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의 호텔여행 마카오 편 - 스튜디오 시티 마카오 2
마카오 여행을 스튜디오 시티에서 시작한 이상, 나의 하루는 무척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써도 2박 3일이 부족한, 빈틈 없는 부대시설 덕분이다. 중화권의 미식을 총집결한 조식 뷔페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면, 다음부턴 일사천리다. 마카오 시내 곳곳을 깊숙히 누비는 셔틀버스를 골라타고, 더운 날씨에서 동선을 최소화 하면서도 알찬 관광과 쇼핑까지 한 큐에 마친다. 잊지 못할 스케일의 매직쇼로 저녁 시간까지 풍성하게 채우면, 스튜디오 시티에서의 화려한 하루가 비로소 막을 내린다.
Breakfast @ Studio City Macau
아침부터 조식 때문에 스타 타워에서 셀러브리티 타워 2층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게 조금 귀찮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레스토랑을 본 순간 남은 잠이 확 깨고 말았다. 규모도 규모지만, 요즘엔 조식을 서브하는 식당에 가면 몇 명의 셰프가 조리대에 서 있는지를 보곤 한다. 요리사가 많을수록 새로 조리한 음식을 바로 내놓을 수 있고, 개성있는 조식 메뉴가 더 많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시티의 조식 레스토랑은 단순히 메뉴의 갯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내가 갔던 어느 호텔보다 즉석 코너가 풍부했다. 만약 스튜디오 시티 숙박을 고려하고 있다면, '조식 포함' 옵션을 망설이지 말 것을 추천한다.
마침 내가 방문했던 5월 초가 해마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열리는 '르 프렌치 메이' 주간이라, 많은 호텔에서 프랑스산 식재료와 소스를 풍성하게 준비해두고 있었다. 덕분에 샐러드도, 요리도 더 색다르게 맛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스튜디오 시티의 조식은 식재료 자체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티초크나 고가의 생햄 같은 서양 식재료도 다양하게 눈에 띄었고, 중화권 메뉴인 죽이나 딤섬도 무척이나 맛있었다. 이번 여행에선 오믈렛을 주문하면 케첩이 아닌 중국 칠리소스와 생고추를 듬뿍 곁들여 먹곤 했는데, 호텔 뷔페만 20일 이상 먹다보니, 매일 더 맛있게 먹는 요령과 조합을 매번 찾아내는 나름의 눈물겨운 노력이 계속됐다.
셔틀버스를 타고, 마카오 시내로
이때는 몰랐다. 스튜디오 시티의 셔틀버스 노선이 시내 관광에 너무나 편리하다는 것을. 나중에 보니 갤럭시 셔틀이 오가지 않는 타이파 시티 방면까지도, 이곳 셔틀이 왔다갔다 하는 걸 여러 번 봤다. 페리 터미널과 시내, 시티오브 드림 등 여러 노선이 있지만, 이날 내가 탄 셔틀은 마카오 반도 남단에 있는 신트라 호텔 행이다. 여기서 내리면 세나도 광장까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셔틀버스 노선은 여기 클릭.
이날 나의 목적지는 세나도 광장 건너편의 작은 정원, 릴 세나도. 작년 마카오 방문 때 미처 놓쳤던 게 아쉬워서 이곳부터 발길을 옮겼다.
5월 초의 화사한 봄날씨가 그대로 내려앉은 듯한, 릴 세나도. 옛 포르투갈의 흔적이 담긴 푸른 무늬의 타일과 잘 가꾼 정원이 어우러진 작지만 멋진 볼거리다. 세나도 광장에 비해서는 다소 덜 알려져 그나마 한적한 편이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중국과 홍콩의 관광객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현지인들은 주말엔 절대 세나도 근처의 시내엔 나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원래는 굴소스를 파는 오래된 집을 찾기 위해 시내에 온 건데, 문을 닫았는지 가게를 찾을 수 없고 날씨가 급격히 더워져서 실내로 이동하기로 했다.
