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에 위치 정보를 담지 않는 이유
가끔 블로그에 이런 댓글이 달린다. "일반 광고 블로그만 보다가 여기 오니 정말 좋네요. 근데 님이 가셨던 XX 위치좀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여행 정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위치 정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애써 알아낸 로컬 맛집이나 숍의 상세 정보를 블로그엔 담지 않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공공연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세 정보를 넣지 않은 지는 꽤 되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블로그가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애써 작성한 여행 컨텐츠가 메타블로그나 온라인 여행 서비스의 무분별한 링크수집으로 도용되는 게 비일비재한 현실에서(게다가 여행가이드북 작가들도 취재조차 안한 스폿 정보를 블로그에서 마구 퍼다쓰는 현실;;) 핵심정보를 무료로 유통하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 검색 트래픽이나 키우는 편이 이득이다.
지금 생겨나는 수많은 여행 웹/모바일 서비스는 포털 API를 쓴다는 핑계를 대면서, 마치 사용자에게 큰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블로그 링크를 아무생각 없이 가져다 쓴다. 실제로 개발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API로 제공되는 웹 링크를 끌어다 넣는 게 무슨 문제냐'라는 놀라운 개념을 가진 이들이 너무 많다. 컨텐츠 생산자는 바보가 아니다. 애써 만든 컨텐츠가 듣보잡 서비스의 일부분으로 쓰이느니, 컨텐츠의 핵심 내용은 빼버리는 게 낫다. 중요한 정보는 꼭 필요한 이들을 위해 따로 유통시키면 되니까.
한 여행서비스에 링크 수집 중지 요청을 했더니, 사과 한마디 없이 이렇게 뻔뻔한 답장이 왔다.
생각보다 여행 컨텐츠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저퀄리티의 무료 정보가 난무하는 여행 시장이지만, 여전히 고급 정보는 어딘가에 따로 있고 그걸 필요로 하는 수요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여행 경험을 계속 쌓으면서, 원하는 여행정보의 수준도 비례해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진짜 여행고수의 블로그는 모조리 '회원제'인 이유
우리는 여행 컨텐츠를 얻고 싶을 때 네이버를 검색한다. 하지만 네이버의 검색결과가 진짜 전부일까? 사실 정말 가치있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소수들만 공유하는 여행 정보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의 이웃 기능을 활용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비공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점차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폐쇄성(구글 검색 불가 등)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티스토리 블로그가 넋놓고 웹링크를 이런저런 서비스에 뺏길 때, 네이버 블로그는 그런 위험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직접 콘트롤할 수 있고 신원이 어느 정도 확인된 이웃에 한해 정보를 오픈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건 검색 API도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 반면에 티스토리처럼 완전 오픈된 블로그는 독자를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를 얼마나 공개해야 할지 매번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나는 한번 여행을 떠날 때 1달 가량의 긴 시간을 투자하는데, 그 자체가 일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에 유통되는 여행정보 뿐 아니라 광범위한 루트를 통한 정보수집을 몇 달간 계속한다. 어렵게 알아낸 고급정보는 내 여행에 실제로 적용시키면서 다양하게 테스트를 거친다. 그렇게 축적된 여행의 경험은 컨텐츠로 재생산된다. 이 중에 블로그에 공개할 정보와 다른 루트로 유통할 컨텐츠를 분류하게 된다. 앞으로는 이 분류작업이 좀더 세밀해질 것 같다.
요즘엔 나도 비공개 카페(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현재 고급 정보는 오프라인 여행강의로만 공개하고 있는데, 강의는 서울/경기지역에 한정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때때로 여는 비공개 강의 소식은 카카오스토리로 전하고 있다.
무분별한 링크수집에 대처하는, 앞으로의 블로그 운영 방침
다른 여행정보 고수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블로그에 공개하는 정보는 철저히 필터링할 예정이다. 또한 블로그 독자를 위해서도 단순 정보보다 경험 컨텐츠가 훨씬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티스토리가 기능개선을 하지 않는 이상 폐쇄형(선별형) 운영을 할 수 없다면 폐쇄형 정보 공개 밖에는 답이 없다.
정보는 물이 흐르듯 돌고 도는 게 인류를 위한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상이 기본적인 IT 업계 철학이다. 하지만 그렇게 돌고 도는 정보의 평균적인 퀄리티가 낮은 이유가 바로 '무차별적인 공유'에 있다는 건 왜 생각 못할까. 너도나도 다 아는 흔한 정보는 결국 계륵일 뿐인데.
앞으로 한국인의 자유여행 패턴은 '관광형'에서 좀더 진화하고, 한국인만 가는 루트에서 벗어나는 여행자는 더욱 늘어날 거라 본다. 그렇게 되면 여행정보의 니즈도 완전히 차별화될 것이다. 그들을 위한 선별형 정보 플랫폼을 이 블로그로, 혹은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가는 게 앞으로의 운영 방침이다. 뜻이 맞는 소수의 독자 분들을 모을 방법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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