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방콕에서 머무는 2박 3일간, 나는 매우 분주하게 움직였다. 신상 쇼핑몰 센트럴 엠버시가 지척에 있고, BTS나 버스로 5분이면 시암으로 향할 수 있으니 발길을 돌려야 할 곳은 너무나도 많고 시간은 한없이 짧았다. 200바트부터 35바트짜리 한 끼까지 폭넓은 로컬 음식을 맛보고, 현지 분들과 밤늦도록 수다 삼매경에 빠졌던 2일은 1달간의 아시아 투어를 통틀어 가장 바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쇼핑몰에서 쇼핑몰로 이어지는 일정이 계속되었던지라, 틈틈히 쇼핑도 즐겨가면서 꽉 채웠던 방콕 여행의 한 페이지.
Pool in the morning @ Indigo Bangkok
하루종일 투숙객으로 붐비는 루프탑 수영장이지만, 아침엔 혼자만의 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을 만큼 한가하다. 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해주는 조식 메뉴로 아침을 푸짐하게 먹은 후, 소화도 시킬 겸 비치 베드로 향했다. 내 방에서는 블라인드 너머로 몽롱하게 펼쳐지는 스카이라인이, 여기선 하늘과 맞닿은 물 너머로 날카롭고 선명하게 펼쳐진다. 수영을 못하지만 아름다운 인피니티 풀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을 놓치긴 싫다. 그렇게 한참을, 물 속과 비치베드를 오가며 아침의 힐링 완료.
2015년 방콕의 새로운 쇼핑몰, 센트럴 엠버시
하루가 다르게 신상 쇼핑몰이 쏟아져 나오는 방콕에서도, 센트럴 엠버시는 개장 전부터 초현실적인 디자인의 독특한 건축물과 거대한 규모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아 왔다. 밖에서 보니 아직도 꼭대기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미 대부분의 쇼핑 플로어는 모두 오픈해서 실컷 구경하기로 했다. 마침 인디고 방콕에서 걸어서 5분이면 플론칫 역에 도착하는데, 이 역과 센트럴 엠버시가 이어져 있어서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었다.
특히 센트럴 엠버시의 지하 한 층 전체가 거대한 푸드코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Eathai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태국 전역의 유명 음식을 총집결해 놓은 태국 최초의 로컬 푸드코트란다. 일단 입구에서 주는 카드를 음식 주문 시 보여주면 되는데, 최대 1000바트에서 먹은 만큼 차감되고 마지막에 계산하는 방식이다. 내가 맛본 음식은 총 3가지인데, 이산 요리인 넴느엉과 킹크랩 볶음밥, 로컬 디저트인 그라스젤리 생강차였다.
넴느엉은 여행 준비 할 때부터 로컬식당에서 먹어보려고 조사해놨던 메뉴인데, 마침 여기 있길래 도전해 봤는데 꽤 맛있었다. 한국의 쌈밥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인데, 돼지고기로 만든 고기볼을 소스에 찍어 채소에 싸먹는다. 에피타이저 느낌이라 살짝 부족해서, 맛있어 보이는 킹크랩 볶음밥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건 생각보다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는. 차라리 치앙마이 맛집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카오소이를 먹을 걸 그랬다. 디저트는 뜨거운 생강차에 까만 그라스젤리를 넣어 튀김과자와 함께 내어주는 전통 후식을 먹었다. 이렇게 3가지 먹고 500바트(한화 2만원 가량) 정도 나왔으니 방콕의 식비로는 거의 최고가;;;가 아닐까 싶다. 커리 메뉴나 단품으로 1~2가지 정도만 먹으면 무난할 듯.
