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11:10 Lemon Tart @ Starbucks, Ferry Terminal
번화한 센트럴에서 페리를 타면 딱 1시간만에 유럽풍 식민 유적지로 가득한 또다른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니, 퍽 매력적인 코스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홍콩 여행은 처음부터 마카오를 중심에 두었다. 홍콩 못지 않게 수많은 한국인들이 들락날락하는 여행지인데, 나만이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뭔가가 남아 있긴 할까, 반신반의하면서.
페리 터미널은 주말을 맞아 짧은 바캉스를 즐기러 떠나는 현지인과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40분 후에 출발하는 티켓을 간신히 끊어들고, 스타벅스의 작은 테이블에서 짧은 숨고르기를 한다. 에그 타르트와 잠시 고민하다가 선택한 레몬 타르트는 역시 '홍콩'다운 스타벅스 메뉴. 조악한 일회용 포크는 쉴새없이 움직이고, 상큼한 신맛은 입안 가득 퍼져가며 여행의 피로를 털어낸다.
배 타러 가는 길 @ 홍콩 페리 터미널
AM 11:50 페리는 컵라면 향기를 싣고
일반 좌석보다 50$이나 비싸지만 1시간을 더 기다리기 싫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탄 VIP석. 별 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일. 갑자기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온다. 잠시후 뜨끈한 콘라면과 밀크티를 대령해 주시네. 창밖으로 홍콩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먹는 고소한 라면 맛은 입에 착착 감겨온다. 립톤으로 쌉쌀하게 우려낸 밀크티에는 설탕 한 봉지를 털어 넣는다. 그렇게 마카오로 가는 1시간은, 짧게만 느껴졌다.
PM 14:00 Sunday Market @ Taipa Village
갤럭시 리조트에 체크인을 하는 마카오 여행은, 좀더 느긋한 타이파 빌리지 일정이 허락된다는 걸 의미한다. 일요일 한낮에 찾은 타이파 빌리지는, 매주 열리는 장터로 붐비고 있다. 특별히 살 것은 많지 않으니 가볍게 훓어보고 본격적인 메인 골목으로 들어서면, 온갖 책에서 앞다퉈 소개하는 육포와 아몬드 쿠키 시식의 향연이 시작된다. 그 행렬에 끼어 관광객 모드로 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잠시 오래된 카페에 몸을 숨기고 달콤한 세라두라를 맛보며 타이파 빌리지를 천천히 받아들일 준비를 해본다.
PM 15:00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타이파 빌리지
오랜만에 만난다. 뭔가를 봐야 한다는 목적의식 없이도 충만한 행복감을 주는 여행지를.
한나절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30곳의 문화유산에 발도장을 찍는 마카오 여행도 물론 보람차겠지만, 타이파 빌리지에서 마카오를 처음 받아들인 내게 그런 일정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선명한 색감의 골목에서 마음껏 길을 잃는 것도, 작고 예쁜 가게를 찾아내는 것도, 사탕수수 쥬스를 마시며 오직 한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을 걷는 것도. 모두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오래된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휴식의 오후.
타이파 빌리지에서 발견한 예쁜 숍과 카페 정보는, 올해 출간 예정인 책에 깨알같이 담을 예정.:)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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