리 음식이라 감히 말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고 신선했다. 비록 오는 길은 험난했지만,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야외에서 즐기는 로컬 푸드의 맛은, 여행의 잊을 수 없는 낭만으로 남았다. 







Taken by boram



KL 최고의 밤을 위한 단 하나의 선택, 재즈바 '노 블랙 타이'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된 쿠알라룸푸르 최고의 재즈바 No Black Tie.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유명한 로컬 & 외국 가수들이 꼭 서고 싶어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Timeout 매거진을 뒤져보니 마침 오늘 공연이 있어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잘란알로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한 10분 거리. 마침 무섭게 내리던 비도 적당히 잦아들고 있었다.


입구에서 매표를 하는데, 예약 손님은 1층 테이블이지만 현매는 2층에서 봐야 한단다. 하지만 음악을 듣기에는 2층이 더 좋다며 우린 흔쾌히 50링깃의 입장료를 냈다. 무엇보다 1층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비해 2층에서는 좀더 집중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내려다 보이는 텅빈 무대는 너무나 멋져 보였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Taken by boram


Taken by boram



그렇게 시원한 칼스버그 한 병을 들이키고 있자니,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늘 밤의 주인공은 멜리사 인돗(Melissa Indot). 그녀를 알고 있던 건 아니었지만, 말레이시아에 워낙에 실력있는 가수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누가 나와도 기본 이상은 하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대 이상이었다. 인디 음악계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알려져 있던 그녀는 한동안 공백기를 갖고 있다가 이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고 한다. 자신의 밴드와 함께 무척 알찬 레퍼토리로 2시간이 넘는 공연을 이어가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녀의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도 너무 좋았고, 리메이크 곡들도 활기 넘치는 편곡으로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날 밤 들었던 연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녀의 곡, Starlight. 세련된 멜로디와 코드 진행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녀의 보이스는 테크닉적으로 완벽하거나 매끈하진 않았지만 카리스마와 개성이 있어 더 좋았다. 관객들은 귀에 익숙한 리메이크(도나 섬머의 Last Dance에서는 클럽이 뒤집어질듯한 열기가..)가 인기가 많았지만, 난 그녀의 오리지널이 더 좋았기에 더 많은 자작곡을 소개하지 못한 분위기가 조금 아쉽기도 했다.





Taken by boram



사실 KL의 전체적인 물가에 비해 No Black Tie의 입장료(음료 포함 1인당 2만원 가량)가 결코 저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날 밤 공연과 바를 체험해 보니, 전혀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1층 관객들을 유심히 보다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공연 도중에 들어와서 맥주 한두잔 먹고 우두커니 앉아있다 1부 끝나고 나가는 것도 봤는데, 아마도 출장으로 와서 대충 유명하다니까 들렀다가 음악을 즐길 줄 모르니 어정쩡하게 있다 가는 것 같았다. 좀 불쌍하기도 하고. 암튼 외국인들이 대부분이고 복장은 캐주얼해도 상관없다. 물론 예쁘게 입으면 더 좋고.^^


공연 스케줄은 홈피에서 확인하면 된다. http://noblacktie.co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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