글로벌 런치에 동참한, 어느 날 오후
인디고 방콕에 체크인한 이튿날, 오늘은 약속이 있어 아침부터 서둘러 움직였다. 시암에서 지인과 점심을 먹기로 하여 약속장소인 센트럴 월드로 향했다. 방콕에서도 환전이 아닌 국제현금카드를 이용해야 해서, 씨티은행 ATM이 있는 센트럴 월드에 오니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쿠알라룸푸르나 방콕, 타이베이 등 이번에 방문한 도시는 씨티ATM이 생각보다 너무 없어서 여행 도중 종종 마음을 졸여야 했다. (씨티 ATM이 많은 도시는 싱가포르. 지하철 역마다 있는듯;)
그런데 이날 점심을 먹기로 한 분의 부서 전체가 다같이 나오시는 바람에, 졸지에 대규모 점심식사가 되어 버렸다! 글로벌 업무를 수행하는 팀이어서 모든 분들의 국적이 다 다르다. 여기에 이탈리아에서 온 유명 블로거 커플이 이 부서에 방문했다가 합류하는 바람에 졸지에 세계적인 런치타임이 되어버림ㅋㅋㅋ그들이 자주 간다는 회사 옆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명물 카오소이를 운좋게 맛보게 되었다. 지난 커리 국물에 고소한 면과 닭고기가 담겨 있고, 원하는 채소와 바질잎 등을 얹어서 먹는 치앙마이의 대표 로컬 음식이다. 진짜 맛있어서 순식간에 원샷!
통성명을 미처 다 하기도 전에 점심 식사가 휘리릭 끝나고, 이탈리아 블로거 커플을 초청(?)했다는 안드레아가 길거리 과일 노점에서 그린 망고 한 알을 안겨준다. 갑자기 방문한 나를 위해 모든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신 배려가 정말 고마웠고, 식사 내내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주 해외에 나가긴 하지만 한 번도 외국에서 살면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내게, 다양한 나라에서 방콕으로 와서 일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활기찬 삶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친근한 분위기의 로컬 쇼핑몰, 아마린 플라자의 매력
센트럴 월드의 규모와 명성에 가려져 한국 여행자들은 그닥 찾지 않지만, 아마린 플라자는 로컬 쇼핑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글로벌 브랜드로 가득해 특색이 없는 최근의 쇼핑몰과는 달리, 아마린 플라자에는 태국의 전통 공예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층이 따로 있다. 다양한 핸드메이드 실크 제품을 파는 맘씨 좋은 아주머니의 가게에서, 예쁜 코끼리 마그넷 두 개를 샀다. 미리 알아놨던 유기농 면제품 전문숍에서는 한참을 구경하다가 속옷을 몇 벌 샀는데, 한국에 와서 입어보니 더 살걸 싶다. 잠옷, 반바지 등 살 거 엄청 많았는데..ㅜ
특히 아마린 플라자 1층에는 상당히 넓은 맥카페가 있는데, 스타벅스에서도 돈주고 파는 와이파이가 여기선 공짜! 네일숍 예약해놓고 여기서 롱블랙 한 잔, 그 유명한 콘파이를 주문했다. 콘파이는 메뉴에 없길래 없어졌나 싶었는데, 서버한테 콘파이라고 얘기하니 알아서 내어 주더라는. 근데 하나 살거냐고 물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하나론 부족하다는 걸. 입에서 살살 녹는 콘파이 맛은 과연 명성 그대로였다. 이런 메뉴 왜 한국 맥도날드엔 없는 건지, 미스테리.
방콕의 인생 네일숍을 드디어 만났다. 1100바트(한화 약 4만원)에 매니큐어와 패디큐어를 한 방에 해결했는데, 어찌나 꼼꼼하고 예쁘게 해주던지. 예전에 터미널 21 네일숍에서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가격도 비싸고 여기랑은 비교 불가다. 내 맞은 편에서 네일을 받은 서양 여성분도 인상적이었다. 받는 내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해 하더니, 자기를 케어해 준 직원을 일일이 찾아서 주머니에 100바트씩 통 크게 찔러주고 가시더라는. 근데 그 정도로 잘하더라.
Wine I Love you...... and S'more
저녁 약속이 있어서 다시 센트럴 월드로. 센트럴 월드 역시 그루브(Groove)라는 럭셔리 푸드 존을 오픈했는데 현지인들의 핫 플레이스로 엄청 인기가 많더라. 여기 있는 와인 레스토랑에서 저녁 겸 와인 한 병을 먹고, 윗층의 스모어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예전엔 시암에서 나이트라이프를 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안해 봤는데, 어느 지역 못지 않게 세련되어진 이 지역이 무척 낯설면서도 여행자 입장에선 편리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호텔로 혼자 되돌아가는 길이 좀 걱정이 되었는데, BTS를 타고 10여 분 만에 무사히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러 모로 반가움과 감사함의 연속이었던, 방콕에서의 하루. 내일은 드디어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올드 방콕, 리버사이드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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