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호텔놀이 첫번째 이야기. Andaz Xintiandi Shanghai A Hyatt
나의 두번째 상하이 여행 테마는 '부티크 호텔'이다. 불과 4개월 전에 처음 찾았던 상하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시간에 또 많은 게 달라져 보였다. 중국의 성장을 상징하는 대도시답게, 상하이의 호텔 역시 아시아에서 단연 눈에 띄게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상하이에서 가장 유니크한 호텔만 골라 묵으며 호텔 주변을 여유있게 돌아보는 8일간의 자유여행으로 기획했다. 첫번째 호텔은 지난 방문 때 제대로 보지도 못한 신천지 한 복판에 위치한, 게다가 하얏트가 전 세계 최초로 상하이에 런칭한 부티크 호텔 Andaz다.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에서 거쳤던 모든 호텔까지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안다즈만한 호텔은 찾기 어렵다. 현재까지는.
별을 수놓은 듯 반짝이는, 아름다운 객실
나름 상하이 두번째 여행이라고, 방심했다. 싱가포르에서 상하이로 오면서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고 '한번 가봤으니까'라는 자만심으로 푸둥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평정심을 잃었다. 지하철을 탔다가 중간에 공항으로 되돌아가는 황망한 라인을 탔다 내리질 않나, 호텔 위치마저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까닭에(구글맵엔 안다즈의 위치가 잘못 표시되어 있다;;) 코앞에서 택시를 탄 끝에 총 2시간이 걸려서야 호텔에 간신히 도착했다. 택시를 탔다면 30분이면 올 것을. 로비에 들어선 순간 온 몸의 힘이 쫙 빠져서 사진 찍을 힘도 없었다. 그러다 방에 들어서니, 정신이 확 든다.
와. 싱가포르에서 그 많은 호텔을 거쳐 오면서 더 이상 놀랠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세계적인 체인 하얏트가 만든 부티크 호텔은 규격화된 디자인이 아닐까 하는 편견도 있었는데....안다즈는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호텔이었다. 체크인하면서 안다즈가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미니바, 저녁 알콜 드링크, 스낵바 등)을 듣고 뭔가 다르다고는 생각했지만, 객실마저 이렇게 멋질 줄이야. 별이 총총히 박힌 듯한 섬세한 조명, 가까이서 보면 더 예쁜 패치워크 스타일의 월 데코가 야무지게 이쁘다. 저때만 해도 몰랐다. 블라인드를 올리면 엄청난 시티뷰가 펼쳐진다는 사실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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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풀빌라가 부럽지 않은, 웅장한 욕실
욕실은 이번 홍콩-싱가포르-상하이 전 일정 통틀어 안다즈를 최고로 꼽겠다. 객실이 하나 더 있는 듯한 느낌의 웅장한 넓이...아 역시 대륙의 통이란!!!게다가 동남아 리조트 뺨치는 대리석 인테리어가 제법 압도적이다. 욕조 크기도 넉넉하고, 안다즈를 위해 별도로 조향 디자인한 어메니티도 좋았다. 샤워할 때 만큼은 풀빌라가 부럽지 않아!!ㅋㅋㅋ
체크인 하자마자 룸서비스 시키는 여자...
급 흥분하여 미친 듯이 사진 찍던 것도 잠시. 나이먹고 상하이에서 길 잃고 헤매다 지쳐버린 내게, 남은 건 배고픔 뿐. 겨우 지갑 들고 밖에 나갔더니, 여기는 까르띠에 에르메스의 천국 신천지...망했다. 편의점을 못 찾겠다. 호텔 건너편에 작은 로컬 식당이 몇 개 있었지만, 아직은 한자 메뉴를 버벅대며 모험할 마음의 준비가 안됐단 말야. 할 수 없이 터덜터덜 호텔로 돌아오는데, 로비에 걸린 왠 햄버거 사진에 눈을 뗄 수가 없다. 90위안(한화 16,000원), 괜찮은데? 룸서비스로 주문하면 되지 않을까? 바로 객실로 돌아와 디렉토리 책자를 편다. 안다즈의 클래식 버거 메뉴가 있구나! 오케이.
약 30분 후, 내 방엔 엄청난 크기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성대하게 차려졌다. 전화로 내가 주문한 대로 정확히 미디움으로 구워진 와규 패티, 두께가 대륙의 기상을 닮아 마음에 쏙 든다. 미니바에서 칭다오 하나 꺼내(알콜 음료는 유료 청구된다;;) 곁들이니 이만한 저녁식사가 없구나. 행복하다.
In the Morning
이튿날 아침 눈을 떠보니, 아...내가 싱가포르에서 어제 상하이로 왔었구나. 갑자기 싱가포르에서의 시간이 플래시백처럼 스쳐가면서, 문득 긴 꿈을 꾸다 깬 것만 같은 아련함이 밀려온다. 그 때 창을 바라보니 무슨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다. 마치 하늘에 새겨진 글자처럼. 내가 잘못 본 건가?
La Vie Est Un Songe. 불어는 몰라....번역 때려보니 Life is a Dream.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한 문장.
때때로 호텔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도구로 여행자의 마음에 들어와 감성을 일깨울 때가 있다.
상하이에 있던 내내 곱씹을 수 밖에 없었던 단 한 문장. 인생은 꿈이다.
아이패드로, 주문하세요
소피텔 소에서는 버벅댔지만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아이패드 룸 컨트롤. 안다즈의 인터페이스는 한결 사용하기 편리해서 금방 적응했다. TV도 틀어보고, 블라인드도 올려보고, 불도 켰다 꺼보고, 에어컨도 꺼보고, Do not Disturb도 터치 한 방으로 클리어. 적응만 되면 이거만큼 편리한 게 없구나.ㅎㅎ 침대 속에 누워서 다 해결된다.
정말 독특했던 메뉴는 Piece of Mind. 영어로 룸서비스 요청이 힘든 한국인에게는 필수로 필요한 기능 아닐까 싶다ㅋㅋ 깜박 잊고 왔거나 객실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어메니티를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섬세한 서비스다. 나는 어제 객실에서 찾다찾다 못찾은 실내용 슬리퍼, 그리고 여분의 클렌징 티슈를 요청해 보기로.
조식 먹고 온 사이, 살포시 가져다 놓은 도톰한 슬리퍼와 클렌징 티슈. 편리하다. 또 사려깊다. 이런 서비스가.
안다즈의 너무나 맛있었던 조식 뷔페, 그리고 저녁에 무한정 퍼부어 주는 라운지 와인&맥주 서비스는 다음 포스팅에 함께 소개해 보기로.:)
안다즈 신티엔디 하얏트 호텔은 중화권 호텔예약의 갑, 씨트립을 통해 직접 예약했다. 중국 호텔을 예약할 때 왜 씨트립을 써야 하는지는 여행 직구 노하우 편에서 자세히 소개했으니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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