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하와이 여행, 다이아몬드 헤드 & 카할라몰 편

와이키키 동쪽에 있는 하얏트 플레이스에 묵는 동안,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다이아몬드 헤드로 떠나는 아침 트래킹이다. 소풍을 떠나는 기분으로 출발해서 내려올 땐 거의 초죽음 상태이긴 했지만,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싫어하는 내겐 일종의 성취감을 안겨주었던 시간이었다. 빠삭하게 알아본 버스 시간표 덕분에, 트래킹 후엔 버스를 타고 카할라 몰로 떠나 여유있는 쇼핑을 즐겼다.









시내버스 타고 다이아몬드 헤드로

작년 첫 하와이 여행에서는 가급적 차 없이 다닐 수 있는 곳들 위주로 일정을 짰다면, 이번에는 어느정도 시내 버스에 익숙해지니 갈 수 있는 곳들이 부쩍 늘었다. 많은 와이키키 호텔이 비치의 중앙에 위치하는데, 하얏트 플레이스는 동남쪽에 치우쳐 있어서 동쪽 끝에 있는 다이아몬드 헤드로 가기에 더없이 좋은 위치다. 


호텔 바로 앞에서 23번 버스를 탔더니 모두 같은 곳으로 가는 인파로 북새통이다. 특히 버스 안에는 가이드북을 손에 쥔 일본인들이 많다. 일본인은 대체로 하와이에 자주 오기 때문에 버스나 트롤리를 많이 타는데, 한국인은 대부분 렌트로만 다니거나 다이아몬드 헤드를 일정에 잘 넣지 않는다. 사실 이곳은 차로 오는 게 훨씬 편하다. 버스에서 내리면, 차량이 오가는 굴다리를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걸어서 약 20여 분을 들어가야 비로소 티켓 부스가 있는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차량을 가져오면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올 수 있기 떄문에 좀더 편하다. 입구의 티켓 부스에서는 입산료 1$를 내면 티켓을 준다. 사실 여기까지 왔을 때, 티켓 사진만 찍고 그냥 돌아갈까 한 백만 번 고민을 했더라는. 심한 운동부족인 나에겐, 일단 입구까지 걸어온 것도 너무 힘들었다.ㅠㅠ 그리고 현지인들이 내게 일러주길, 여긴 새벽 6~8시 이후로는 오지 말라고 했다. 일단 그 시간대가 지나면 타들어갈 것 같은 직사광선이 바로 내려 꽃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태양볕이 무시무시한 오전 11시. 그냥, 갈까? 








왕복 2시간 코스라는 말만 굳게 믿고, 용기내어 첫 발을 내딛기를 한 40여 분. 어느새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처음엔 돌길이긴 하지만 나지막한 평지 코스라 걸을 만 했는데, 점점 경사가 높아지더니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한 경사를 오르면 또 다시 나타나는 경사길....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정상을 코앞에 둔 마지막 갈림길이었다. 계단을 오르면 정상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 대신 엄청 힘들고, 돌아서 올라가면 느린 대신 많이 힘들지 않다. 성격이 급한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빠르게 정상을 밟는 길을 택했고, 나의 선택은 너무나 무모했던 것.ㅋㅋ 죽을 뻔. 내 앞에 가던 서양 애들도 연신 욕을 내뱉으며 계단을 기어 올라간다. 








물론 탁 트인 오션뷰를 맑은 하늘과 함께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걸 보기 위해 이 정도로 힘들어야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생각하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는 본다. 죽기살기로 올라오는 동안, 다리가 불편하거나 나이가 너무 많거나 어린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길을 올라가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내가 느끼는 잠시간의 고통이 이들에 비하면 참 엄살이구나 싶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아웃도어 여행은 참 맞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자연의 감동을 충분히 느끼기엔 내 체력은 따라주지 않았고, 여행에서 내가 주로 찾으려 하는 건 사람이 만들어낸 무언가에 가깝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산에 올라가기 전에 입구 옆에 세워진 저 트럭을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다녀와서 살아있다면 저기 가서 빙수를 사먹어야겠다ㅋㅋㅋ며. 이걸 먹기 위해 수없는 망설임을 이겨내고 올라갔다 온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 내려오자마자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트럭에 줄을 섰다. '레인보우'로 주문을 했더니, 이렇게나 예쁜 셰이브 아이스가 손에 쥐어졌다. 그저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충전지마냥 빨대를 입에 꽃아넣고, 다시 20분을 걸어나와 버스 정류장에 간신히 도착했다. 









숨겨진 쇼핑의 성지, 카할라 몰에 가다

아까 타고왔던 그 버스를 같은 방향에서 다시 타고 20분을 달리면, 카할라 비치와 리조트가 있는 깨끗한 동네에 도착한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이 동네는, 이번에 처음 와보는 곳이다. 버스는 카할라몰 바로 맞은 편에 정확히 내려 주었다. 그리고 3시간 이내 재탑승이라, 버스 티켓만 잘 가지고 있으면 버스값도 무료! 


카할라 몰은 와이키키나 알라모아나와는 조금 다른 매력이 있는 쇼핑몰이다. 물론 대형 몰 답게 브랜드 매장도 많지만, 여기엔 현지에서 인기있는 작은 숍들도 입점해 있어서 남다른 선물을 사기에 좋다. 일단 소하 리빙부터 들러서 크리스마스 인테리어 용품들 실컷 구경해 주시고. 너무 예쁜 게 많았는데, 트래킹으로 거의 좀비가 된 상태여서 일단 쇼핑은 좀 쉬었다 하기로. 










하와이의 홀푸드 매장이 정말 귀한데, 와이키키나 알라모아나에는 아예 없고 카일루아와 이곳 카할라몰에 입점해 있다. 홀푸드의 특성상 지역 제품을 대거 판매하기 때문에 미국 본토에서 만나는 상품들과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남과 다른 유니크한 아이템을 사기에 정말 좋다. 홀푸드 마크가 찍힌 로컬 제조 비누들과 농장에서 직송해서 파는 다양한 코나커피 원두는 그 자체로 볼거리다. 오늘 트래킹으로 지친 나를 달래줄 예쁜 배스볼과 식재료 몇 가지를 사고 나와서, 야외 푸드코트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과 엊그제 투어에서 남겨뒀던 레오나드의 마라사다 몇 조각으로 숨을 돌려본다. 커피는 카할라몰 1층 중앙에 있는 젤라토 가게에서 아이스 코나 더치커피를 주문했는데, 요게 아주 괜찮았다. 바로 옆 스타벅스보다 좀더 저렴하고, 커피 맛은 꽤 괜찮아서 추천. 


다음에도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쇼핑은 카할라몰로 오고 싶다. 시내의 대형 쇼핑몰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고, 무엇보다 홀푸드에서 제대로 쇼핑을 못한게 너무 한이 돼서ㅠ 다음엔 커피 쇼핑하러 다시 올 계획. 참, 홀푸드는 저렴하지는 않다. 하와이 와서 많이 사는 마우나로아 넛트류 같은건 롱스 드럭이 가장 저렴하니 참고할 것. 홀푸드에서만 파는 아이템을 찾아서 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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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아후 2017.02.20 04:48 신고

    저두 하얏트플레이스에 묵고 있는데, 23번 버스타려면 어디사 확인해야하는지 알수 있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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