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스트리트에는 작고 예쁜 서점들과 카페 외에도 소소한 쇼핑을 즐길 만한 숍들이 긴 대로변을 따라 끝없이 늘어서 있다. 한번 왕복하고 나니 양손에는 어느새 이런저런 쇼핑백들이 들려 있다. 시드니를 잠시 떠나야 하는 그날 밤, 쇼핑백 속의 몇 가지들을 꺼내 침대 위에 펼쳐본다. 다음 날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가는 동선 역시 여행의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본격적인 멜버른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정리해 보는, 시드니에서의 얘기들.
아메리칸 어패럴 아울렛 @ 옥스퍼드 스트리트
옥스퍼드 초입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국 의류 브랜드인 아메리칸 어패럴 매장이 있다. 그런데 매장 밖에 'Outlet Attic'이라 씌인 작은 간판이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 정식 매장의 2층에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 신나는 마음으로 좁은 복도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매장에 옷들이 가득하다. 한국에는 AA의 가격 거품이 있어 사지 않는 편인데, 시드니의 아울렛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할인율은 최대 8~90%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옷 위에 정가와 할인 가격이 동시에 기재되어 있으니 할인율이 높은 옷들 위주로 찾았다. 그러다 건진 대박 아이템. 얇은 면 소재의 블라우스인데 하나는 네이비, 하나는 블랙으로 겟. 중요한 건 가격인데 정가 39~45불짜리 옷이 단돈 5~6불 선. 아울렛의 다른 아이템에 비해서도 꽤 높은 할인율이라 흡족하게 구입했다. 가볍고 얇은 소재인데다 생각보다 구김도 많이 안가서 여름 나라 여행에 상비하기 좋고 스커트나 반바지와도 잘 어울린다.
소박한 크리스마스 쇼핑 @ Typo
사실 타이포는 호주에 머무르는 동안 몇 번이나 들락날락 했을 만큼 개인적으로 아끼는 숍이다. 호주의 로컬 체인 문구숍이라 큰 쇼핑몰에 가면 하나씩은 꼭 있기도 하고. 근데 지점마다 재고가 저마다 다른 편이라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발견 즉시 사는 게 답이더라. 손에 든 아이템은 크리스마스 카드 DIY 키트인데 출시 즉시 바로 품절. 사랑스러운 디자인과 DIY 욕구를 자극하는 기획력, 합리적인 가격 모두 타이포만이 지닌 미덕이다. 좋은 일 하는데 쓴다는 5불짜리 에코백에 크리스마스 아이템 몇 가지 담으니 향후 몇 년간의 크리스마스가 한꺼번에 든든해진 기분. 타이포는 한국에는 영원히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닥 싼 가격도 아닌데 한국 들어오면 얼마나 비싸질지...ㅜ 참고로 싱가포르에는 매장이 있다.
책 쇼핑 @ Beautiful Pages
프랭키 덕에 호주에 왔으니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도 개척해보고 싶던 차에 발견한 Fete. 프랭키가 '빈티지'를 테마로 한다면 Fete는 미국의 Kinfolk와 가까운, 웰빙 테마의 매거진이다. 예쁜 크리스마스 포장의 주인공은 '빈티지 패션 저널'이라는 다이어리로,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니키 필킹턴(Niki Pilkington)의 패션 일러스트를 곳곳에 배치한 노트다. 실제로 쓰려고 산 건 아니고 소장용으로 산 건데, 포장 때문에 아직도 못 뜯어보고 있다는ㅎㄷㄷ
다이어리가 궁금하다면 니키의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떠나기 전, 저녁식사 @ 샹그릴라 시드니
옥스퍼드 산책을 마치고 월드 스퀘어 쇼핑센터 지하에서 저녁거리를 산다. 한인 청년들이 열심히 알바중인 테이크아웃 스시집이 있는데, 한 팩에 5~6불 정도로 저렴해서 호기롭게 두 팩이나 사들고 호텔 컴백. 그나저나 시드니에서 술 사먹기 정말 힘들어서 일주일 내내 리퀴어 숍만 찾아 해매는게 일이었다. 근데 어처구니 없게도 애플스토어 건너편에 Coles 슈퍼마켓과 리퀴어 익스프레스가 있었다는...ㅜ 오늘은 Steamrail의 페일에일을 한 병 사들고 왔다. 라벨도 예뻐라..
