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타워에서 내려다 본, 멜버른 시내 전경.



내 상상 속의 멜버른은 소박하면서도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도시였다. 그러나 실제 멜버른의 첫 인상은 조금 달랐다. 나의 첫 번째 호텔이, 남반구 최대 규모의 카지노가 이룩한 무지막지한 엔터테인먼트 컴플렉스 건물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호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지만, '럭셔리'와 '특급'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내 정서적인 만족도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살면서 혼자만의 차분한 럭셔리를 기꺼이 소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점점 길어지는 여정에 다소 지쳐있는 순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반구 최대 카지노가 이룩한 제국, 크라운 엔터테인먼트 컴플렉스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샌즈(Sands)가 있고, 라스베가스에 MGM이 있듯이, 호주에는 '크라운(Crown)'이 있다. 호주 최대의 호텔 거부 캐리 패커가 소유한 크라운 그룹은 멜버른의 비즈니스 지역에 거대한 컴플렉스를 건설했다. 카지노로 돈을 번 재벌들이 종종 그러하듯, 크라운 역시 남반구 최대 규모의 카지노와 함께 5성급 호텔을 무려 3개나 지어 이 모든 것을 같은 부지 안에 집어 넣고 일종의 제국을 만들었다. 세 호텔은 카지노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으며, 틈틈히 푸드코트와 레스토랑, 명품관 등을 빽빽히 집어넣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지구를 만들었다. 


크라운의 세 호텔 중 가장 럭셔리하고 전망이 훌륭한 '크라운 타워'호텔에서, 2박을 머물렀다. 크라운 타워는 2009년 탐 크루즈-케이티 홈즈 부부가 한 층 전체를 빌려 머물렀던 호텔이다. 스위트룸은 1박에 100만원 이하가 없다. 가장 기본 객실인 디럭스나 프리미어 룸도 1박 50만원 대 초반으로, 일반적인 여행에서 머무르기엔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넓고 차분한 객실, 프리미어 킹 룸 @ 클럽 플로어

나는 카지노로 만들어진 럭셔리를 좋아하지도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다. 컴플렉스 입구에서 호텔 로비까지 기나긴 통행시간을 단축하려면 어떻게든 카지노를 거쳐야만 하는데, 카지노가 있는 대형 호텔은 의례히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도박 앞에서 무너져가는 수많은 눈동자를 스쳐갈 때면, 그들에게서 뽑아낸 막대한 돈으로 지어진 명품관과 호텔이 '럭셔리'해 보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호텔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저 위락시설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나만의 시간을 보장해 줬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크라운 타워는 그런 내 바램을, 차분하게 채워주었다.


크라운 타워의 기본 객실 중 하나인 프리미어 킹 룸은 마치 포시즌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시티뷰를 제외한다면 객실 자체만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특히 비즈니스로 멜버른을 찾을 수많은 외국인을 배려한 사무공간과 넓은 베드소파가 마음에 들었다. 전 객실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클럽 플로어에 묵으면 부가적인 애프터눈 티와 프리 디너(Pre-dinner)를 제공하는 섬세한 서비스도 무척이나 돋보였다. 크리스탈 클럽의 멋진 서비스는 별도로 소개하기로 하고.









북유럽 생수와 호주산 피노누아로 한 잔 하는 밤

'돈 많이 법니다' 크라운의 인심은 화려한 객실 인테리어가 아니라 식음료 서비스에서 주로 발견된다. 수많은 호텔을 다녀보지만 노르웨이산 Voss 생수 대짜를 탄산/생수 하나씩, 호주 전역의 특산 견과류와 치즈, 와인을 센스있게 갖춰 제공하는 서비스는 흔치 않다. 대신에 다른 호텔에서 기본 제공하는 싼 생수는 오히려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기본 생수는 미니바로 분류되는 걸 모르고 한 병 먹었다가 6천원ㅎㄷㄷ)  그리고 매일 저녁 룸서비스로 초콜렛을 가져다 준다. "몇 개 드릴까요?"라고 묻긴 하지만 언제나 두손 가득 초콜릿 박스를 쥐어주는 친절한 직원들.   










현대적인 디자인과 시설을 갖춘 욕실

크라운 타워 욕실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푸짐한 위성채널을 보유한 TV를 마음껏 보며 입욕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무래도 카지노의 주 고객에 아시아인들이 많아서인지, 유독 중국/일본/중동 지역의 채널이 엄청 많이 나왔다. 덕분에 시드니에서는 그닥 즐겨보지 않던 TV를 실컷 봤다. 멀티 콘센트를 갖춘 편리한 시설, 부족함 없는 넉넉한 어메니티...욕실에서 만큼은 현실감각을 잠깐 잊고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곤 했다.








치즈보드에 놓여있던 피노누아 스틱병을 잔에 따르니 고작 한 모금;; 밖에 되지 않았지만, 멜버른이라는 동네를 처음 온 나로서는 맥주 한 캔을 구하기 위해 엄청 고생할 것이 불보듯 뻔하므로ㅜ 귀한 와인 한 모금에 감사 또 감사하며 안락한 저녁시간을 즐기기로 한다. 맛있는 빵과 치즈, 반건조된 포도와 살구를 씹으며 멜버른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를 고민해 본다. 크라운이 있는 사우스뱅크(Southbank)는 사실 초행자에게는 만만한 위치가 아니다. 내일은 아름다운 야라 강을 건너 무료 트램을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예약은 아고다에서 진행했고 크라운 타워 호텔 상세 페이지는 여기. 같은 5성 호텔이지만 크라운 프롬나드, 크라운 메트로폴 호텔이 조금씩 더 저렴하다. 아고다의 강점인 세일을 노려 예약하면 좋은 가격에 편안하게 묵을 수 있다. 크라운 호텔 통합 홈페이지는 여기. 객실 사진이나 부대시설은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체크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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