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호텔놀이 1. 가장 우아한 휴식의 시간, Conrad Macau
마카오 최고의 호텔 4곳을 차례로 거치면서, 동시에 현지 골목 깊숙히 숨겨진 맛집과 볼거리만 찾아 다녔던 9일간의 마카오 여행. 길고 긴 경유비행의 피로를 한 방에 날려준 첫번째 호텔은 콘래드 마카오다. 디럭스 스위트에서 보냈던 이틀 간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가장 우아한 휴식의 시간'. 드러내지 않고 구석구석에 게스트를 위한 섬세한 배려를 마련해 놓은 디럭스 스위트에서의 2일은, 단지 편안함을 넘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From Airport to Club Lounge, Conrad Macau
마카오까지 오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보통 홍콩에서 페리를 타거나 에어마카오를 타면 될 것을, 항공권 직구 실험좀 한다고 동방항공 '김포~(상하이)~마카오' 편을 선택한 게 화근이었다. 푸동공항과는 달리 상하이 홍차오 공항은 수하물 연계수속이 안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덕분에 상하이에서 입국 수속을 했다가 다시 출국수속을 밟아야 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마카오 공항에 도착, 미리 알아본 대로 2층 편의점에서 마카오 패스(교통카드)를 사고, 아이폰 5 나노 심카드를 자동판매기에서 산 후 코타이 스트립행 셔틀버스(연두색)을 타고 호텔로 향했다.
씨트립을 통해 예약할 때 힐튼 골드멤버쉽 번호를 알려주긴 했는데, 다행히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무려 클럽 층 디럭스 스위트에서 이틀이나 머무는 행운을 안았다. 안그래도 좋은 콘래드인데, 클럽에 스위트라니. 덕분에 2년 전 포시즌보다 훨씬 좋은 호텔 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 하루종일 비행으로 지쳐있는 나를 배려한 클럽 담당자는 체크인 수속을 빠르게 끝내고 옆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8시면 서비스가 끝나니 얼른 저녁부터 챙겨 먹으라며. 어흑...ㅜ 자리에 앉자마자 포르투갈 와인에 시원한 수박주스가 내 앞에 놓여지고, 이제 긴장의 끈을 풀고 마카오를 제대로 즐길 서막이 올라가고 있음을 서서히 깨닫는다.
Living Room @ Deluxe Suite
클럽 라운지에서 맛있는 와인에 고소한 사테 꼬치 몇 개를 집어 먹으며 출출한 배를 채우고 객실로 올라오니, 하아.
요즘 '인생 ○○'라는 표현을 많이들 쓰는데, 나의 인생 여행지와 인생 호텔은 얼마나 될까. 2년 전 포시즌 마카오를 처음 만났을 때는 중화권 통틀어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수많은 스위트룸과 세계적인 부티크 호텔을 경험하고 다시 마카오에 와서 이번엔 콘래드를 만났다. 호텔 경험치가 올라갈 수록 당연히 기준은 올라가기 마련인데, 콘래드 마카오는 지금의 내 기준에서도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었다. 단지 인테리어가 화려하거나 방이 크거나 전망이 좋아서가 아니라, 요즘의 내 기준인 '게스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가'라는 관점에서 그렇다. 디럭스 스위트는 물론 크고 넓지만, 단지 크기만 한게 아니라 조명이나 소파의 배치부터 스위트룸의 압도적인 느낌보다는 아늑한 집에 가깝게 다가온다. 그래서 다른 호텔에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이질감이 전혀 없다는게 신기했다.
Bedroom
이제 따뜻한 차 한잔 준비해서 침실로 가야 할 시간. 반짝이는 금빛 곰돌이가 베개 머리맡에 살포시 앉아 있는 이 침실 역시도, 나를 살짝 웃음짓게 만드는 그런 편안함이 흐른다. 일단 귀요미 곰돌이는 내 대신 침대에 눕혀 두고, 자기 전에 일단 샤워 타임부터.
Bathroom
콘래드의 자랑 중 하나인 넓고 아름다운 욕실은 역시 명불허전. 스위트룸답게 아이를 위한 예쁜 고무오리도 준비되어 있는데, 우리 쪼꼬미 조카녀석 줄라고 하나 가져왔다.ㅎ 참, 콘래드 마카오의 상징인 곰돌이 인형은 메이크업 룸 서비스때 얘기하면 새걸로 몇 개씩 더 갖다주신다. 덕분에 곰돌이 친구도 3개나 생겼다. 오리랑 같이 기념촬영 찰칵.:)
배스솔트 풀어놓고 TV 가 나오는 따뜻한 욕조 속에서, 평화로운 여행의 첫날.
처음으로 대충 공개하는 나의 여행용 파우치. 왼쪽의 빨간 파우치는 메이크업 제품이고, 오른쪽은 정말 오랫동안 써온 3단 파우치인데 바디/클렌징/기타 욕실용품을 분리해서 가지고 다닌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이런 뷰티용품 챙겨다니는게 보통 일이 아닌데, 평소 좋은 샘플을 많이 모아놨다가 여행지에서 몰아쓴다. 피부가 민감한 편은 아니어서 새로운 브랜드 테스트도 하고, 샘플 소진 차원에서 듬뿍 쓰다 보니 피부 상태가 오히려 평소보다 좋을 때도 많다.;
원래 Bathrobe을 잘 입는 편이 아닌데, 콘래드의 배스가운은 입어볼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 옷장을 열어봤더니 이렇게도 아리따운 퍼플색의 가운이!! 침대 밑에 살며시 준비된 Her, Conrad가 수놓아진 보랏빛 슬리퍼와 완벽한 컴비네이션을 이룬다. 남성용은 블랙으로. 어쩜 컬러마저도 내 맘에 쏙 든다.
다른 호텔의 배스가운은 두꺼운 테리천으로 만들어져서 수건을 뒤집어 쓴 것처럼 뻣뻣하고 불편하기 일쑤인데, 콘래드의 배스가운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가볍고 편안하다. 혹시 호텔에서 팔면 하나 사온다는 걸 깜박했다..ㅜ 이 가운을 가지고 다니면 잠옷 걱정은 안해도 되는데 말야.
Breakfast @ Club Lounge
콘래드 마카오의 조식 뷔페는 무조건 1층의 그랜드 오빗을 추천하지만, 클럽 조식과 그랜드 오빗을 모두 경험해본 내 생각은, 역시 Case by case다. 콘래드에서 맞는 첫 아침, 수많은 투숙객으로 북적이는 대형 레스토랑보다는 프라이빗을 보장해주는 클럽의 아침식사가 참 조용하고 좋았다. 마카오의 고급 호텔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영자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에는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인 중화권의 경제&사회 뉴스가 촘촘히 실려 있다. 천천히 신문을 읽으며, 신선한 빵과 더운 야채, 계란 요리와 함께 맞는 아침. 그래도 커피는 왠지 방에서 혼자 마시고 싶어진다. 허니앤손스 티와 네스프레소가 갖춰진 객실에서 여유롭게 갖는 티타임과 함께, 이제 마카오를 본격적으로 여행할 시간.:)
콘래드 마카오 호텔은 중화권 호텔예약의 갑, 씨트립을 통해 직접 예약했다. 중국/홍콩/대만/마카오 등 중화권 호텔을 예약할 때 왜 씨트립을 써야 하는지는 여행 직구 노하우 편에서 자세히 소개했으니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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