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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단상145

간만의, 잡담 #기존에 없던 길로만 가다 보니, 보는 눈이 많다는 걸 종종 느낀다. 내부적으로 보유한 작동기제와 네트워크의 범위를 모른 채, 눈에 보이는 껍데기만 어설프게 흉내내려는 몇몇. 재밌다. 그 격차가 너무나도 멀고 아득한게, 뻔히 보여서. 어짜피 내가 지금 가는 길의 속도는, 아예 다르다. 정신 차려보면 이미 난 거기 없을텐데.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요즘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그렇다. #기존에 없던 길로 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건, 아마도 예술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삶의 한켠에 예술을 했던 사람과 아닌 사람이 느끼는, 세상의 모든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거. 아는 사람은 알겠지. 어릴적 10년 넘게 연마한 예술이라는 '기술' 덕분에, 나는 참으로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 글쓰기도 음악 덕분에 시작한 거고,.. 2016. 10. 11.
연휴의 생각정리 #올해도 여느 때처럼 모든 가족들이 각자의 할일을 하고 휴식하는 평화로운 명절. 설날도 추석도 더이상 여성의 노동을 강요하는 의무적인 날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우리 집안은 이미 분위기가 잘 잡힌 것 같아 마음이 참 편하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여행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니 세계 관광지 곳곳이 인파로 전쟁(?) 중이란 실시간 간증이 속속 올라온다. 역시 성수기의 해외여행은 참 뭐랄까. 일상보다 더 전투적이고 애잔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잘사는 삶의 기준이 '비수기에 여행을 갈 수 있는 삶'의 여부로 나뉠 듯. #어쨌든 직업의 독립을 이루면서 가장 삶의 만족도가 오른 부분이 비수기 여행임은 확실하다. 5월과 11월은 여행하는 달로 고정된 지 몇 년 됐다. 올해는 일찌감치 11월 강의를 비워두었기 .. 2016. 9. 16.
눈속임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교육시장 #이 사회는, 확실히 실제 내공보다 '남 앞에 나서고자 하는' 열망이 더 강한 자에게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준다.20대 청춘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인문학을 팔아 장사를 하는, 고작 서른 살짜리 강사의 '인생을 다 안다는 듯한' 강연을 보고 든 생각. 내 잠재력은 스스로 발견하고 키워야 한다. 설익은 교육 프로그램에 나의 미래를 위탁하는 것처럼 바보같은 일은 없다. 돈 몇십 만원에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착각, 교육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씁쓸한 자화상이다. 불안감이 현실 도피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가장 잘 집약된 예능, 프로듀스101 아닐까. #프로듀스101의 작동 방식에서, 소비자의 열광 포인트는 투표권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현실 세상에선 우리가 가진 주도권이 너무 없다 보니, 아이.. 2016. 3. 6.
이런저런 여행 잡담 #최근 브런치에 연재한 컬럼이 SNS에 이리저리 회자되고, 강사 홈페이지를 따로 오픈하다 보니 이런저런 일이 생긴다. 지금 하고 있는 여행강의를 해달라는 청탁이나 문의도 오고, 지인과만 교류하던 페북에도 일면식 없는 업계 관계자의 친구 신청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좋은 분들이고,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구나 하는 신기한 일도 많다. 간혹 황당한 경우도 있는데,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과 일할 만큼 비위가 좋은 타입은 아니어서 어짜피 자체 필터링 중. 홍보 담당자였던 직장인 시절엔, 직선적인 성격을 나름 감추고 사회적인 멘트와 가식적인 웃음으로 많은 세월을 보냈다. 조직생활이라는 게 그래야만 버틸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고, 브런치 컬럼에 썼듯이 일종의 페르소나가 작동했던 시기. 그런 사회적 허세나 때를 벗.. 2016. 2. 23.
뺄셈의 기술 내 수업은 4교시 중 마지막이라, 일찌감치 가서 잠시나마 학생 모드로 다른 선생님들 수업 열심히 들었더랬지. '사진은 뺄셈'이라는 강사님 말씀이 귀에 쏙쏙 박히던 날. 사실 사진만 그러한가. 내가 가르치는 글쓰기도 그렇고, 또 삶도 그러하니까. 앵글 속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셔터를 누른 황금비율의 사진처럼, 나를 설레게 하는 것, 나에게 가치있는 것, 혹은 그런 사람만 곁에 두고, 나머지는 버릴 줄 아는 것. 그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한 8월의 어느 날. 2015. 8. 17.
