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나 있는 전망대이지만, 시드니에도 유명한 전망대가 있는 줄은 몰랐다. CBD 한 복판에 우뚝 선 시드니 타워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자 최고의 야경을 만날 수 있는 전망대다. 평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시드니의 도시적 아름다움이, 전망대 위에서는 너무나 선명하게 반짝인다. 전망대 입장료는 비싸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일몰 시간에 딱 맞춰서 올라가는 게 제대로 감상하는 포인트.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드니 시티의 '색감'과 함께 맞이하는, 최고의 야경이 전망대 구경의 하이라이트다.
내가 묵는 QT Sydney에서 웨스트필드 쇼핑센터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3분. 그야말로 코앞이다.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이 타워를 매일 지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셈이다. 더 미룰 것 없이, 여행 첫날의 마지막은 타워 위에서 장식하기로 하고, 해가 지기 전에 맞춰 웨스트필드로 향했다.
시드니 타워, 아이벤처 카드로 무료 입장하기
아이벤처(iVenture) 카드는 시드니의 관광 패키지 카드로 다양한 가격과 종류가 있어서 여행 일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내 카드는 5 플렉시 카드로, 아이벤처가 지정한 어트랙션 중 5개를 자유롭게 골라 무료입장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입장료가 비싼 곳을 골라주는 게 본전을 찾는 첫 번째 방법. 시드니의 유명한 어트랙션은 대부분 포함되어 있는데, 시드니 타워부터 써보기로 했다. 원래 입장료는 무려 1인당 26$...ㅎㄷㄷ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면 좀더 저렴하긴 하다.
입장료나 아이벤처를 내면 티켓과 함께 1회용 4D 안경을 준다. 해외 어트랙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스로, 본격 전망대에 입장하기 전에 간단히 가상 4D 체험이 시작된다. 일제히 극장에 서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으면 전망대의 역동적인 체험화면이 펼쳐지면서 약간의 흔들림 등이 느껴진다. 아이들에겐 짧지만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
Sydney Tower eye에서 바라보는 일몰
세계 어느 나라든 전망대의 피크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 타이밍이다. 우리 가족도 일몰을 놓칠세라 서둘러 올라갔는데, 360도로 둥글게 펼쳐진 전망대 창가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 관광객들로 빈틈 없이 가득 메워진 진풍경이...! 창가엔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좁게나마 마련되어 있어서, 창가를 따라 앉고 서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간신히 한 귀퉁이 차지하고 앉아서, 저 멀리 바닷가에 내려앉는 붉은 노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드니의 도시적인 매력은 해가 지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참 신기했던 것이, 360도에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타워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각도별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지는 몰랐다. 어떤 사람들은 여타 대도시와 다를 게 없는 고층빌딩 투성이의 시드니가 뭐 볼게 있느냐고들 한다. 하지만 시드니의 빌딩은 그냥 생각없이 올려낸 무념무취의 벽돌같은 빌딩들이 아니라, 하나하나 개성이 있고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안정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낸다. 각도를 바꿔가며 하나하나 감상하는 맛이 있는, 시드니의 멋진 야경은 2시간을 내리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시드니에서의 첫 날, 여행지로서의 시드니를 돌이켜본다. 공항에서 시내로, 다시 호텔에서 시내로, 시내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중심부 지리를 익히고, 장을 보고, 전망대에 올라와 야경을 내려다 보기까지,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시드니에 대한 사전 경험이 전무한 여행자가 스무스하게 시내 관광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시드니의 관광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불편함을 경험하는 여행 만큼이나, 편함을 경험하는 여행도 많은 것을 얻는다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30대의 여행은 어디가 더 싼지를 찾느라 의식주에 일일이 시간을 낭비하는 여행보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편안하게 해결된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선진적인 문화예술을 최대한 경험하는 여행이 진짜 '얻어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소개할 시드니 여행기에서, 그런 여행이 삶에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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