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가든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가까스로 택시를 타고 이동한 곳은 시내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한가로운 쇼핑 지구, 방사르(Bangsar). 이곳에는 거대한 쇼핑몰 방사르 빌리지 I & II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쇼핑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쇼퍼홀릭 모드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고픈 배부터 채우러 가볼까.
말레이시아의 유명 로컬 체인, 마담콴의 방사르 지점 전경.
마담 콴에서는, 나시레막을 꼭 먹어보길. 강추.
명성에 걸맞는 환상적인 맛의 나시레막, 마담 콴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다가 마담 콴 간판을 보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들어갈 것을 권한다. 방사르의 체인에서도 그 명성은 예외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동안 사먹었던 나시레막은 다 짝퉁이었어!! 로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불만이었던 내 입에서도 '맛있다'는 말이 백번 쯤 튀어나올 정도로, 마담 콴의 나시레막은 말레이시아의 맛 그 자체였다. 코코넛 향이 감도는 치킨과 짭쪼롬한 멸치 무침, 오이, 밥, 계란의 절묘한 하모니는 비빔밥 만큼이나 균형있게 어우러진다.
방사르 빌리지의 로비에서는 예술 전시가 한창이다.
헌 디스켓을 이어붙여 그림을 그려놓은 멋진 작품.
왼쪽의 선풍기에서 바람이 나오면 액자 속의 얇은 철판들이 흔들리면서 미세한 소리와 빛을 낸다.
아트의 향기가 물씬, 방사르 빌리지
두 타워가 이어져 있는 쇼핑몰, 방사르 빌리지는 무척 넓은 규모를 자랑하지만 한적하고 숍의 수가 적은 편이어서 생각보다 금방 돌아볼 수 있다. 로비에는 마침 예술 대학생들의 공모전 전시가 한창인데, 생각보다 수준급의 작품들이 많아서 오히려 쇼핑보다 더 쏠쏠한 볼거리가 되어 주었다.
여행의 감성을 자극하는 멋진 가이드북과 노트가 많다.
세계 각지에서 셀렉트한 인테리어 소품들.
예쁜 것들로 가득! 방사르 빌리지의 추천 숍, Sunday
빌리지 ll에서 우연히 발견한 선데이라는 셀렉트 숍이 오랫동안 나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싱가포르나 홍콩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급의 셀렉션을 자랑한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수입한 멋진 여행 가이드북이나 노트북, 캔들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볼만 하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너무나 예쁜 홈페이지도 있더라. http://sundays.my
변화하는 말레이시아의 커피 신, Antipodean
방사르 빌리지를 구경하고 나면, 가로수길을 연상케 하는 주변의 예쁜 거리를 돌아볼 차례다. 비교적 세련되어 보이는 이 커피숍은 최근 여러 로컬 매체에 소개되는 떠오르는 카페여서 방사르에 온 김에 커피 맛을 보기로 했다. 사실 바리스타인 동생도, 커피 애호가인 나도 말레이시아 와서 제대로 된 원두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던 차다.
참고로 말레이시아의 원두 커피 시장은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 태동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로컬 커피의 맛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이나 유럽식 커피가 아닌, 오래된 인스턴트 맛 같은 커피여서 꼭 스타벅스같은 대형 체인을 가야만 했다.
카페는 오픈된 구조에 블랙과 레드의 모던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커피. 맛은 둘다 아쉬웠다.
벽을 가득 채운 손글씨 메뉴들이 멋스럽다.
이 카페의 원두는 호주에서 직수입한다고 하는데, 포장된 원두를 팔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커피 바리에이션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는 설레임 가득! 바리스타인 동생은 전문가 답게 에스프레소를, 나는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아이스 롱블랙(아메리카노)을 주문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안타깝게도 이 카페 역시 우리가 원하는 커피맛을 선사해주지 못했다. 이상하게 씁쓸한 맛은 남아있지만 밋밋하고 원두의 향이 제대로 살아있지 않았다. 바리스타 동생의 테이스팅 결과로는, 원두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추출 방식에서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해 주었다. 어떻게 보면 말레이시아의 커피 시장은 아직 개척할 여지도 많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고, 우리도 그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오랫동안 이슬람식 차 문화에 익숙했던 이들이 이제 막 서양식 원두 커피의 세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며칠 동안 말레이시아의 커피를 더 탐험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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