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취향의 여행 2014 Day 5.
셩완 3박, 샴수이포 3박으로 보낸 1주일 홍콩 여행도 어느덧 마지막 날. 일요일에 열리는 PMQ 디자인 마켓을 구경하러 아침 일찍 센트럴로 향했다. 자주 지나다녀도 매번 다른 게 보이는 소호의 골목에서, 일본식 파스타 세트로 푸짐한 한 끼 점심을 해결했다. 이번 동선에 빠져있던 완차이에 작은 샘플 가게가 몇 개 있다고 해서 잠깐 들렀는데, 소소한 득템으로 홍콩에서의 쇼핑도 얼추 마무리했다. 2015년에도 홍콩에 다시 올 일이 있을 듯 해서, 공항 라운지의 따끈한 즉석 누들과 함께 떠나는 아쉬움을 애써 달래본다.
Breakfast @ Ovolo West Kowloon
오볼로 웨스트의 조식은 빵 몇 가지와 시리얼 3종류, 햄과 치즈, 삶은 달걀, 딤섬 한 두 가지로 단촐하다. 토스터기에 빵을 굽고 신선한 커피 한 잔 곁들여서 창가의 바 자리에 앉아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홍콩 일정 이후 싱가포르와 상하이에서는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성대한 조식을 먹을 때도 많았지만, 테이블 주변이 너무 오픈되어 있거나 비즈니스 고객만 많거나 할 땐 마음이 썩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샴수이포의 소박한 골목이 내다보이는 이곳 레스토랑의 창가 자리는 사흘 동안 나의 고정 좌석이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여행자들이 각자 편안한 자리에 앉아 한껏 여유를 즐기는 이곳의 아침 풍경이, 참 마음에 들었다.
Sunday Design Market & Cafe Life @ PMQ
PMQ를 다시 찾은 건 일요일 아침이다. 매주 일요일에 로컬 디자이너들이 부스를 차리는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참 재밌는 건, 셩완에서 3일이나 묵었고 센트럴도 매일 왔다갔다 했는데 PMQ를 다시 찾아가는 게 생각보다 헷갈렸다. 물론 내가 타고난 길치라서 였겠지만, 소호 한 복판의 거대한 건물이 이토록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잠시 헤매다 간신히 찾은 PMQ의 야외공간에는 이제 막 제품 진열이 한창이다. 디자인 마켓을 한바퀴 둘러보는 데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벼룩시장같은 개념이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가 자신의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자리여서 가격대가 꽤나 비싼 편이었다. 득템에는 실패하고, 며칠 전 PMQ에 왔을 때 눈여겨 봐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은 날이 더워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지만, 이날은 걸어서 헤매느라 목이 타서 시원한 아이스 드립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 앞에는 잠시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다. 한참을 걸터앉아 커피를 마셨다.
Lunch @ Bo-Lo'Gne
소호의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은 점심시간이 되면 런치 메뉴를 내놓는데, 빈 자리가 별로 없을 정도로 어디든 붐빈다. 이날 내가 점심을 먹은 곳은 베이커리와 카페를 겸하는 작은 식당인데, 마침 테이블이 딱 하나 비어 있어서 운 좋게 런치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런치는 요일마다 정해진 메뉴를 시켜야 세트 주문이 가능한데, 일요일의 메뉴는 카르보나라. 평소 볼로네즈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시켜보기로 했다.
일본 교토에서 건너왔다는 빵집답게, 플레이팅 참 깔끔하게 나온다. 이 집의 명물이라는 두툼한 대니쉬 화이트 브레드는 버터를 발라 입에 넣으니 결결이 씹히는 식감이 예술이다. 일본풍의 깔끔한 크림 파스타와 상큼한 드레싱의 샐러드도 너무 맛있었다.
런치 세트에 딸려 나오는, 진하게 우려진 립톤 홍차 한 잔과 함께 천천히 점심을 먹었다. 빵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답게 빵부터가 너무 맛있어서, 한 봉지 사오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남김없이 접시를 비워줬다. 가격은 70~80HK$ 선으로, 주변 카페들 점심 메뉴와 비슷하거나 살짝 저렴한 편.
Sample Shop @ Wanchai
완차이 어딘가에 샘플숍이 모여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었다. 홍콩으로 들어오는 전 세계의 잡화류 중에 상품 가치가 없는 샘플 상품이 택을 뗀 채로 이런 샘플숍으로 흘러 들어온다. 하지만 위치도 찾기 힘들고 그나마 많이 없어져서 명맥을 겨우 유지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나마 몇 군데가 존스턴 로드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완차이로 향했다. 대로변을 마주 보고 한 두 군데씩 있는데, 내가 갔던 날엔 특별히 건질만한 물건이 눈에 띄지 않았다. 복불복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상당한 눈썰미와 쇼핑 정보를 섭렵해야 겨우 건질 수 있는 데다 완차이는 특별한 볼거리는 없는 동네이니 단기로 홍콩을 가는 여행자라면 굳이 시간낭비할 필요 없다.
그 와중에 건져온 프랑스제 실크 팬티. 다행히 내 사이즈가 있고 장당 천원도 안하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 같은 걸 여러 개 집어왔다. 택도 그대로 달려 있는데 DIM이라는 브랜드가 생소해서 검색을 해보니 프랑스의 보급형 란제리 브랜드가 맞긴 맞더라. 디자인도 소재도 좋고 세탁해도 빨리 마르니 여행용으로 딱이다. 작은 득템으로 홍콩 쇼핑은 마무리.
Wonton Soup @ Hong kong Airport Lounge
다음 날 일찍 오볼로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첵랍콕 공항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출발이라 호텔 컨시어지에 택시 예약을 부탁해 두었는데, 역시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챙겨주어서 편하게 공항까지 올 수 있었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 수속을 마치고 프라자 프리미엄 라운지로 향했다.
홍콩 공항에는 PP카드로 입장 가능한 라운지가 동쪽과 서쪽에 각각 있어서 어느 게이트로 출국하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단, 아시아의 허브 공항인만큼 라운지가 엄청 북적대는 건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공항 라운지를 아끼는 이유는, 이곳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피쉬볼 누들을 꼭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물은 시원하고 어묵은 쫄깃하고. 완탕 누들도 유명하다.
곧 2015 마카오 여행기가 이어지는 관계로, 홍콩 여행기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하련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마카오 럭셔리 9일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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