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Vintage, Chinatown
사실 KL 차이나타운의 진정한 멋은 웅장한 사원이나 유명한 건축물이 아닌, 거리 자체가 지닌 이미지에 있다. 약간은 삭막한 도심인 KLCC 쪽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랜 삶의 흔적과 중국풍의 문화가 뒤섞여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간만에 무거운 카메라 짊어진 김에, 시선에 머무는 풍경을 열심히 주워 담는다.
관광객들이 오가는 거리는 아니다. 지도만 보면서 차이나타운 근방의 골목을 헤매고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지인들의 세상을 통과하게 된다. 벽화 속 그들도, 실제의 그들도, 세상 근심 걱정은 별로 없는 표정이다. 난 언제쯤 그런 표정을 가질 수 있게 될까.
낡은 풍경의 아름다움, 올드 차이나 카페
월페이퍼 시티가이드에 소개된 이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는 길은 조금 아리송했다. 여행자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을 것 같은 후미진 모퉁이를 돌아서면, 나무 발이 드리워진 카페 입구가 보인다. 뜨거운 햇살을 잠시 피해 찾아들어간 카페는, 자연광 만으로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920년부터 이 자리를 지킨 카페답게, 곳곳에 걸린 앤틱한 액자와 오브제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연륜을 뽐낸다. 작은 갤러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 올드 차이나 카페는 원래 전통 말레이 퀴진을 맛있게 선보이기로 유명하지만, 센트럴 마켓에서 식사를 하고 온 터라 아쉬운대로 티타임을 갖기로 했다. 더위를 시원하게 달래줄 아이스 민트티와 자스민 티가 티팟에 제대로 우려 나온다. 카페 윗층에서는 고급 찻잎을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낸 건물과 카페가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한달 주기로 카페와 상점의 간판이 바뀌는 다이내믹 서울에서는 이제 상상도 못할 일이기에, 이곳의 오래된 흔적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깊은 향을 내는 허브차 향과 함께, 이곳에서의 오후도 고요하고 느릿하게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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