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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때때로 찾아온다. 이곳도 저곳도 그저 시큰둥하게만 느껴지는 때 말이다. 그 순간 우연찮게 보게 된 두 영화가 다시 여행의 불씨를 조용히 심어주었다. 멋진 여행지가 담긴 화려한 영화도 아니고, 그저 여행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살짝 양념처럼 얹은 영화, 미국의 '엘리자베스타운(2005)'과 대만의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2010)'. 지금 내 아이팟에 담긴 두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언제든 일상을 설레는 여행지로 바꾸어 준다.
드류(올랜도 블룸)은 클레어(키얼스틴 던스트)에게 정성스러운 여행 스크랩북을 선물받는다.
완벽한 지도와 음악, 아버지의 유골과 함께 떠나는 로드트립. 미국 중남부의 소박한 풍경이 펼쳐진다.
로망 1, 엘리자베스타운의 로드트립 스크랩북
영화 전반에 흐르는 삶과 죽음의 관조적인 메시지도 너무나 여운이 짙었지만, 영화 후반부에 여주인공 클레어가 건네는 로드트립 패키지북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세상은 아직 살 만 하다는 그녀의 메시지가 스크랩북의 정성어린 페이지 하나하나에 깨알같이 담겨있다. 켄터키에서 오클라호마로 이어지는 미국 중부 지방의 드라이브 코스, 각 지점마다 어울리는 음악 CD와 맛집, 볼거리를 담은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여행 가이드북보다 내겐 완벽해 보였다. 소원이 있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만한 나만의 로드 트립 코스를 만들고 싶다는 것. 어쩌면 이 소원은 언젠가 만들게 될 나의 버킷 리스트의 1순위가 될 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를 다니며 모은 비누들은 모두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비누에 담긴 얘기를 매개체로 가까워지는 두 사람.
로망 2.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비누
두얼 카페의 한 단골 손님이 어느날 한 가득 들고 온 색색의 비누들. 부기장으로 전 세계를 비행하던 그가 지금까지 모아오던 여행의 전리품이다. 나도 여행 다니면서 꼭 사는 것 중 하나가 그 나라의 특산물로 만든 비누라서, 영화에서 이 부분이 너무나 와닿고 좋았다. 그 비누를 매개체로 두 남녀가 가까워지는 과정도 참 로맨틱하고, 여주인공이 세계지도와 지구본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비누의 원산지를 꼼꼼이 찾으며 세계여행을 꿈꾸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두 영화 모두 사운드트랙도 어찌나 훌륭하신지, 엘리자베스타운은 무려 오리지널 스코어까지 합해 3장으로 출시되었다. 영화 속 스크랩북에 담겨 있던 CD의 음악들도 모두 컴필레이션으로 나와줘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의 다음 로드트립의 사운드트랙이 되줄 예정이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OST는 좀 구하기 힘들었는데, 중문권 음악을 오랜만에 들어보니 참 매력적이다. 타이페이도 요즘 너무나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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