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의 호텔여행 타이베이 편 - Play Design Hotel
다시 5월의 대만 연재로 돌아가서, 가장 특별했던 마지막 호텔을 소개해보려 한다. 작년 대만의 크리에이티브 엑스포에 갔다가, 너무나 유니크한 호텔 부스를 발견하고 인연을 텄더랬다. 당시 그 때의 여행기를 보고 개인적으로 어딘지 문의하는 분도 많았는데, 이번에 어렵게 일정을 빼서 그 숙소에서 2박을 묵었다. 대만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든 아름다운 가구와 디자인 소품으로 꾸며진 5개의 객실을 보유한 로컬 호텔이다. 역시 기대만큼 멋진 호텔이었지만, 더 즐거웠던 건 뜻하지 않게 당한(?) 그들과의 인터뷰 시간이었다.
주택가 골목 깊숙히 머무르는, 새로운 여행
5월의 아시아 4개도시 투어는 철저히 특급호텔 위주의 여행이었다. 여러 호텔이 각기 다른 강점을 갖고 있지만 사실 럭셔리 호텔이 주는 가치는 동일하다. 편안하고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시간을 선사한다. 대신 그 편안함이 게으름으로 이어지는 건 순식간이고, 굳이 더위를 뚫고 찾아다녀야 하는 현지문화 체험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3년 넘게, 그리고 평생 해야 할 럭셔리 호텔여행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에 파격적인 숙소를 선택해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는 것이 필수다. 대만에서는 바로 이 곳이 그 역할을 했다.
호텔이라기엔 너무도 현지인들의 거주자 건물에 꼭꼭 숨어있는 이곳은, 밖에선 간판조차 찾을 수 없다. 샹그릴라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탄 택시에서 주소를 보여주니 정확히 건물 앞에 내려주긴 했다. 어렵사리 입구를 찾아 올라가니, 밖에서 보던 허름한 건물과는 전혀 다른 안온한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호텔 스태프인 제니가 반갑게 나를 맞았다. 체크인은 카운터에 놓인 노트북에 직접 앉아서 셀프-체크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공동의 휴식 공간.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모든 객실 디자인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완전히 바뀐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제니와 여러 번 메일을 나누었다. 난 그냥 투숙 예약을 했을 뿐인데, 내 정체(?)를 알게 된 제니가 따로 연락을 해온 것이다. 호텔 전체를 제대로 소개해주고 싶다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먼저 호텔의 5개 객실을 모두 둘러보고 사진촬영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맨날 하는 호텔 촬영에 왜 행운이라는 표현을 썼냐면, 평소 이 객실이 비어있는 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찾은 대낮에는 모두 체크아웃을 했거나 여행을 나가서 모든 방이 잠깐 비어 있었다. 한 마디로 타이밍이 좋았던 셈이다.
크리에이티브 엑스포에서 받았던 첫인상처럼, 이 호텔은 대만의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거대한 쇼룸이자 팝업 스토어 역할을 한다. 진열된 모든 상품은 투숙객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직접 투숙을 통해 체험해보고 구입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런 발칙한 발상을 어떻게 했을까? 이 호텔의 공동 창업자 역시 디자이너다. 그들도 그들의 숍을 운영하고 있고, 로컬 디자인 활성화를 위해 이런 호텔을 기획했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 호텔을 운영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그들에게도 일종의 도전이자 실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15/08/07 - 타이베이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크리에이티브 엑스포 참관기
모든 곳이 마술같은 공간, Magic Room
여기가 내가 이틀간 머물게 될 매직 룸.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멋스럽다. 디자이너가 직접 설계하고 꾸며낸 감각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매직 룸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어찌나 신기한 소품이 많던지.ㅋㅋ 자력으로 윗부분이 회전하는 탁상 조명부터 손만 대면 색이 변하는 조명 등 눈이 휘둥그래 돌아가는 아이템이 한가득이다.
방이 무척 넓기도 하지만, 공간 별로 활용도도 매우 높게 꾸며놓았다. 창문 밑 티테이블에는 대만의 로컬 티백과 예쁜 찻잔이 준비되어 있다. 호텔 바로 옆의 디화제에서 맛있는 녹두케익과 펑리수 사다가 가지는 티타임도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익숙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여행으로 쌓인 피로와 긴장감이 음악과 함께 스르르 편안해진다.
창밖으로는 바로 나무가 우거진 거리가 보인다. 맞은 편이 초등학교여서 아침 일찍부터 아침용 먹거리를 파는 로컬 가게가 이 골목엔 여럿 있다.
입구 바로 옆엔 전신거울과 다양한 디자인 소품이 놓여 있는데, 설명서를 보면서 이것저것 켜고 꺼보고 할 수 있다. 화장실 및 욕실은 특이하게 방보다 턱이 조금 높게 설계되어 있는데, 여닫이 형태로 문을 밀고 닫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핸드워시부터 세탁세제, 그리고 욕실 어메니티는 모두 Chat zu tang의 제품이 비치되어 있는데 사용해보니 완전 고퀄리티다. 디화제의 디자인숍에서 이 제품 파는 걸 봤는데 가격 자체가 후덜덜하더라. 욕실엔 이례적으로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장기 여행자라면 무척 유용할 것 같다.
얼결에 촬영한, 즐거웠던 인터뷰
사전에 제니가 내게 특별히 요청해온 게 있다. 한국인과 대만인에게 나에 대해 소개하는 인터뷰를 하고 촬영하고 싶다는 것이다. 투숙객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는 건 그쪽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한다.(일단 영어인터뷰 가능한 대상이 제한되어 있...;) 내겐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왜냐면 내가 호텔을 취재해도 모자를 판인데ㅋㅋ) 재밌을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하여 다음날 아침 내 객실에 촬영장비가 들이닥치기 시작!ㅋㅋ 미리 보내줬던 사전 질문은 총 5가지인데, 3주동안 다른 나라를 돌고 오느라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어 썩 잘하지 못했는데, 스탭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30분동안 영어로 혼자 계속 말을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유니크한 객실 디자인, 디화제와 닝샤 야시장이 걸어서 3~5분 거리라는 확실한 강점을 가진 호텔이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지는 않다. 일단 객실이 5개 뿐이라 예약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일반적인 호텔이 아닌 레지던스에 가까운 개념이라 조식 서비스가 없다.(스탭에게 물으면 가까운 조식 식당을 알려준다) 그리고 대만엔 이 정도 규모의 소형 호텔이 굉장히 많고 저렴한데, 여기는 디자인 때문인지 1박 12~15만원 선으로 조식 불포함인걸 고려하면 주변 호텔에 비해 확실히 비싸다. 일반 주택을 개조한 룸이라 고급 호텔에 비해 거리 소음이 훨씬 잘들린다. 방음에 민감하면 딱히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 쪽 일을 하는 내게는 이 모든 단점을 다 커버할 강력한 한 방이 있었으니, 바로 여기서 제작한 로컬 가이드북이다. 디화제와 중산 일대의 역사적 스팟과 오래된 맛집을 아주아주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머무는 동안은 미리 조사한 백여 곳의 구글맵을 과감히 버리고, 이 책 한 권만 가지고 다녔을 정도. 그 여행이 얼마나 알차고 깨알 같았는지, 이어지는 여행기로 확인하면 될 듯.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객실 별 상세 안내 페이지로 이동!
※ Play Design Hotel이 만든 가이드북 2권을 특별히 협찬품으로 받아왔는데, 곧 블로그/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을 통해 이벤트로 2분께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이벤트는 곧 공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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