그냥 잡담 #오전 내내 메일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 영문과 한국어 메일이 여러 통 뒤섞여 있고, 그 중에 몇 개에는 네거티브한 메세지가 들어 있어 보내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일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 할 얘기는 해야 하고, 요청할 건 해야 하니까. 평소같으면 그냥 보내버리면 될 걸, 내 맘이 뒤숭숭한 요즘이다 보니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더 쉽지 않은 건 뭐냐면, 항공권 예약이다. # 미국에 가야 하는 일정은 여행이라기 보단 마음의 짐이었다. 원치 않는 행선지의 직항 항공권은 땅덩이가 큰 미국인 경우 더 많은 고뇌를 요구한다. 그때 마침, 신의 계시처럼 재닛 잭슨의 월드투어 소식을 듣게 됐고, 투어 따라다닐 생각에 신나서 계획을 짰으나 내가 갈 도시의 투어만 홀랑 매진...내 운발은 당최 다 어디로.그래.. 2015. 8. 3.
step back 최근 1달 정도, 나름대로 에너지를 꽤나 소모해야 했던 인간관계가 있었다.어제를 끝으로 힘들었던 시간이 얼추 정리가 되었고, 한발짝 물러나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이켜 보니눈앞을 가리고 있던 몇 가지가 좀더 분명하게 보인다. 2015/06/24 - what if I... 이 일기를 쓸 때는 내게 용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깊은 안목이 부족했었다. 그땐 뒷걸음질치면 진심이 사라져 버릴까봐 두려웠는데,지금 생각하면 뒷걸음질쳤어야 오히려 진심을 더 또렷히 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이래서 모든 건 순간의 판단과 타이밍인 것이겠지. 하지만 여행도 그렇듯, 모든 경험은 직접 겪었을 때 배우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많이 배웠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2015. 7. 21.
what if I... #진심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내 습성을 참 오랜만에 마주 한다. 거절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내 모습도, 오랜만에 대면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제안을 할 때도, 거절당하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하면서도용기내어 다가왔을 것이다. 근데 그 반대의 입장이 쉽사리 되려하지 않는 내 모습은, 참 별로다. 그렇게 순간순간 뒷걸음질치면서, 내 솔직한 진심은 서서히 흐릿해진다. 아마도 그 결과로, 나도 모르게 누군가와 멀어지는 일도 종종 있었을 게다. 어릴 땐 '나이들면 겁이 많아진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왔는데, 단 1번의 기회를 위해 10번 20번 문을 두드리며 살아왔던 나도 결국, 그렇게 나이가 들 줄은. 앞으로 몇 장의 카드가 내게 남아 있을까. 그리 많이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다. .. 2015. 6. 24.
2015 아시아 4개국 투어를 마치며, 마지막 날 밤의 단상 올 것 같지 않던 마지막날이 드디어 왔다. 써야 할 여행기가 산더미지만 일단 한국 가서 스피디하게 정리하기로 하고. 오늘은 무려 1달 가까운 시간동안 4개국을 돌아본 긴 여정의 마지막 날이니까, 그냥 주절거림을 일기로 남겨보기로. 이번 여행에선 유독 재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하고 싶어서 애써 노력하거나 배운 적은 없는데, 어쩌다보니 글쓰기를 말로 가르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연마한 책읽기도, 영어도, 피아노도, 공부도 그렇고. 일단 시작한 것들은 기존의 기준보다는 뛰어나거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게 꽤 즐거웠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가급적이면 기를 쓰지 않고 각자의 재능.. 2015. 5. 21.
In memorial of 0416, 세월호 1주년을 추모하며 * 추모 이미지 출처: http://crisp-surplus.tistory.com/39 믿기지가 않는, 벌써 일년.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지난 일년. 그나마 김어준의 파파이스나 관련 매체를 계속 접하면서 사건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밝히려는 노력에 귀 기울이려고 해왔지만, 어쨌든 아무 것도 힘이 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희생자와 나는 결국 다를 게 없으니까.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결국 이렇게 되었을 테니까. 계속 잊지 않고, 지켜보고, 분노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투명하게 밝혀질 때까지.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201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