점심먹고 쇼핑하기 @ 뉴 야오한
릴 세나도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마카오의 유일한 백화점, 뉴 야오한이 있다. 여기도 지난 번에 못 가봤던 곳이라, 점심도 해결하고 숙소 먹거리도 간단히 쇼핑하기로. 5층에 푸드코트가 있는데, 저렴하고 먹을 만한 것도 많다는 소문을 듣고 가보니 주말 점심이라 인산인해다. 빨리 먹고 가자는 생각에 크레페와 주스를 파는 코너에서 간단히 참치 크레페와 레몬티를 주문했다. 근데 뭐지. 갓 구워낸 크레페 속에 꽉찬 참치오이 샐러드와 레몬 그득 넣은 시원한 아이스티, 너무 맛있는데? 단지 영어가 통하지 않아 주문이 좀 힘들었을 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백화점 슈퍼마켓을 슬렁슬렁 돌며 집어온 것들. 내 사랑 테라칩, 포르투갈 미니 와인 한 병, 그리고 오키나와 산 류쿠 에일맥주 한 캔. 셔틀버스 타고 후다닥 컴백해 수영장에서 놀다가, 느즈막히 들어와 간단히 한 잔하며 짧은 휴식. 여행의 순간을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의도적인 노력이 매 순간 있어야만, 일과 여행을 함께 하는 이 길고 긴 여정이 끝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걸 이젠 잘 알기에.
클레이팟 라이스 @ 스튜디오 시티 푸드코트
어제 주빠빠오를 사먹었던 그 푸드코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식당은, 전통 다이파이동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로컬푸드 식당이었다. 오늘 저녁은 여기다 싶어 자리를 잡고, 어제 호텔리어에게 추천을 받은 '치킨 & 버섯 클레이팟 라이스'를 주문했다. 우리의 돌솥비빔밥과도 꼭 닮은 클레이팟 라이스는, 언젠가 마카오에서 맛보고 싶은 로컬 음식이었다. 원래 가보려 했던 맛집은 현지인 동네 안에 있어 찾아가기도 힘든데, 푸드코트에서 손쉽게 맛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편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복잡한 생각도 들고.
예쁜 클레이팟에 담긴 맛깔스런 고기와 채소, 밥 위에 간장소스를 잘 뿌려 비벼 먹는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와, 맛있다는 감탄을 하며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이번 여행에선 한식을 한 번도 먹지 않았는데, 아마도 현지 메뉴를 매번 잘 고른 덕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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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다운 엔터테인먼트, 하우스 오브 매직 House of Magic
내 손에 쥐어진 티켓은 7시 쇼.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예전에 하우스 오브 워터에 워낙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서, 마카오의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스케일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매직쇼 장에 들어서자 내가 상상했던 관객석 따위는 없고, 관객에 둘러싸인 마술사가 스탠딩으로 마술을 보여주고 있는 생경한 장면이 펼쳐졌다. 하지만 마술사는 천정에 설치된 기구에 올라타더니 일반인 한 명을 마술로 보내버리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관객을 능숙하게 공연장 입구로 안내했다. 아, 이건 시작도 아니었구나.
하우스 오브 매직은 크게 4단계로 이루어지는 관객 참여형 쇼다. 처음엔 스탠딩 쇼로 새로운 세계에 초대하고, 다음엔 객석에 앉아 버블 매직 등의 집중도 높은 마술을 보여준 후, 좀더 큰 무대에서 남녀 마술사의 전형적인 마술을 보여주며 서서히 관객을 매료시킨다. 마지막에 가장 크고 화려한 공연장에서 피날레 쇼를 이끄는, 세계적인 일루젼 마술의 거장 '프란츠 하라리(Franz Harary)'와 함께 최대치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사실상 모든 쇼가 프란츠의 쇼를 보여주기 위한 바람잡이 쇼라고 느껴질 정도로 규모 자체가 다르다.
프란츠는 세계적인 유명인사임에도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쇼가 끝나고 모든 관객들과 하이파이브 및 촬영을 하고, 자신의 마술쇼를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라며 독려하기까지 했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중화권 관객의 취향을 완벽하게 고려한 쇼라는 게 느껴졌다. 간단한 중국어까지 해가며 쇼를 이끄는 프란츠의 능숙한 제스추어와 무대매너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배우는 점도 많았다. 어느덧 쇼는 끝나고, 다시 쇼핑 아케이드를 지나 객실로 돌아오는 길. 마카오 여행,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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