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GHT/커리어

내년을 준비하며 문득, 중간값(median)을 이해한다는 것

by nonie 2015. 12. 26.
반응형









최근 2년간 독보적인 인기를 얻은 모 인문교양 팟캐스트, 그동안 들어본 적이 없는데 방송을 다 듣기는 버거워서 진행자의 외부 특강을 들어보았다. 2시간에 가까운 강의를 관통한 키워드는 '한국의 중간값'이다. (왜곡된 평균값이 아닌 실질 중간계층, 중위소득) 우리나라의 중간값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연봉이든 교육수준이든 훨씬 아래에 있다는 것. 이들을 정확하게 겨냥한 팟캐스트와 책은 결국, 크게 성공했다. 이 결과는 많은 것을 증명한다. 또한 내년 한 해를 내다보며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왜냐하면 '중간층=대중'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은 비단 인문교양 분야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 중간층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내년에는 중간보다 훨씬 위에 있던 사람들도 각종 퇴직과 소득저하로 중간층으로 대거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거대한 시장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여행시장은 어떻게 될까? 더 나아가 컨텐츠 사업은 어떻게 될까? 


이로 미루어보니 지금까지 여행산업을 바라본 내 시야 또한 좁았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된다. 엔터테인먼트든, IT든, 여행이든, 잠재 소비자인 대중의 성향은 사업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여행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해외여행의 문턱이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이들이 모두 자유여행을 하는 건 아니다. 수치적으로는 분명 빠르게 증가 중이지만 계층 별로는 상황이 다르다. 강의의 주요 고객인 4050 세대에게 자유여행은 여전히 딴 세상 얘기다. 우리 세대의 상식과 기준으로만 시장을 이해하면, 그보다 훨씬 큰 시장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내년도 강의계획안을 쓰면서 올해와 내년의 여행강의 주제가 많이 달라지겠구나, 싶었다. 지난 2년 간의 컨텐츠를 보면 '스타일리시한 xx 여행법', '나만의 자유여행 디자인하기'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한 여행하기' 등이 있다. 이러한 특강은 여행작가 수업에 비해 고연령층이 많이 찾는다. 이들은 누구보다 해외여행을 자주 하지만, 의외로 내 강의에서 소개하는 여행지와 여행법은 매우 생소하고 어렵게 여긴다. 열심히 강의를 경청한 이후의 피드백은 대체로, '소개해 주신 여행을 그대로 상품으로 만들어서 전화나 문자로 알려주면 안돼요? 난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잘 안 봐서.'


스마트폰으로 항공과 호텔을 구매하는 A그룹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백화점 카운터에서 단체 여행상품을 구입하려는 B그룹이 있다. 이들을 '해외여행자'라는 단일 키워드로 묶으면 많은 오류가 생긴다. 백화점 아카데미 강의에선 이 모두를 대상으로 커리큘럼을 만들다 보니 결국 청자가 모호해진다. (결국 내년에는 B그룹에 무게를 둔 여행 강의로 전환 중) 또한 B그룹 역시 소득 및 예산에 따라 확연하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이와 관련된 화두는 실체없이 올해 내내 머릿 속을 맴돌곤 했다.  


올 한 해동안 자동으로 관심을 갖게 된 시장은 당연히 B그룹이다. 우리 엄마 역시 친구분들과 패키지 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왔으며, 나의 수강생들도 패키지에 훨씬 많은 돈을 쓰는 현상을 직접 봐왔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열린 세 번의 여행박람회를 모두 참관하면서, 아직은 한국인이 어떻게? 보다 어디로? 를 압도적으로 원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여행지는 여지없이 요청강의 리스트에 올라간다. 그러나 여행지(Destination) 자체의 정보만 전달하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다. 또한 가이드북에 실린 여행정보는, 콘텐츠 업계에서는 생명력이 매우 짧고 단발적이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나만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계속 집중하겠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훨씬 깊게 고민하는 한 해가 될 듯. 내 책과 블로그의 메인 독자층인 A그룹, 실제 내 강의를 듣고 소비규모가 훨씬 큰 B그룹의 니즈는 각각 다르다는 걸 파악한 것이 올해 강단에서 얻은 나름의 소득이다. 내 역할은 큰 의미에서 지식 큐레이터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한 큐레이션에 머물지 않고 이를 실질적인 다음 스텝과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내년에 풀어야 할 큰 숙제. 또한 A와 B그룹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충성 독자만을 위한 비공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연말엔 부지런히 고민 좀 해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