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의 아름다운 호텔, 랭햄에서 푸짐한 조식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상하이 마지막 날에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프랑스 조계지(French Concession)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우아한 디테일이 숨어있는 이 거리에 완전 반해버렸다. 왜 진직 이곳으로 향하지 않았는지 후회하며, 한 카페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었다. 그리곤 쌀쌀한 상하이의 거리를 한동안 걸어다녔다. 날씨와 컨디션 탓에 내내 우울하기만 했던 상하이 여행이, 뜻밖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Breakfast @ 랭햄 신티엔디
상하이의 특급 호텔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아침 풍경을 내게 선사한다. 전세계 비즈니스 맨과 상류층 여행자가 주로 찾는 랭햄 호텔은 좀더 품위있는 분위기가 흐르는데, 특히 영자신문을 건네며 친근하게 자리로 안내하는 접객 서비스가 참 멋있었다. 제대로 읽지는 못하겠다만 신문은 일단 받아두는 센스...ㅋㅋㅋ
싱가포르 호텔은 아무리 등급이 높아도 조식은 대체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상하이 호텔은 아무래도 중화권이고 아시안도 많이 찾다보니 푸짐한 조식뷔페를 선호하는 고객층에 잘 맞춰져 있다. 특히 럭셔리 체인을 대표하는 랭햄의 조식은 매일매일 만족스러웠다. 흰 죽과 도넛처럼 차이니즈 스타일로 먹은 날도 있고, 직접 썰어주는 생햄과 프렌치 토스트를 곁들여 먹기도 했고, 오믈렛이나 따뜻한 어묵탕을 주문해 먹기도 했다.
빈티지한 멋이 흐르는 프랑스 조계지를 걷다
11월 중순, 겨울이 다가오는 상하이를 계획없이 1주일이나 여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호텔은 장장 4번이나 옮겨야 했고,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탓에 급격한 온도 변화로 몸살까지 겹쳤다. 게다가 호텔이 위치한 신천지와 난징동루/난징서루 지역은 첫 상하이 여행때도 머물렀던 곳이라 새로울 게 없었다. 이 때 문득, 프랑스 조계지가 궁금해졌다.
조금 찾아보니 프랑스 조계지는 내가 생각했던 일종의 관광지가 전혀 아니었다. 창수루, 헝수루, 상하이 투수관 등 몇 개의 지하철 역에 걸쳐있는, 평범한 주택가를 넓게 뭉뚱그려 일컫는 단어였던 것이다. 호텔이 있는 신천지(황피난루)와 매우 가까워서, 지금 갈 수 있는 최적의 행선지였다. 창수루에서 내려 대충 아무 거리로나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독특한 주택 양식과 컬러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쁜 카페와 갤러리, 식당이 하나 둘씩 보인다. 허름한 양말가게에서 천원짜리 수면 양말을 사기도 하고, 따뜻한 카페 속 사람을 구경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본다.
Brunch @ Gourmande
일요일에 프랑스 조계지를 산책하다 보니, 주말 선데이 브런치 메뉴를 걸어놓은 카페가 종종 눈에 띈다. 어디를 들어갈까 한참을 기웃거리다 선택한, 프렌치 퀴진을 선보이는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Gourmande. 그래도 프랑스 조계지에 왔으니 프렌치 코스는 한번 먹어줘야지. 사전 정보는 전혀 없었고 그냥 감으로 택했는데, 오르되브르부터 꽤 괜찮게 나온다. 이곳의 브런치 메뉴는 250~300위안 선으로, 3코스가 기본이다. 주스는 별도인 줄 모르고 주문했는데, 꽤 비싸지만 오렌지랑 자몽을 섞어 생으로 갈아줘서 맛있었다. 감자와 계란 등을 이용한 조그만 요리들로 입맛좀 돋구어 주고.
본 요리는 양고기 스튜와 생선살을 넣은 그라탕인데 빵을 곁들여 먹으니 맛있었고, 특히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디저트도 조금씩 여러가지 맛을 볼 수 있게 레몬타르트와 라이스 푸딩, 초콜릿 케익과 무스 등이 모두 한 접시에 담아져 나왔다. 진한 초콜렛 한 입 가득, 그리고 진한 커피 한 모금 더. 사실 상하이에서 내내 나 답지 않게 많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브런치를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며 스스로를 추스렸던 것 같다. 매일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만, 한 번 쯤은 내게 주는 Self-Treat이 필요할 때가 있다.
푸짐한 브런치로 몸과 마음을 달랜 덕분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조금 더 힘을 내어 걸어본다. 중국의 유명한 작가라는 바진(巴金)의 생가를 잠시 들러보기도 했고,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특유의 멋스러운 주택에 시선을 돌려보기도 한다. 만약 상하이에 다시 오게 된다면, 무조건 프랑스 조계지 근처에 숙소를 잡거나 아니면 하루를 빼서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골목 사이사이에 숨겨진 예쁜 카페와 숍들을 들락날락하면서.
Tea time @ Langham
산책하다 발견한 Voilavola라는 예쁜 에클레어 전문점에서 충동적으로 사들고 온 캐러멜 아몬드 에클레어, 그리고 네스프레소로 뽑은 디카페인 한 잔. 프랑스 조계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상하이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래서, 곧 다시 오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돌아보면 분에 넘치게 행복했던, 상하이에서의 시간.
랭햄 신티엔디 호텔은 중화권 호텔예약의 갑, 씨트립을 통해 직접 예약했다. 중국 호텔을 예약할 때 왜 씨트립을 써야 이득인 지는 아래 여행 직구 포스팅을 참고하길. 특히 랭햄 신티엔디 호텔은 시트립에만 조식 등의 특전이 포함되어 있으니 가격비교를 통해 상세히 체크하고 예약해야 한다. 가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프로모션을 하는 편이니 공홈도 체크해보자. 홈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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