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nonie의 호텔여행 - 홍콩 & 마카오 Intro.
한 도시를 3번, 혹은 4번째 방문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로, 가까운 여행지란 이유로 자주 찾는다고 말하기엔, 홍콩과 마카오는 내겐 매번 어렵게만 다가왔다. 그런 의미에서 호텔이 전체 여행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나의 여행법칙은, 이번에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다. 드디어 홍콩이 편하게 느껴졌고, 마카오가 좀더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 아름다운 호텔 5곳과 함께 했던, 열흘간의 풍성한 홍콩 & 마카오 여행 미리 보기.
오볼로 사우스사이드 호텔
젠 호텔 홍콩
홍콩, View와 Location을 모두 가진 여행
홍콩여행 시 호텔은 센트럴이나 침사추이 근처를 피할 수록 좋다는 걸, 이전에도 수없이 소개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 지역을 벗어난, 이번에 주로 머물렀던 곳에서는 한국인과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 한 해에 백만 명이 홍콩을 찾는다는데, 요즘 한국인 방문이 줄었다지만 이렇게도 없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하버시티나 타임스퀘어 같은 쇼핑몰, 혹은 팀호완이나 란퐁유엔 같은 가이드북 맛집을 안간 걸 고려하면 그럴 만 하다.
그 대신 사우스사이드의 아름다운 호텔에서 홍콩의 남섬이 한창 발전 중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셩완에서 서쪽으로 새롭게 개통한 지하철역인 홍콩대(HKU) 역의 부티크 호텔에서 하버뷰를 즐기며 재래시장 깊숙한 식당에서 맛있는 한 끼 저녁을 사먹곤 했다. 어떤 로컬은 내게 얘기했다. 홍콩은 지루하다고. 변화가 없어 리피터가 없는 거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홍콩은 느리지만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어쩌면, 진짜 좋은 정보를 아직 접하지 못해서 홍콩의 매력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웡척항의 실내 시장에서 테이크아웃한 홍콩라면.
미슐랭에 빛나는, 완탕 누들
매콤새콤함이 일품인 탄탄면 런치 세트.
내게 좋은 호텔의 의미는, 단순히 시설이 좋은 호텔이 아니다. 여행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리게 해주는 신의 한수 'Location'. 그리고 주변을 얼마나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며 여행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알려주냐 하는 것. 지역의 특색이 어떻게 호텔에 기발하게 녹아있느냐 하는, 나만의 주관적인 기준. 이번에 머물렀던 홍콩의 두 호텔은 그런 의미에서 완벽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진 않다. 남부 애버딘에서도 버스로 30분을 가야하는 오볼로 사우스사이드, 센트럴에서 도보이동은 무리인 젠 호텔은 홍콩 초보자에겐 어려운 호텔이다. 지하철 말고 '시내버스'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면, 사우스사이드나 케네디타운 같은 생소한 동네를 제대로 즐길 정보와 준비가 되어 있다면 도전해볼 만 하다.
스튜디오 시티 마카오
반얀트리 호텔 마카오
세인트레지스 마카오
마카오, 호텔 끝판왕은 어디인가
그 좁은 섬에 어찌나 호텔은 끊이지도 않고 들어서는지. 갈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그려지는 마카오는 오늘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객실 4천개의 쉐라톤에 질려버린 지도 얼마 안되어, 객실 1천개 규모의 스튜디오 시티가 개장하면서 마카오의 호텔 시장은 또다시 전쟁터가 되었다. 스튜디오 시티는 내 예상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우며 꿈결같았다. 마치 또다른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렇게 수영장에서 몇날 며칠을 보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느긋하게 쇼핑까지 즐기고 나면, 로컬 Eatery들은 죄다 푸드코트에 그 정취까지 그대로 살려 입점해 있으니 골라서 사먹기만 하면 된다.
스파로 유명한 반얀트리는 아예 객실 내에 온수 풀이 설치되어 있으니, 당최 호텔 밖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애써 취재할 스팟이 몇백 개는 찍힌 지도를 켰다 껐다 하며 정말 큰 결심을 해야만,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등지고 리조트 밖으로 나설 용기가 생긴다. 그나마 세인트레지스에서는 버틀러 서비스 덕을 많이 봤다. 저녁식사 약속에 입을 옷도 미리 다림질해 주고, 다음날 스케줄 꼼꼼히 체크해 모닝콜은 물론 새벽 5시 아침도시락까지 든든히 챙겨주니 이런 멋진 여행이 없다.
반얀트리 레스토랑의 랍스터 요리
세인트레지스의 블러디메리. 알코올은 따로 준비된다.
홍콩에선 비교적 가볍게 먹고 다녔지만, 마카오에선 각 호텔마다 레스토랑 전쟁도 치열한지라 맛을 안볼 수가 없다. 그래도 스튜디오 시티에선 푸드코트에서 맛난 로컬음식을 사먹곤 했는데, 반얀트리에서는 아름다운 나이트뷰를 배경으로 스테이크와 랍스터의 호사를 누렸다. 세인트레지스에선 클래식한 애프터눈티 세트와 스파이시한 마카오 스타일의 블러디 메리도 마셔본다. 덩달아 같은 갤럭시 내에 있는 쉐라톤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네의 파스타와 와인도 드디어 이번에 맛을 보았다. 2~3kg가 늘어난 상태에서 싱가포르로 날아갔는데, 거기선 더 먹었다는 슬픈 후문이....
베트남 진짜 로컬 음식을 파는 누들집, 선지가 들어간 독특한 토마토국수.
대나무를 이용해 뽑은 수타면. 너무 쫄깃해서 가위로 잘라야 먹을 수 있다.
최근 오픈한 대형 리조트들이 로컬 미식을 대부분 리조트 내로 입점시키는 추세인지라, 슬프게도 진짜 로컬식당은 내가 준비했던 것만큼 갈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머무는 기간동안 마카오가 많이 덥지 않아서, 지난 여행에서 새롭게 발견한 타이파 센트럴의 작은 맛집을 틈틈히 돌아볼 수 있었다. 또 세인트레지스의 호텔리어인 로컬 아가씨가 함께 동행해 주어서, 저녁 늦게 여는 완전 맛있는 게살 죽집도 드디어 가볼 수 있었다. 새우알비빔면에 두부튀김까지 시켜 완식을 하고서야 마카오 (먹기대회) 여행이 비로소 끝났다는.
홍콩의 유명한 한방차 체인
마카오의 브로드웨이 미식 거리에서 파는 한방차
한달간의 아시아 여정을 버티게 해준 일등공신, 한방차
중화권 여행을 매년 다니면서도, 건강 관련 아이템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 여행에서 자연스럽게 눈을 뜬 것이 바로 한방차. 여기저기 체인 숍이 많이 있어서 사먹기도 쉽고,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을 소모한 날엔 량차를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신기하게도 지친 기운을 많이 회복했다. 20대 시절엔 아마도 필요없었을, 하지만 이젠 무조건 눈에 띄면 사마실 필수템이 되어버렸다. 한달간의 길고 긴 일정을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 한방차 덕분이 아닐까 싶다. 여기 대만에서도 열심히 찾아 마시고 있는 중.
호텔과 먹는 얘기만 썼지만, 사실 풀어놓을 이야기가 무척 많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던 이번 아시아 호텔여행 이야기,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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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 2016 아시아 여행을 앞두고 - 호텔을 '여행'한다는 것
2016/03/21 - 여행직구 8탄. 홍콩&마카오~싱가포르~대만 여행 다구간 발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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