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린 오리엔탈은 마카오 반도의 가장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중교통에 익숙해지면 호텔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반도 전역을 구석구석 누빌 수 있다. 든든히 충전해 둔 마카오 패스를 들고, 오늘 하루는 내가 사랑하는 아트 테마로 마카오를 바라보기로 했다. 가성비 좋은 런치 코스를 든든히 먹고,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와 레드 마켓, 마카오 아트 뮤지엄을 차례로 둘러본다. 뮤지엄에서 호텔까지는 걸어서 5~10분 거리. 하루가 꽉 차게 흘러간다.
미슐랭이 꼽은 파인 다이닝을, 3만원에?
쟁쟁한 대형 호텔이 빠짐없이 들어선 마카오는 아시아 전역에서 수많은 호텔 인력을 필요로 한다. 자체적으로 투어리즘 인력을 육성하는 전문학교도 꽤 유명한데, 독특하게도 학교 내에 호텔과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고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습을 하도록 생생한 기회의 장을 열어준다.(굉장히 멋진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반도 깊숙히 자리잡은 캠퍼스를 어렵사리 찾았는데, 울창한 전원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캠퍼스를 한 바퀴 산책하다 보니 마카오가 아닌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 이곳 숙소도 정평이 나 있는데 다음 여행을 기약하고, 오늘은 미슐랭이 추천한 코스 요리를 맛보러 왔다.
학생들이 직접 주문을 받고 요리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훌륭한 파인 다이닝을 제공함에도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편이다. 단품으로 선보이는 포르투갈 요리도 유명하지만, 오늘은 메인 2코스+디저트 뷔페가 포함된 3코스 런치를 주문했다. 200MOP로 택스가 따로 붙지 않으니 한화로 3만원도 안된다. 따끈한 빵이 가득 담긴 바구니, 차가운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크랩 샐러드가 애피타이저로 나왔다. 오래된 맛집 순례에 이어 마카오 미식의 현재를 만나는 순간이다.
아침에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거하게 뷔페를 먹고 온지라, 고기와 생선 요리 중에 생선을 메인으로 선택했는데 정말 적절했다. 새콤한 자몽과 크림소스를 곁들인 생선튀김인데 어찌나 튀김껍질이 얇고 담백한지, 정말 맛있었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어서 순식간에 한 접시를 뚝딱 비웠다.
디저트는 미니 뷔페 형식이라 바에서 마음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다양한 맛의 조각케익과 아이스크림, 무스, 푸딩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예쁜 컵에 담긴 티라미수와 과일 치즈 케익을 가져다가 커피와 함께 맛을 보았다. 달지 않은 케익들이 대체로 꽤 맛있고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곳의 위치, 추천 메뉴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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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의 작은 국수집부터 실내형 재래시장, 로스터리 카페까지! 흔한 여행정보가 아닌, 마카오의 숨겨진 로컬 맛집과 볼거리만을 선별한 특별한 가이드북, 히치하이커 마카오 2017~2018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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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공사현장 뒤에 숨은 아트 갤러리를 찾아
우아한 파인 다이닝으로 든든히 점심을 먹고, 캠퍼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창고형 아트 갤러리 OX 웨어하우스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구글 맵으론 분명 내가 서 있는 여기인데, 공사 중인 황량하고 오래된 건물 한 채 외에는 갤러리 비스무레한 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일하고 계신 아저씨들이 계속 왔다갔다 하는 중이라, 누가 봐도 여긴 정신없는 공사 현장이다. 입구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혹시나 싶어서 좀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놀랍게도 공사 중인 건물 한 켠에 2층 규모의 갤러리가 운영 중이다. 특히 1층의 전시 갤러리는 규모가 생각보다 꽤나 커서 깜짝 놀랐다.
1층에서 본 전시의 주제는 '사라져가는 것들'로, 마카오의 급격한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는 마을과 사람의 풍경을 로컬 사진작가와 아티스트 12명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전시 자체가 너무나 잘 디자인되었고,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에 마카오를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전시실에서 차분하게 사진과 멀티미디어 등을 감상한 후, 2층에도 올라가 보았다. 먼저 책을 읽을 수 있는 작고 편안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나이 지긋하신 두 분이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안쪽에는 어린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로컬 아티스트의 회화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작지만 알찬 갤러리여서, 일부러 들러서 구경하길 참 잘했다 싶다.
이곳 갤러리 바로 옆에는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마카오의 옛 재래시장, 레드 마켓도 있다. 1936년에 지어진 포르투갈 풍의 3층 건물로, 아직도 예전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한 식재료 시장이 영업 중이다. 레드 마켓은 이미 유명한 관광 스팟이라 많이 알려진 편이고, 다음날 진짜 로컬 재래시장도 다녀왔는데 그 후기는 곧 맛집 후기에 연재하기로.
레드마켓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다. 마카오 전역을 촘촘히 연결하는 버스와 노선에 완전히 익숙해지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절약된다. 구글맵으로 미리 버스 노선과 정류장 위치만 익혀놓으면 ok. 택시비도 아끼고 기동성도 확보할 수 있는 마카오 버스, 최고다. 물론 마카오 초보라면 오히려 정류장과 노선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으니 자신이 없다면 택시가 답이다.
알찬 볼거리가 가득한 마카오 아트 뮤지엄
마카오 아트 탐방의 종착역은 아트 뮤지엄으로 정했다. 내가 묵고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과 걸어서 10여 분 거리여서, 전시를 보고 호텔로 돌아가기에 최적의 위치다. MGM과 샌즈 같은 대형 카지노가 빽빽하게 들어선 반도의 남동쪽에, 생각보다 으리으리한 건축물이 위용을 자랑하는데 그 안에 아트 뮤지엄이 있다. 누군가는 룰렛을 당기지만 누군가는 예술품을 감상할 수도 있는, 생각보다 다양한 여행의 옵션이 존재하는 도시가 바로 마카오다.
아트 뮤지엄의 입장료는 10MOP인데, 일요일엔 그마저도 받지 않는다.(월요일은 휴무) 별 기대를 안하고 온데다 입장료도 저렴해서 대충 둘러보려고 했는데, 1층 전시부터 완전 취향 저격!! 홍콩의 빈티지 뷰티브랜드 투걸스(Two Girls)의 일러스트로 널리 알려진 중국 화가 Guan Huinong의 캘린더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OTL. 중화권 빈티지 일러스트를 너무 아끼는지라 뜻밖의 대박 볼거리를 만났다. 게다가 1백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카오의 올드 숍을 소개하는 사진전도 있는데, 이걸 먼저 본 다음 마카오를 돌아 봤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작지만 알찬 전시였다. 이 외에도 4~5개의 굵직한 회화&멀티미디어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서 한참을 아트 삼매경에 푹 빠져 버렸다.
1층의 뮤지엄숍을 둘러보다가 결국 모셔온, Guan Huinong의 일러스트 화보집. 이번 마카오 여행에서는 다음 싱가포르 일정 때문에 짐을 늘릴 수 없어 쇼핑을 거의 못했는데, 이 책만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는.
아트 뮤지엄은 아직 리조트와 카지노에 가려져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홍콩 아트 뮤지엄에 비하면 훨씬 훌륭하고 규모도 더 커서 기대 이상이었다. 한가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마카오 아트 뮤지엄에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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