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딱히 로컬 맥주랄게 없어서, 독특한 맥주 찾아 마시는 재미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런데 일정 셋째날인 7월 14일에 란콰이퐁에서 대대적인 Beer Festival이 열린다는 현지 정보를 미리 입수! 타이밍도 예술일세.
사실 홍콩 세 번째 방문이지만 늦은 저녁 란콰이퐁에 가는 것도 처음이고, 외국에서 맥주 축제를 맞닥뜨리는 것도 처음인지라, '비어홀릭(?)'으로써 완전 초 설렘모드♡.
오후 1시부터 부스가 오픈했다더니, 아직 어둠이 깔리지도 않은 초저녁인데 벌써부터 걸죽하게 취한 서양인들이 비틀거리며 고성방가를 질러주신다. 이제 하던 쇼핑은 멈추고 맥주의 향연에 푹~~빠져볼 시간이다. It's Time to drink!! :)
바와 펍이 모여있는 좁은 언덕길, 오늘만큼은 색색의 맥주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다. 하이네켄과 칼스버그 같은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가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부스 앞에는 글래머러스(?)한 맥주컵을 든 언니들이 맥주를 권한다. Pint(40$)와 Yard(55$)가 있는데 작은 사이즈인 파인트는 일회용 컵에, 그리고 큰 사이즈를 주문하면 저 비키니 언니 컵에 담아준다. 벌써 비키니 컵을 서너 개씩 목에 주렁주렁 걸고 다니는 아저씨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 얼굴은 전부 발그스레ㅋㅋ
명색이 맥주 축제에 왔는데 우선 목은 축이면서 다녀야겠다 싶어서 첫 타자로 주문한 맥주는,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밀맥주인 에델바이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맥주인데, 부스가 있길래 반가워서 파인트 한잔을 시켜봤다. 헤페 바이스 특유의 고운 거품과 상쾌한 허브 향이 호가든(국산 말고 벨기에 버전)과도 많이 비교되는 맥주다. 가볍지만 진한 여운과 향이 남아서 여자들이 참 좋아할만한 맛이다. 잔과 함께 들고 있는 건 산미구엘 부스에서 마구 나눠주는 접이식 원반;; 판촉물 치고는 희한한 아이템일세. 맥주 마시고 이거 던지면서 놀으라는 건지ㅋㅋ
날씨는 덥고, 점점 취기는 오르고, 본격적으로 맥주도 마셔야겠고. 란콰이퐁의 멋진 펍 중 하나 골라잡아 야외 테이블에 착석! 맥주축제 간다니까 인터뷰한다는 핑계로 따라오신 기자님도 슬슬 촬영은 뒷전이고 한잔이 간절하신 표정이다. 급기야 엄청난 인파를 헤치고 내가 마시고 싶다던 에딩거를 대령해 오셨다. 뜨끈뜨끈 갓 만들어진 피쉬앤 칩스와 함께 CHEERS! 이게 바로 란콰이퐁의 밤! :) 특히 비어페스트가 열리는 7월 14~15일 이틀 간에는 란콰이퐁의 모든 술집이 부스에서 테이크아웃해온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한다. 즉 맥주는 부스에서 사오고 안주만 주문하면 되는 시스템.
아직 밤 9시도 안되었는데, 벌써 헤롱헤롱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온다. 축제는 이제 시작이고, 음악 소리는 쿵쿵 커져가는데, 아쉽지만 내일 귀국을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뜨기로 했다. 비로소 오늘에서야 홍콩의 밤을 제대로 만난 기분이다. 다음엔 란콰이퐁의 멋진 바와 펍을 순례하는 저녁 일정을 따로 계획해야겠다는 원대한ㅋㅋ 꿈을 품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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