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콘서트홀이자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하우스는 누구나 한번쯤 실제로 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다. 이날 역시 변덕스러운 시드니의 궃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어김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단순한 공연장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공연을 보지 않는 관광객에게도 이곳을 즐기는 여러 방법이 있더라. 투어 프로그램은 부모님께 양보하고, 나 나름대로 느껴본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단상.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는(?)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와 함께 먼 발치에서 바라볼 땐 그렇게도 맑은 하늘 밑에서 반짝이는 날개를 자랑하던 오페라하우스. 하필 내가 직접 찾은 날엔 흐린 날씨 탓인지 그리 빛나보이지 않는 첫인상이다. 흔히 시드니 여행후기에 '오페라하우스, 실제로 보면 별로라더라' 하는 얘기가 워낙 많기도 하다. 내가 궁금했던 건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이 건축물의 전체 풀샷이 아닌, 아주 가까이서 바라본 모습이었다.
강바람이 쌩쌩 부는 하버브리지 맞은 편, 오페라하우스의 바로 앞에 드디어 도착. 가까이서 둥근 지붕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비로소 제 모습을 조금씩 드러낸다. 벌써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한 지도 40여 년이 흘렀고, 작은 타일을 하나씩 이어붙여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지붕들은 조금씩 낡고 색이 바래졌지만 그 위용은 여전하다. 쉘(Shell) 하나하나를 보면 거대한 돔 구장 같기도 하고, 거대한 조각품 같기도 하다.
덴마크의 건축가가 오렌지 껍질을 까다가 생각해 냈다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건축물이자 공연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오페라하우스의 공사가 진행될 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고 하니 이곳에 얽힌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책 한 권은 나올 분량이다. (실제로 기프트숍엔 많은 책이 나와있더라) 이제는 공연 수익 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공사 비용의 몇 배를 뽑았다고 하니, 좋은 건축물 하나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간단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다. (바로 가기 클릭!)
오페라하우스를 찾은 첫 번째 이유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아이벤처 카드를 써먹을 좋은 기회이기도 한데, 나는 설명 들으며 천천히 도는 투어는 큰 흥미가 없어서 부모님께 양보해 드렸다. 성인 1인당 최대 35불의 비싼 가격이지만 아이벤처로 티켓팅하면 무료! 단, 아이벤처 카드의 큰 단점은 한국어 투어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님 보여드릴 거라 한국어 투어가 필요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 투어로 일단 보내드렸다. 투어는 약 1시간 가량 진행되며 각 콘서트홀과 공연장 등을 두로 돌아본다.
투어 대신 공연을 하나 보고 싶어서 미리 티켓을 끊어두려고 프로그램 북을 자세히 훓어봤다. 오페라하우스 공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비싼 것도 아니고, 저렴하고 다양한 종류의 공연이 있기 때문에 여행 일정 중에 한번쯤 볼 만 하다. 하지만 내가 시드니에 머무는 남은 시간 내에는 그닥 좋은 공연이 없어서 아쉽게도 관람은 포기해야 했다.
내게 오페라하우스에서의 숨겨진 여행 포인트를 꼽으라면 기프트숍과 야외 레스토랑인 오페라 바(Opera Bar)를 꼽겠다. 이 날은 날씨가 추워서 야외에서 뭘 먹지는 않았지만, 현지인들은 이곳의 오페라 바에서 칵테일도 마시고 점심식사도 하며 여유 넘치는 시간을 보낸다. 근처 직장인들도 많이 와서 가볍게 먹고 마시는 모습이 눈에 띈다.
기프트숍 잘 만드는 호주답게, 세계적인 관광지 오페라하우스의 기념품은 역시 달랐다. 오페라하우스에서만 파는 한정 제품들이 많은데, 특히 지붕 모양을 딴 바비 인형의 디테일이 너무나 멋지다. 또 세계적인 주얼리 '판도라'의 오페라하우스 참(charm)도 이곳 기프트숍에서 판매한다. 내가 고른 기념품은 화이트톤의 자개로 만든 오페라하우스 마그넷. 전 세계의 다양한 마그넷을 모으고 있지만 싸구려 기념품이 아니라 퀄리티가 정말 좋은 제품이다.
길리안 카페에서의 따뜻한 초콜릿 한 잔
오페라하우스로 가는 길에는 스트랜드 아케이드라는 긴 쇼핑거리가 있다. 4시에 있는 투어를 앞두고 추운 날씨를 달래기 위해 아케이드에 있는 길리안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 초콜릿 길리안은 이제 한국에서도 흔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카페는 아직 해외에만 있는 데다가 시드니에서는 상당히 인기있는 카페라고 한다.
시그니처 메뉴인 핫 초콜릿을 주문하면 저그에 초콜릿을 따로 담아 잔과 함께 내오는데, 잔 속에 유명한 길리안 초콜릿이 하나 더 들어있어서 뜨거운 초콜릿을 부으면 서서히 녹는다. 주문할 때 밀크와 다크 중에 물어보는데 다크를 선택하면 잔 속에 다크 초콜릿이 담겨 오는듯. 쌀쌀한 날씨에 추워진 몸을 단번에 녹여준 달콤한 길리안 초콜릿, 아직도 기억에 남는 위로와 휴식의 달콤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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