샹그릴라의 마지막 야경, 그리고 푸짐한 스시와 로컬 맥주가 함께 하는 밤. 여행의 짧은 호사.
국내선 타러 시드니 공항으로 @ 서큘러키 기차역
샹그릴라가 있는 서큘러키에서 공항으로 가는 좋은 방법은 기차를 타는 것이다. 서큘러키 역은 지하철 겸 공항으로 가는 에어포트 라인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티켓을 살때 "공항(국내/국제선) 갈께요" 하면 16불이 넘는 무지막지한 가격ㅠ으로 공항까지 15분만에 갈 수 있다. 단, 국내선과 국제선의 정류장과 요금이 다르고, 국내선을 탈 때도 국제선 터미널에서 타는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몇 번 터미널인지 항공권을 확인한 후 탑승하자. 나도 젯스타로 멜버른까지 가는 국내 여정인데도 국제선 터미널로 가야 했다.
커피 클럽 @ 시드니 국제공항
호주 국내선 탑승은 처음이라 좀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손쉽게 체크인을 마치고 시간이 좀 남았다. 이럴 때 다른 나라같으면 PP카드 휘두르며 라운지로 직행했겠지만, 호주 공항들은 대부분 PP와 제휴가 안되어 있다는 게 큰 함정...ㅜ 하는 수 없이 그나마 분위기 괜찮은 카페를 골라 샌드위치와 롱블랙 한 잔을 주문하고 큰 탁자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어제 Typo에서 산 익살맞은 크리스마스 카드는 대만 친구들에게 보내려고 준비했다. 숨좀 돌리고 카드 좀 써볼까 하는데....
큰 테이블에 앉아 있었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와 "같이 앉아도 될까요?"를 묻는다. 짧은 평화는 깨졌지만, 합석한 김에 이것저것 질문을 해오는 그들과 잠깐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국에서 왔다구요? 우리는 여행사 사람들인데, 미국에서 막 와서 브리즈번으로 가는 길이에요."라며 여행 블로거라는 내 소개에 호들갑을 떨며 명함을 내민다. 브리즈번에 오면 꼭 연락하라며.ㅋㅋ유쾌하고 친근한 호주 사람들.
스카이버스 타고 시내로 @ 멜버른 공항
많은 여행기에도 소개가 되어 있겠지만 멜버른 공항에서는 시내 이동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빨간색 정류장과 버스만 찾으면 된다. 기껏 2~30분밖에 안 걸리는 원웨이 티켓이 무려 17불이라는게 살 떨리긴 하지만, 30대의 여행은 돈보다는 시간이 더 아까운 법. 편한게 장땡이다. 스카이버스는 그런 면에서 여행자에게 최적의 편의를 제공한다. 10분마다 한 대씩 오니 뛰어가서 탈 필요도 없다. 언제나 공항에 대기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시내의 서던 크로스역에 도착해서인데, 여행 선진국 호주답게 역에서 호텔까지 무료 환승 서비스가 있으니 해당되는 호텔이 있다면 몇 명씩 모아서 미니버스로 태워주는 행렬에 동참하면 된다. 그러나 나는 결론적으로 무료 환승의 헤택을 보지 못하고 초행길을 비맞으며 15분이나 걸어가야 했다는..ㅜ이유인즉슨 내 첫 호텔인 크라운 타워가 서던 크로스역에서 가까운데다 차가 막히는 라인이라, 기사님이 나를 태우기를 포기하고 그냥 걸어서 가란다.ㅜㅜ
하지만 빗길을 헤치며 도착한 멜버른 크라운 타워 호텔은 내 형편에 묵기에는 심하게 과분한(부담스러운) 호텔이었다. 후기는 바로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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