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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뉴욕, 취향의 여행 Day 2. 초겨울의 맨해튼을 거닐다 - 마켓과 숍, 카페

by nonie 2016.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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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어오니 작년 늦가을 뉴욕여행이 문득 떠올라, 중단됐던 연재를 마무리하기로. 뉴욕에서의 두 번째 날은 유니온스퀘어 마켓에서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쇼핑하다가 조금 쌀쌀해지면, 따뜻한 서점에 들어가거나 카페에서 도너츠를 먹었다. 일찌감치 크리스마스가 내려앉은 리빙숍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빈티지 소품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호텔이 있는 월스트리트는 야경으로 바뀌어 있다. 








유니온 스퀘어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가 1달 넘게 남은 11월 말이지만, 뉴욕의 크리스마스는 이미 시작된다. 유니온스퀘어에서 11~12월에 매주 열리는 이 마켓은, 뉴욕의 핸드메이드 아티스트를 한 자리에서 만날 드문 기회다. 예전에 뉴욕 왔을때 본 파머스마켓의 규모를 생각하고 갔는데 왠걸. 부스 규모가 엄청나다. 특히 뉴욕의 유명 푸드트럭이나 카페 맛집들이 이곳에 부스를 차리고 있어서, 간단히 브런치나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독특한 소품이나 카드가 너무 많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돌았다.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뉴욕인데, 연말에 오면 이런 구경거리가 심심치 않아 더 좋다. 성탄 마켓 한쪽에는 원래 열리는 파머스마켓도 더욱 아름다운 색깔의 리스와 윈터베리로 치장하고 있다. 이 때만 마실 수 있는 뉴욕의 명물, 따뜻한 애플 사이더! 거의 집집마다 다 팔고 가격도 다 다르다. 품종 별로 사과를 잔뜩 파는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애플 사이더 한 컵 사들고, 다시 구경하러 고고.  








늦가을 바람이 꽤 쌀쌀하다. 추위도 피할 겸, 근처 클럽 모나코 매장을 찾았다. 옷을 보려고 간 건 아니고, 이곳 매장에만 있는 특별한 숍인숍, 스트랜드 북스와 토비 에스테이트 커피를 보기 위해서다. 뉴욕 서점의 상징적인 존재인 스트랜드 북스가 의류 매장 내에 들어온 발상도 독특하고, 여기에 카페까지 더해 새로운 뉴욕만의 풍경을 또 하나 완성했다는 인상이 들었다. 작은 공간에, 뉴욕에 관련된 책이 세심하게 셀렉되어 있었다. 토비의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이곳은 테이크아웃만 되는 간이 매장이라, 아쉽지만 다음 행선지에서 마시기로. 









뉴요커가 사랑하는, 작은 도너츠 가게

클럽 모나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골목에, 도너츠를 먹으러 갔다. 이 가게는 뉴욕에 오기 전, 한 일본 유튜브 채널의 뉴욕 리포트 영상에서 얻은 정보였다. 가게 앞에는 인텔리젠시아의 커피를 취급한다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잘 찾아왔구나. 작지만 따뜻한 공간, 가운데 큰 테이블 하나와 의자 6개. 참으로 마음에 든다. 









늦가을, 겨울의 뉴욕은 물론 낭만이 있고 아름답지만 체력적으로 쉽지만은 않았다. 이미 3주 이상 시카고과 하와이에서 빡센 일정을 마치고 온 터라, 나중에 뉴욕여행 사진을 정리해보니 시카고의 절반 밖에 찍지 못했더라. 기왕 왔으니 많은 곳을 보고 가야된다는 욕심에 심적으로도 지쳐있는 게 사실이었다. 여행 초반 만난 이 작은 도너츠 가게에서,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이 가게의 탁자는 하나 뿐이다. 여러 사람들이 내키는 대로 빙 둘러앉아 각자의 도너츠를 맛있게 먹고 가는 풍경. 그 속에 거의 유일해 보이는 이방인인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뭐 아무럼 어떤가. 새콤달콤한 하이비스커스 도넛, 따뜻한 커피가 내 앞에 있는데.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 도너츠는 하나 더 포장해 가게문을 나섰다. 









내 발목을 잡는, 뉴욕의 숍들

그런데 도너츠 가게에서 불과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예쁜 빈티지 소품으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해놓은 상점이 눈에 띄어서 무심코 들어가 본다. 그런데 앗. 뉴욕의 유명한 리빙 & 기프트 숍 중 한 곳이구나! 윌리엄 소노마나 크레이트 배럴같은 체인숍과는 분위기가 완전 다른, 빈티지하고 정겨운 가게다. 게다가 가격도 왜 이렇게 싸! 입구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힐러리 클린턴 머그컵, 성탄 포장 예쁘게 해서 13불 대다. 








그렇지. 이런 걸 보려고 뉴욕에 왔던 거였지. 한동안 가게 문을 나갈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 유심히 보기도 하고, 내 방에 들여놓고 싶은 것들도 눈여겨 본다. 식기와 커트러리, 빈티지 냅킨과 관련 책을 잘 배치해두는 센스까지.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꼼꼼히 보면 센스가 곳곳에 넘친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뉴욕은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시내 홀푸드에서 저녁거리를 사들고, 프리 다운타운 커넥션 버스를 용케 찾아 타는 데 성공했다. 저녁의 퇴근시간이라 무료버스는 완전 만원이다. 마주보는 자리에 겨우 앉았는데, 내 앞에 앉은 두 중년 여성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그녀들은 손에 장본 것들을 잔뜩 들고 있다. 아. 내일이 추수감사절이구나! 


그녀들은 추수감사절에 요리할 칠면조 레시피를 분주히 공유한다. 서로 크랜베리 소스의 레시피를 물어가며, 장본 것들을 집에 가서 어떻게 요리할 지 고민 중인, 딱 추수감사절 전날 뉴욕의 따뜻한 풍경. 내일이면 한층 썰렁해진 도심 속에서 숙소를 옮겨야 하는 여행자 신세가 되겠구나. 혼자 호텔방으로 돌아와 홀푸드에서 사온 데리야키 덮밥을 먹는,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집 생각이 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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