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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시카고 여행 Day 7. 로컬 커피 로스터와 시카고 피자 탐방

by nonie 2016.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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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호텔 시카고의 객실에는, 한 커피로스터의 로고가 박힌 원두팩이 비치되어 있었다. 직접 드립해서 맛을 보니, 이 카페에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텔리젠시아만 알고 간 시카고 커피 신에는, 생각보다 훌륭한 카페가 많이 숨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리버노스의 한 동네에서, 커피도 마시고 로컬 피자집도 찾았다.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가장 멋진 동네를 찾아내는 나의 여행 법칙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커피 로스터, Bow Truss

아침 일찍 랭햄 시카고의 클럽 라운지에서 가볍게 조식을 먹고 리버노스로 향했다. 호텔에서 뒷골목의 킨지 스트리트를 따라 한 10여분쯤 걷다보면 거리의 분위기가 미세하게 달라진다. 크고 높은 시카고 특유의 고층 빌딩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나지막하면서 넓은 건물, 작은 가게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 동네에 있는, 시카고 구글 오피스가 들어선 머천다이스 마트 건물은 시카고 벤처산업을 상징하는 곳이다. 손에 커피를 하나씩 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이들을 즐겁게 구경하며, 바로 옆에 있는 바우트러스 커피 로스터의 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 


사진은 없지만, 커피를 마시고 바로 옆의 머천다이스 마트도 가보았다. '마트'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 빌딩은 구글을 비롯한 시카고의 여러 IT 벤처기업이 입주해있는 일종의 오피스 빌딩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역삼동 GFC같은 곳) 그래서 2층에는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내려오는 각종 식당도 포진해 있고, 1층엔 우체국도 있다. 어제 독일 친구에게 쓴 성탄절 카드는 바로 이곳 우체국에서 붙였는데, 나이 지긋하신 직원분이 참 친절하게 도와주셨던.:) 










사실 다른 나라에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드립, 필터커피라는 메뉴다. 커피 로스터리 정도의 이름이 붙은 카페에 갈 때는 그 집만의 블렌딩을 맛보기 위해 왠만하면 필터 커피를 주문하고, 대부분 신선한 커피를 받아든다. 하지만 미국에선 요령이 필요하다. 보통 메뉴의 최상단에 위치한 가장 저렴한 필터 커피는 미리 통에 잔뜩 뽑아놓은 멀건 커피를 컵에 담아줄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그래서 차라리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라떼, 혹은 핸드드립 커피를 선택하는 게 좋다. 이 날도 실수로 필터커피를 주문한 탓에, 꾸역꾸역 마신듯. 물론 타 카페에 비해 맛은 좋은 편이다. 


바우트러스 커피로스터는 원래부터 원두를 가공하고 시카고의 여러 카페나 호텔에 커피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특화된 곳이라, 단순히 카페 사업만 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바에 가만히 앉아서 오가는 손님들을 보니, 대부분 주변에서 근무하는 벤처기업 직원들인 듯. 젊고 활기찬 이들이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휙휙 집어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물론 느긋하게 창가 자리를 꿰차고 커피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시카고 로컬이 좋아하는 시카고 피자집, Lou Malnati's

시카고에 가면 가장 먼저 여행기에 소개되는 게 바로 시카고 피자다. 내가 지금까지 묵은 4개의 호텔이 모두 시내 한 복판에 있어서, 관광객을 겨냥한 유명 피자집이 여기저기 많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피자는 마지막 날로 고이고이 미루어 두었다. 머천다이스 마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로컬에게 사랑받는 오랜 전통의 피자집에서 피자맛을 보기 위해서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 일부러 맞춰 갔는데도,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다. 호텔이 가까워서 테이크아웃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그게 더 오래걸린다고 해서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다. 









이 피자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은 1인용 피자세트가 있다는 것! 일종의 런치세트인데, 미니 피자 한 접시와 샐러드 or 스프 중 택 1, 그리고 음료 한 잔이 포함된다. 나를 위한 메뉴구나 싶어 고민없이 세트로 결정했다. 시카고 클래식 피자와 샐러드, 그리고 음료는 생소해보이는 진저루트 비어를 시켰다. 샐러드와 음료는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온다. 서빙 서비스도 아주 스무스해서, 계산할 땐 넉넉한 팁도 잊지 않았다.










한 10여분 기다렸을까. 그토록 기다렸던 시카고 피자의 먹음직스러운 자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피자를 즐기지 않는지라 이 작은 사이즈가 엄청 반갑다. 아마 테이크아웃을 했으면 큰 사이즈를 시켜서 다 못먹고 버렸을텐데, 미니 세트로 샐러드까지 같이 먹으니 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깊고 바삭한 크러스트 도우, 그리고 엄청나게 흘러 넘치는 치즈, 새콤한 토마토 소스가 어우러진 맛은 시카고 피자의 정석과도 같은 그런 맛. 여기에 재즈가 어울릴 법한 오래된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멋진 점심식사를 맛볼 수 있었다. 



어찌어찌 하여 시카고 여행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제 미주 여행기의 마지막인 뉴욕 여행을 짤막하게 풀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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