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과 급체로 꼼짝 못하던 둘째날 밤, TV에서는 마카오의 새로운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중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두 진행자가 바닥이 움직이는 거대한 공연장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 바로 이번 일정에서 가장 기대했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The House of Dancing Water)'는 잠깐의 티저 장면만으로도 아찔하고 충격적이었다. 자그마치 한화 2,800억원이 투입된,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멋진 워터쇼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 드디어 오다니. 내 인생의 한 조각을 이렇게 대단한 쇼로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Seats
쇼가 열리는 공연장은 설계부터가 독특하다. 관람석이 270도 각도로 둥글게 배치되어 있어 어디에 앉아도 쇼를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앉은 자리는 측면의 B석(680$) 중앙으로 VIP처럼 좋은 좌석은 아니지만 꽤 잘보이는 자리였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바로 앞 좌석에 앉은 중국인 여자가 끊임없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관람에 큰 방해가 되었다. 사진촬영은 엄격히 통제되어 있는데 잘 나오지도 않는 사진을 연발 찍어대는 행위는 한국인만이라도 자제하도록 하자. 국제적인 망신이다.
→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티저 동영상!
Show
1막은 한 조각배를 탄 남자가 물 위를 흐르듯 건너오며 시작된다. 마카오의 콜로안 해안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쇼는 5년이라는 제작기간이 충분히 납득이 갈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스토리텔링이 엿보인다. 마카오의 전통 문화, 서양 문물(사람)과의 만남, 아름다운 여인과의 로맨스, 나쁜 계모인 다크 퀸(Dark Queen)과의 대결 구도까지. 모든 요소가 전형적인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전 연령층에 고루 어필할 수 있는 최상의 소재임에는 틀림없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양념처럼 끼워넣은 폭발적인 오토바이 스턴트와 다이빙 묘기 등으로, 라스베가스 쇼의 스케일을 접목한 현대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정말 대단했다.
Epilogue
내가 관람했던 날은 마침 1000회 특집으로 현지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특별한 무대가 계속 이어졌다. 공연의 여운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 일행들이 묻는다. 진심으로 태어나서 가장 놀라운 공연을 보았다며, 혹시 이것보다 더 대단한 공연을 본 적이 있냐고.
분명 내 인생의 공연은 아직까지는 중국 계림의 수상쇼 '인상유삼제'다. 그러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현대의 자본과 예술이 빚어낸 가장 화려하고 놀라운 엔터테인먼트임에는 틀림없었다. 두 쇼를 내 마음속에 품을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내 삶은 한층 풍성해졌다.
Goods
쇼 관람은 마무리하고 기념품점으로 향했다. 공연 전에도 잠깐 구경했지만 역시 쇼를 보고난 다음에 더욱 구매의지가 솟기 마련. 아쉽게도 마음에 쏙 드는 굿즈는 없어서 구경만으로 만족했다. 일행들이 많이 산 추천 아이템은 스턴트쇼에 나온 오토바이의 미니어처로, 꽤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DVD가 있다면 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OST CD만 있더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마카오를 떠나기 전에 꼭 한번 예매해서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부모님이나 가족 동반 여행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필수 코스다. 시티 오브 드림에 공연장이 있으니 오가다가 한번쯤 들러서 표를 구입해두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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